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실성을 받아들이는 만큼 내 세상이 더 커진다
《두 번째 편지》 · Journal à Paris
안녕하세요, 저는 추억을 곱씹는 게 특기인 진이라고 해요.
저처럼 새로운 경험을 하는 걸 좋아하시는 분이 있으신가요?
새벽에 디즈니랜드 사진을 보면서 혼자 예전 기억을 떠올려 봤는데요. 문득 나를 웃게 만드는 경험들은 다 예상치 못하게 시작된 게 많더라고요. 디즈니랜드도 사실 파리에서 무려 두 학기를 보내는 동안 가볼 생각을 안 했었는데, 친구들이 갑자기 번개처럼 저를 데리고 가줬거든요. 입장료도 비싸고 너무 관광지인데 꼭 가야 하는지 고민했던 게 후회될 정도로 진짜 재밌었고, 일루미네이션 불꽃놀이를 볼 때는 울컥하기까지 했어요.
근데 그래서 뭐? 이 감정을 어떤 말로 설명해야 할지 하루를 꼬박 고민했는데 머리만 아프더라고요. 그러다가 어제 북토크 모임 자리에서 지인분들과 의식의 흐름으로 대화를 나누다가,
“불확실성을 받아들이는 만큼 내 세상이 더 커진다”
라는 이야기가 나왔어요. 제가 딱 원하던 표현이었어요. 이걸 안 뒤부터 저와 제 인생이 많이 바뀌었거든요. 정해 놓은 시나리오 밖으로 우연히 나갔던 여행들이 제 청춘이더라고요.
저는 J 성향이 강해서 철저하게 빈틈 하나 없이 계획을 세우는 걸 좋아해요. 근데 그 계획이 전부라고 믿지 않게 되고, 완벽하지 않은 과정도 온전히 받아들이게 됐어요. 나름 범생이로 자라와서 안전한 길을 선택하는 게 가장 효율적이라고 여긴 적도 있어요. 근데 이제는 내가 상상하지도 못했던 일을 벌이는 게 짜릿하고 즐겁기 도 해요. 내면에 안정과 현실이라는 단어가 깊게 박혀있는데, 심장이 뛰는 순간 속수무책이 돼요.
작년을 쭉 돌아보니 이상하게 “뭐라도 더 해볼걸”이라는 마음이 제일 먼저 들더라고요. 저는 항상 생각도 계속하고 디테일하게 신경도 많이 쓰려고 노력하는데요. 신중한 성격 덕분에 누구든 저를 믿고 크고 작은 일들을 잘 맡겨주시는 것 같아서 감사해요. 근데 말하고 싶은데 상처 줄까 봐, 오해받을까 봐, 틀릴까 봐 아무것도 하지 않은 적도 가끔 있어요. 기회가 될 수도 있는데 비난받는 게 무서워서 조용히 피한 적도 있고요.
그래도 저는 하나의 목표만을 위해 몇 년이고 시험공부를 하면서 실패의 진정한 뜻을 다시 정의해 본 경험이 있어요. 해외라는 낯선 환경에 저를 내던지고 처음부터 하나씩 적응하고 관계를 쌓아나가 본 경험도 있어요. 저와 꽤 다른 성향의 직업이더라도, 몸으로 부딪히면서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성과를 내서 인정을 받은 경험도 있어요. 매일 대단한 도전을 한 건 아니겠지만, 회사 밖에서 계산 없는 태도로 이런저런 시도를 해본 경험도 생겼어요.
그래서 앞으로도 제 감정을 살아나게 하는 사람들을 삶에 들일 거예요. 가까운 사람들에게도 새로운 경험을 나누면서 일상을 더 소중하게 만들고 싶어요. 저한테 활력을 주는 재밌는 일들을 만들어서 하루가 몇 시간인지 잊을 정도로 몰입해 볼 거예요. B컷이 모여서 완성되지 않은 영화도 아름다울 수 있다는 걸 알려줄 거예요.
내 경험에 한계를 짓지 않고, 기준을 지키는 것만큼 깨는 것도 의미 있다는 걸 증명해 볼 거예요.
선택의 갈림길에서 하지 않아도 될 이유는 너무나 쉽게 만드는데 해야 할 이유는 결국 나중에 시간이 지난 후에야 알게 된다고 하죠. 저처럼 “언젠가 해야지”라고 미룬 적 있는 분들께 전하는 이야기예요. 올해는 두려움을 자연스럽게 여기고 불확실성을 받아들이면서 제 인생을 좀 더 세이프존 밖으로 과감하게 던질 수 있을까요? 그리고 그런 나를 자랑스럽게 여기고 사랑해 줄 수 있을까요?
이 편지도 누군가에게는
상상도 못 했던 멋진 우연과 응원이 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