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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날도 있다

콜롬비아의 섬에서 인생 가장 크고 아름다운 무지개를 보며 느낀 행복

by Jiiin 진

1) 며칠 전, 약속에 나가서 수다를 열정적으로 떨었다. 열심히 이야기하다, 나도 몰랐던 말버릇을 발견했다. 좋든 나쁘든 경험 마지막에 꼭 교훈을 찾고 있었다. 우리는 이런 습관을 '코리안 DNA'라고 결론 내렸다. 끊임없이 배울 점을 찾고, 어떻게 하면 더 발전할지 궁리하는 의지의 한국인들. 나쁘다는 건 아니지만, 가끔은 뇌를 아예 멈추고 쉬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문득, 콜롬비아에서 당일치기로 섬을 다녀온 날이 떠올랐다.


2) 콜롬비아 카르타헤나에서 스피드 보트를 타고 약 45분 동안 34km를 달리면, 로사리오 제도의 Isla Grande에 도착한다. 처음 가본 카리브해라 들떠서 배가 흔들려도 신경 쓰이지 않았다. 친구는 중학교 때 아마존 수학여행에서 핑크 돌고래를 본 이후로 웬만한 자연은 감흥이 없다며, 신난 내가 귀엽다는 듯(?) 계속 웃었다.


3) 실제로 본 카리브해는 정말 투명하고 아름다웠고, 물 온도도 적당히 시원했다. 파도가 거의 없는 고요한 해변에서 수영을 하다, 썬 베드에 누워 칵테일을 마셨다. 주변 사람들은 그늘에서 책을 읽고 있었고, 낮잠 자는 강아지와 고양이 옆에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콜롬비아 음식을 싹싹 다 먹고, 해먹에 몸을 의지하여 에너지를 다시 충전했다.


4) 화룡점정은 따로 있었다. 바다와 수영을 사랑하는 나는, 만 원만 내면 스노클링을 할 수 있다길래 바로 가겠다고 했다. 친구는 괜찮대서, 모터 달린 통통배를 타고 강사님과 둘이서 수평선을 향해 달렸다. 근처에 갈 줄 알았는데, 몇 십 분이나 달려 사방에 아무것도 없는 곳에 배를 세웠다.


깊은 카리브해에는 무지개 꼬리를 가진 니모부터 함께 움직이는 수백 마리의 물고기 무리까지 비현실적인 풍경이 펼쳐졌다. 특히 선생님이 파블로 에스코바르의 옛 별장 근처로 데려가, 추락한 비행기 잔해까지 보여줬다. 솔직히 조금 무섭긴 했지만 평생 잊지 못할 경험 아닐까...


5) 맑았던 하늘에 갑자기 소나기가 내렸다. 친구는 해변으로 나가 손을 뻗으며 일부러 비를 맞았다. 나는 산성비 생각에 빨리 비를 피하자고 재촉했지만, 친구는 여기 비는 마시는 물보다 깨끗하다며 명언을 남기고 유유자적 앞으로 걸어갔다.


6) 돌아오는 배에서 내 인생 가장 크고 아름다운 무지개를 보며 행복을 느꼈다. 공부든 일이든 머릿속을 비우기 어려워하는 나였지만, 이날만큼은 아주 잠깐 꿈을 꾼 것 같았다. 이때의 기억처럼, 요즘 꼭 먼 곳이 아니더라도 집에서 의식적으로 온전히 휴식을 가지려고 노력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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