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에 썼던 일기들을 통해 보는 치열한 일의 세계
1) 일만 생각하면 <인사이드 아웃2>에 나오는 모든 빌런 캐릭터가 다 등장하는 느낌이다. 나이도 어리고 연차도 적었지만, 다양한 사람들과 여러 부서에서 매우 밀도 있는 경험을 했다. 작년 여름부터는 운이 좋게도 관리자로 승진하기도 했다. 지금에 오기까지의 과정은 정말 순탄하지 않았던 것 같다. 그 어느 영화를 봐도 시시하게 느껴질 정도로 많이 울고 고뇌하기도 했다.
2) 그런데 요즘은 몇 년 전의 내가 없다고 종종 느낀다. 지금 생각하면, 사회초년생 시절에는 미숙한 부분이 많아 실수도 많이 했던 것 같다. 그래서 이제 회사 안에서든 밖에서든 말을 굉장히 신중히 한다. 가볍게 뱉은 한 마디가 왜곡되어 어디서 어떻게 떠돌아다닐지 모른다는 걸 알게 되어서일까. 항상 긴장을 놓지 않고, 모든 행동을 조심하며 책임감의 무게를 받아들인다.
3) 그만큼 너무 힘든 날도 많아졌다. 그래서 다리가 아파 고통스럽긴 하지만, 일이 아닌 온전히 나의 삶을 돌볼 수 있는 휴직기가 소중하게 다가오는 것 같다. 아래와 게시물 사진들은 시간이 꽤 지난 예전의 일기들인데, 다시 읽어 보니 공감되는 부분도 있고, 달라진 지점도 있어 재밌다. 사실 쓰고 다시는 안 본다고 적었던 건데, 이렇게 올리는 것도 웃기다.
[2023년 3월 7일의 일기]
사회생활을 하며 확고해진 가치관이 하나 있다. 진실한 겸손함을 지닌 사람이 정말 멋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겸손함이란, 마냥 본인을 낮추는 것이 아니다.
1. 나보다 나이가 어리거나 직급이 낮거나 연차가 적더라도 타인을 존중하며 배울점을 찾는 여유와 큰 그릇,
2. 내가 노력할 수 있는 부분이면 앞장서서 행동으로 먼저 도와주는 모범,
3. 내가 항상 정답이 아닐 수 있다는 열린 마음,
4. 직접 충분히 함께 경험하고 고심해서 해결책까지 제안하는 피드백,
5. 아무리 직장에서라도 사람 대 사람으로 다시 생각했을 때 창피하지 않을 태도 등이 떠오른다.
그동안 좋은 예도 나쁜 예도 너무 많이 봐서 무엇이 맞는 건지 혼란스러웠던 적이 꽤 있었다. 슬프게도 나조차 아직 너무 부족한 게 많아서 갈 길이 멀지만... 요즘 생각이 조금씩 정리되면서 점점 내가 앞으로 지향하고 싶은 모습에 대한 확신이 든다. 회사 생활 도합 2년 조금 넘을 뿐인데 벌써 이런 고민이 있던 걸 보니 고생을 많이 했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