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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쇼아 Jan 09. 2019

아이가 없으면 40년 뒤 내 금융활동은?

feat. 미래 2세 걱정하기 전에 남자친구부터 찾아

그림: Charlotte Salomon

요즘 많은 사람들이 비혼주의를 얘기하기도 하고, 결혼을 하더라도 아이를 낳을 생각이 없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내 주변에도 오 년 전만 해도 결혼과 아이를 낳을 생각을 하고 있던 친구들이 비혼주의를 얘기하며, 아이를 낳지 않겠다는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

내 경우는 딱히 비혼주의도 아니고, 애를 낳을 생각이 없는 것은 아니다. 내가 정말 사랑하는 사람이 생겨 그와 함께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면 결혼을 할 테고, 만약 그런 사람을 만나지 않는다 하면 난 결혼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 아이 역시 마찬가지이다. 지금 당장은 내가 나만 감당하기도 힘든 시점이라 애를 낳을 계획은 없지만 혹시나 내 능력이 된다 하면, 역시 낳을 생각은 있다.

이런 나의 생각은 역시 장기 인생 계획이 없는 나의 결혼관이기도 하다.

하지만 내 친구의 경우는 살짝 나와는 다르다. 사귄 지 오래된 남자 친구가 있고, 함께 사업을 하면서 남부럽지 않게 살고 있지만 비혼주의이며, 아이를 낳을 생각은 없다고 한다.

그런 친구가 어느 날, 나에게 이런 얘기를 했다.

나는 애 낳을 생각도 없는데, 기술은 점점 발전해서 내가 시대의 흐름에 뒤쳐지고 고립되는 상황이 오면 누가 나한테 새로운 기기 만지는 법이나 금융시스템을 알려주려나 싶고.. 내가 혼자 잘 터득할 수 있을까 걱정..


엥? 이게 무슨 말인가 물으니 요즘은 야구도 오프라인을 표를 안 풀고 온라인으로 예매만 가능하기 때문에 한평생 야구장 관람이 취미였던 5-60대 어른들이 다 같이 신나게 야구 보러 왔다가 매표소에서 표 안 판다는 얘기에 게임 못 보고 돌아갔다는 이야기를 듣는데, 저것이 내 미래인가 싶었다는 것이다.

나도 그 얘기를 듣는데 아차 싶었다.

생각지 못했던 부분이다.


지금은 당연하게 시대의 흐름에 맞춰 인터넷 쇼핑이라던지, 금융거래를 쉽고 간단하게  따라가고 있지만, 사실 컴퓨터에 관해서라면 나보다 더 박식하고, 컴퓨터 앞에서 한 평생 일을 하시던 우리 아버지의 경우도, 본인이 한다고 하면 하시지만 인터넷 쇼핑에 대해 번거로움을 느끼신다. 그렇기 때문에 뭔가 인터넷으로 구매할 경우가 생기면 굳이 프랑스에 있는 나에게 말씀을 하시고, 그럼 내가 아버지 카드로 결제를 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 어머니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내가 한국에 있었을 때, 티브이로 홈쇼핑을 보시다 마음에 드는 물건이 있으면, 자고 있던 나를 깨워 주문을 하라고 명을 내리시곤 했다. 어머니 역시 본인 스스로 하실 수 있지만 그런 것에 번거로움을 크게 느끼시는 것이었다.


50대에도 이렇게 번거로움을 느끼시는데 나이가 더 드시면 그땐 아예 손을 놓게 되시진 않을까? 하지만 우리 부모님의 경우는 나 나 동생과 같은 두 자식이 있으니... 다시 말해, 말 한마디에 자신의 인터넷 쇼핑과 금융거래를 책임져줄 젊은이가 있는 것이다.

하지만 나의 경우, 아이를 낳지 않게 되면 2-30년 뒤면 확실히 부모님의 절차를 겪게 될 테고, 기술의 발전은 날로 더 빨리 흐를 테니 지금 부모님보다 더 기술의 발전을 따라가지 못하지 않을까? 그리고 무엇보다 주변에 젊은이가 없으니, 접하는 것이 그만큼 좁을 테고 새로 나온 것이 무엇이 있는지도 전혀 모를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결국 디지털 문명에서 고립되게 되는 상황에 놓일 수 있지 않을까?


디지털 문명에 고립된 노인들의 문제가 향후 30년쯤 되면 현 독거노인 문제처럼 또 다른 사회문제가 되지 않을까 싶은 쓸데없는 걱정 어린 생각을 하면서, 아 그전에 난 아직 남자친구도 없구나...(하하) 하며 다시 현실 자각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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