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결혼을 하는가.
최근 유튜버 알간지의 결혼에 대한 콘텐츠를 봤다. 결혼은 아무래도 요즘 사회적 이슈이기도 하지만 내 개인적으로도 생각을 깊게 하는 주제이기도 해서 흥미로웠다. 그 콘텐츠는 태초부터 현재까지의 '결혼'에 대한 철학과 사상에 대해 짚었다. 성, 출산, 육아, 집단생활, 책임, 집단체제, 사유재산의 등장, 계급사회 등등 그 모든 시대적 헤게모니 사이에서 결혼의 역할을 다뤘다. 아니, 정확히는 결혼이 왜 필요해졌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생각이 거슬러 올라간 것이다. 재미있는 분석이었다. 곳곳에 흥미로운 문답이 반복되고, 그 때마다 당대 최고의 철학자, 경제학자 등등의 사상이 등장해 더욱 지적인 충만함이 있었다. 그런데 결말은 약간의 충격. 결론은 결혼의 시작과 끝이 '사랑(LOVE)'이라는 것. 원시시대에는 너무 가진게 없어서 조건이 필요없었고, 지금은 너무 가진게 많아서 조건이 필요없다. 그래서 조건이 필요없는 상황에서 결혼은 필요조건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반려자를 만든다. 그 이유가 바로 사랑이라는 것이다.
영화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결말을 나에게 주었다. 나의 기존의 결혼관을 떠올려 봤을 때에는 갑자기 단순한 로맨스로 끝나는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런데 다시 한번 결혼에 대한 나의 생각과 영화의 결말을 되짚어 보면서 이런 하찮은 것 같은 '감정'따위가 사실은 가장 중요한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문득 스쳤다. 마치 인간에게 있어서의 '선물'처럼.
누군가가 나에게 질문했을 때 나는 '하고싶은가'가 아니라 '해도되는가'를 질문해야한다고 답한다. 나에게 결혼은 기호보다는 의무에 가깝다. 이건 친목보다는 계약에 가까운 행위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Personal이 아니라 Public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결혼'이라는 것에 대해서는 접근이 달라야 한다. 내가 '하고 싶은가'를 따지는게 아니라 '할 수 있는가'를 따져야 한다. 그럼 난 결혼을 할 수 있는 사람인가를 생각해본다. 이는 얼마전에 유튜브 채널에서 '노희영'님이 한 이야기로 확인했다. '나는 가정적인 사람인가'를 생각해봐야한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일을 하는 것도 '가정'을 위해서이고 당연히 모든 관심이 가정에 쏠려있는 사람. 스스로가 그런 사람인지를 생각해 봐야 한다는 의미다. 나는 아니다. 나는 일이 우선이고 자아성장이 우선이다. 나에게 가족, 친구는 모두 '필요성'으로 함께하는 존재다. 가족은 선택할 수 없이 만들어진 관계지만 그들은 나에게 '사랑'과 '책임'을 알려주는 존재들이다. 그런데 그건 어디까지나 '나'라는 사람이 우선되었을 때의 이야기다. 그들을 향한 '사랑'과 '책임'이 나에게 우선순위일 수는 없다. 그래서 나는 결혼을 하면 안되는 사람이다. 그들에게 최선의 공적인 관계를 다할 수 없다. 그건 '결혼'에 대한 예의가 아니고 책임을 다하지 않는 것이기 때문에 하면 '안'되는 것이다.
라고 질문한다면 Yes이기도 No이기도 하다. 왜냐면 결혼을 통해서는 얻는 것도 있고 잃는 것도 있지만 내가 얻는 것에 대해 얼마나 기뻐할지, 잃는 것에 얼마나 좌절할지 가늠이 안되기 때문이다. 일단 외로움에 대해서 이야기해본다면, 나는 외로움보다는 자유를 택하는 편이다. 그래서 "아무리 외롭지 않다고 하더라도 내 자유가 뺏긴다면 그건 싫어!"라고 말한다. 하지만 나는 아직 사랑하는 사람에게 구속되어 본 적이 없어서 내가 정말 자유를 원하는지 알 수 없다. 그리고 반대로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있어도 외로움이 사라지지 않을 수도 있다. 그래서 이건 정말 알 수 없는 일이다.
알간지도 '사랑'을 말했지만 나는 '안정'에 좀 더 힘을 싣는다. 그러니까 경제적으로도 그렇지만 정서적으로도 얻는 그 모든 안정을 말하는 것이다. 어쨋든 1명보다는 2명이 폭이 넓고 안정적이다. 할 수 있는 일도 많아진다. 하고 하지 않고를 결정할 수 있다. 하지만 중요한건 그 '안정'의 정도이다. 안정적이기 위해서 어느정도까지 서로가 필요한지에 대한 정도가 서로 다를 수 있다. 서로의 정도가 다를 수 있고 그래서 서운함, 지겨움의 감정이 돋아날 수 있다. 그것을 다루는 시간이 또 필요하고 이게 해결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나는 이 과정을 극복할 자신이 없기 때문에 결혼에 대해 회의적이기도 하다. 그런 의미로 결혼한 사람들을 존경하기도 하고. 정말 용감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
효율을 따져서라고 생각한다. 이제 세상은 많이 발전했고 이에 따라 모든 것이 조금 가벼워졌다. 옛날에는 '생산'자체가 어려웠기 때문에 모든 것이 비싸고 힘들었다. 의류, 식품, 여행, 학습 그 모든 것들이 비싼 비용과 시간을 들여야만 가능했다. 그래서 더욱 의지할 동료가 필요했고. 그러나 지금은 이 모든 것들을 아주 손쉬운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다. 그래서 의지할 동료가 필요하지 않다. 그리고 더불어 이 모든 것들이 다 하고 싶어진다. 재미있는 것들이 많기 때문에 이것들을 하는데에도 지루하지 않고 시간이 부족하다. 꼭 결혼이라는 새로운 문을 열지 않아도 현재 마주한 상황에서도 할 일이 너무 많은 것이다. 이건 사람들이 결혼을 하지 않게 만든다.
