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 미래엔 종이가 많이 없어져서 줍기 힘들 수도
한국에 있는 친구와 카톡 메시지를 주고받는데, 친구가 "수명도 긴데 지금은 이렇게 하고 싶은 거 하고 산다고 쳐도 나중에 아무 재산도 없으면 그때는 어떻게 살지 싶음. 폐지 줍는 게 남일이 아니게 될까 싶고"라는 이야기를 꺼냈다. 아 그래 진짜 이 상태면 그럴 수도 있겠다.
서른두 살. 저축은 커녕 마이너스 통장과 한국 대학교에서 받은 영광의 상처로 남은 학자금 대출. 심지어 직장도 없는 진퇴양난의 서른두 살. 날 더 외롭게 만드는 것은 몇 년째 남자친구 없음.
이상태로면 빚 속에서 홀로 외로이 늙다가 폐지 줍는 게 내 모습이 될 수 있겠구나. 그들이 그들의 삶을 낭비하며 막살지 않았던 것처럼. 나도 나름 아등바등 살고 있지만, 그 미래 누가 알 수 있을까?
사실 십 년 전만 해도 나에게 서른두 살은 어른의 기준점이 되는 나이였다. 누군가 나에게 "넌 결혼 언제쯤 하고 싶어?"라고 물을 때면 막연하게 "나.. 한... 서른두 살쯤?" 하고 대답을 하곤 했다. 그리고 그쯤 되면 어른이니깐 당당한 커리어우먼에, 자동차도 한대쯤 가지고 있고, 자가는 아니더라고 전셋집 정도는 가지고 있겠거니... 라고 생각을 했다.
하지만 이게 왠 걸.
이런 서른두 살의 모습은 상상해본 적이 없다.
타국에서 매달 약 100만 원씩 월세를 내가며,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공부를 하고 있는 가난한 유학생의 모습은 내가 상상하던 서른두 살의 모습이 아니다.
얼마 전 인스타그램에서 "나도 모르게 가난해지는 습관 6가지"라는 포스팅을 봤다. 어떠한 소비습관 전문가가 가난한 이들의 공통 습관을 발견했다. 라며 가난한 이들의 습관이 포스팅이 되었는데, 그 습관을 살펴보면,
1. 매주 복권 구매
2. 매일 두 잔 이상 취하도록 음주
3. 매일 1시간 이상 TV 시청
4. 장기 인생 계획 없음
5. 무저축, 가계 부채
6. 운동 안 함, 정크푸드, 비만
충격적이다.. 6개 중 3개 반이 해당된다. 우선 TV는 아니지만, 넷플릭스라던지 유튜브 같은 플랫폼으로 아무 생각 없이 영상을 보고, 장기 인생은 커녕 당장 한 달 계획도 없다. 무저축에 학자금 대출로 인한 부채. 그리고 마지막 비만은 아니지만 운동 안 함.
이렇게 해서 세 개 반.. 아... 이건 말이 안 된다. 이건 억지다.라고 생각을 하면서도 막연히 꿈꾸던 안락한 40대의 내 모습에 왠지 모르게 회색빛이 도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