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토와 잔-클로드의 대형 공공미술 프로젝트
크리스토와 잔-클로드의 대형 공공미술 프로젝트
Nouveau Réalisme by Christo and Jeanne-Claude
1) 주말에 쉬다가 다시 평일에 쉬는 삶으로 돌아오니, 휴무가 고요하고 심심했다. 남들이 쉴 때 쉬어야만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을 만나고 문화생활도 즐길 수 있더라. 그래도 당장 방법은 없어서, 관심 있는 전시도 꽤 보고 서울 곳곳을 산책하며 나만의 알찬 쉼을 찾았다. 2년 전, DDP에서 열린 마켓컬리 푸드 페스타에 갔었다. 식재료로 가득 찬 마트 장바구니를 들고 땡볕 아래 약수역 근처 작은 갤러리로 향했다. 인파로 붐비던 행사장과 달리, 주택가 사이 교회의 플랜카드가 가장 눈에 띄는 동네였다.
2) 지금까지 내게 예술은 주로 액자 속에 있는 그림이나 오래 보존된 조형물을 의미했다. 그런데 건축물이나 자연환경 자체를 다양한 재료를 활용하여 포장하는 대지미술은 또 다른 차원인 것처럼 보였다. 예술의 상업화에 대한 저항과 환경 운동의 맥락을 담고 있기도 한다. 무엇보다도 첫 시작이 ‘포장’ 행위였던 것도 신기했다. 포장을 통해 기존의 것을 낯설게 바라보게 한다는 기법으로 퐁네프 다리, 베를린의 독일 국회의사당, 뉴욕 센트럴 파크, 마이애미의 비스케인 만까지 변화시킬 줄 누가 알았을까.
3) 프랑스 파리에서의 <포장된 개선문> 프로젝트는, 1961년부터 구상하기 시작해서 무려 약 60여 년의 시간 동안 준비했다고 한다. 수식과 엔지니어링으로 가득한 스케치, 포토몽타주, 정부와의 협의, 기술 점검, 폴리프로필렌 제작 등 지역사회가 참여한 어마어마한 과정을 보고 있자니 단순 흥미를 넘어선 경외심이 들었다. 2021년에 딱 16일 동안 전시 후 철거했는데, 예술은 영원하지 않고 소유할 수 없다는 자신들의 철학을 구체화하는 게 대단한 것 같다.
4) 설치미술은 내 입장에서 완벽하게 이해하거나 공감하기 어려울 때가 많다. 그런데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아이디어를 수십 년에 걸쳐 실현시킨 추진력은 배워야 할 것 같기도 하다. 예술은 절대 영원할 수 없고 소유하면 안 되는 것일까? 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누군가의 창작 활동은 의미 있는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이렇게 대척점에 있는 미술을 관람하며 생각의 폭이 훨씬 넓어지는 걸 느꼈다.
예술이 영원하지 않다는 사실이
그 작품의 가치를 떨어뜨릴까, 아니면 오히려 높일까?
예술을 모두가 무료로 공유할 때만,
비로소 그 진정한 가치가 드러나는 게 과연 맞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