그렇다면 이제 영화 내용으로 넘어가서
영화제목만 봤을 때에는 여주인공이 소위 말하는 '돈 많은 남자'만을 쫓는 말그대로 '속물'인 사람인데 진정한 사랑을 찾는 뻔한 내용으로 흘러갈 것처럼 느껴진다. 그런데 그보다는 좀 더 지적이고 고상하다. (아마도 배우의 버프일 수도 있다) 단순하게 그냥 돈 많은 사람을 원한다기 보다는 무언가 그녀만의 철학이 있어 보인다. 결과적으로는 좀 더 단순한 이유여서 조금 김이 빠지긴 했지만 너무도 예상가는 삼류 미국로맨스코미디영화 느낌은 아니어서 좋았다. (개성과 분위기가 압도하는 배우들의 버프를 좀 많이 받기는 했다.)
물론 결혼을 하기 어려워서다. 그럼 결혼을 왜 하기 어려울까. 그건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그 이유에 따라서 그들의 결혼 골인까지의 소요시간이 달라진다. 만약 어려운 이유가 조건에 맞는 사람을 찾기 어려워서라면 그들은 꽤 빠른 시간안에 성공한다. 왜냐면 원하는 조건과 매칭되는 사람들을 고르고 만나보면 되기 때문에. 회사를 고르는 것과 같은 것이다. 그런데 만약 사랑이 어려워서라면? 그들은 결혼까지 굉장히 많은 시간을 기다려야할 것이다. 사랑은 결혼정보회사에서 찾아줄 수 없는 것이니까. 오랜 시간이 걸릴 수록 그들은 자신의 사랑을 분석하기 시작하고 (마치 오답노트 작성하듯) 조건은 더 복잡해지고 많아진다. 그리고 결혼은 점점 멀어져 간다.
취업컨설턴트에게 찾아가는 사람들은 모두 취업을 하기 위해서다. 그들 중 자신이 원하는 직업과 회사에 대한 명확한 조건이 있는 사람들은 준비할 것도, 취업성공도 쉽게 해낸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취업컨설턴트에 돈을 쓰고도 성공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꿈을 찾기 때문이다. 조건 따위가 아니라 정말 내 마음에 드는 회사와 직업을 찾고 싶기 때문에. 그것은 자아를 찾는 것만큼 어렵다. 당연히 취업컨설턴트 또한 그것을 찾아내기가 쉽지 않다. 그들은 점성술사가 아니니까 그들의 꿈을 알아낼 수 없다. 그래서 꿈을 분석하기 시작한다. 이것저것 좋은 것들을 가져다 붙이다 보면 결국 꿈은 너무도 기괴한 형태가 되어 있고 결국 어느 것이 꿈이없는지도 잊어버리게 되고 취업도 꿈도 모두 가지지 못하게 된다.
추상적인 것은 어렵다. 그것은 정답이 없고 나만의 정의를 구축해야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간은 너무도 변덕스럽고 가변적인 동물이기 때문에 무언가에 대한 확실한 정의를 내리는 것이 어렵다. 그래서 그 어려운 것을 계속해서 분석하게 된다. 그러다보면 추상적인 것을 쫓을 수록 피상적인 것에 매달리게 된다. 그리고 어느순간 목적이 바뀌기까지 한다. 피상적인 것은 눈에 보이니까 그것을 맞춰가는 것이 더 쉬우니 말이다. 그러다보면 결국 추상적인 것은 어느새 머리속에서 사라져있고 피상적인 것만이 남는다. 그리고 우리는 미궁에 빠진다.
아무리 그 많은 조건을 따지고 충족시켜봐도 결국 만족은 없다. 인간의 마음은 갈대라서 어제는 그것이 좋았다가 오늘은 안좋기도 하고 오늘 그것이 싫었다가 내일 괜찮아지기도 한다. 그래서 결국 만족은 없다. 결국 만족은 언제 오는가. '사랑'에서 온다. 사랑은 모든 것을 해결하고 괜찮아지게 한다. 그 옛날 '사랑이 밥 먹여주는 줄 알아?' 라는 말은 사실 진짜 사랑을 몰라서 그런 것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나는 30대가 넘어서야 그 말을 진정으로 이해하게 되었다.
자 그럼 앞서 말한 결혼에 대한 나의 정의들? 그것도 모두 그냥 조건일 뿐이다. 결국은 사랑을 찾으면 되는것이다! 근데 문제는 그걸 어떻게 찾냐고!! 나도 못찾는게 사람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