한국에 놀러 온 외국인 친구들을 n번 투어해주면서 느낀 점
1) 서울에서 가장 좋아하는 동네나 장소가 어디냐고 물어보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장소가 어디일까? 서울은 자세히 봐야 그 매력이 드러나는 도시 같다. 관광지 위주로만 보면, 며칠이면 다 끝난다고 생각할 수도 있기도 하다. 내게는 태어나고 계속 살던 도시라 익숙해서 다 안다고 생각하다가도, 종종 내가 틀렸다고 느끼기도 한다.
2) 코로나 이후로 여행이 어려웠고 이제 다들 직장인이라 시간 내기가 힘들어서, 아직 내가 방문했던 만큼 친구들에게 보답하지 못했다. 그래도 그 사이에 한국에 놀러 온 외국인 친구들이 꽤 있었다. 함께 계획을 짜고 돌아다니니, 서울이 갑자기 새롭게 보이기도 했다.
3) 특히, 나는 친구들에게 경복궁은 무조건 먼저 데리고 가고 싶은 곳이라고 세뇌시킨다. 다들 본인 나라에서는 볼 수 없는 한국만의 아름다운 건축양식에 반하기도 했다. 그런데 예상과 달리, 현대적인 면의 서울을 보여줄 때 더 흥미를 보일 때도 많았다. 참 신기하기도 하다.
식당도 다양하게 가봤다. 반찬이 끝없이 나오는 한정식집, 길에 서서 먹는 디저트, 프랜차이즈 카페, 대학생 때 자주 가던 홍대 포차, 길거리 분식, 횟집, 전통시장, 테라스가 있는 카페, 편의점, 퓨전 한식 주점, 치맥집 등 별별 곳을 다 갔다. 그런데 한 친구는 푸드코트에서 포장한 도제 유부초밥이 가장 맛있었다고 했고, 다른 친구는 내가 데려간 망원의 비건 파스타 팝업이 제일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왜...?)
4) 미리 유명한 장소들을 정리해 놓은 지도대로 보낸 여행은 없었다. 국적불문하고 친구들의 취향이 모두 제각각이었기 때문이다. 모두 돌아가고 나서야, 내 과거 여행들을 되돌아보며 내가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이 무엇이었는지 기억해 냈다. 내게는 여행지의 역사와 상징성보다도, 그곳에서 어떤 좋은 사람들과 얼마나 다채로운 감정을 느꼈는지가 더 컸던 것 같다.
5) 저번주에 뉴스레터에서 "우연은 언제나 나의 계획을 이긴다"라는 유지혜 작가님의 인터뷰를 읽었다. 정답이 없는 여행처럼, 남은 올해도 행운 같은 우연들이 찾아오면 좋겠다.
+) DMZ 투어가 (+과장) 파리 갈 때 에펠탑 가는 것만큼 다들 가고 싶어 하는 코스였다. 현지인과 관광객의 시각은 많이 달라서, 직접 경험해봐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