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줌마 권투에 도전하다
복싱 체육관에 처음 간 날! 운동 중이던 사람들의 시선이 내게로 향했다. 혼자라면 못 왔을 이곳에 나는 딸과 함께 왔다. 57년을 살아오면서 처음으로 운동이라는 것을 해보려 하는데 그 종류가 복싱이라니 남들이 들으면 웃을 일이다. 하지만 동네를 탐색하다가 체육관을 보고 해 보자고 한 건 나였고 딸은 흔쾌히 찬성했다.
체육관 관장은 딸과 나이가 동갑으로 사교적인 성격이었다. 나를 보자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했는데, 이유는 나와 비슷한 연배인 본인의 어머니에게 운동을 시켰다가 다칠 뻔한 일이 있었다고 했고 나는 긴장한 상태로 운동체험을 해 보았다.
복싱 전에 몸을 푸는 ‘오늘의 운동'을 하는데 날마다 종류를 바꾸고 다섯 종류의 운동을 네 번 반복한다. 간단해 보였는데 두 번 정도 반복한 후에 우리는 땀과 함께 기진맥진 해졌다.
처음으로 운동으로 땀을 흠뻑 흘려 본 나는 몸이 개운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딸도 마찬가지였지만 기초체력이 약해서 더 힘들어했다.
관장은 생각보다 내가 잘한다면서 추켜세웠고 내일부터 시작해 보라고 권했다. 우리에게 중요한 비용을 물어보니 3개월치를 일시불로 결제하면 한 달이 무료라고 했다. 딸이 첫 운동 기념으로 좀 부담되는 금액을 지불했고 우리는 돈이 아까워서라도 열심히 해 보자고 결심했다.
운동은 장비빨이라고 했던가! 운동화부터 상하의 옷을 신경 써야 했고 운동에 맞지 않는 신발이라는 말을 들으면 새로 사야 했다. 다음날부터 우리는 정말 열심히 다녔다.
관장은 우리에게 대단하다고 했고 다음날부터는 복싱기본자세도 알려주었다. 티브이에서 볼 때는 대충 뛰면서 주먹을 휘두르는 건 줄 알았는데 정확한 자세를 익히는 데만 석 달은 걸린 것 같다. 거울을 보고 내 자세를 확인해 보는데 정말 어정쩡하고 어색해서 딸과 둘이 마주 보고 피식거리기도 했다.
몸을 풀고 나면 관장과 ‘미트'를 한다. ‘미트'란 링에서 관장과 연습을 하는 것인데 이때 나는 양손에 글러브를 끼고 관장이 들고 있는 방어백 같은 걸 치고 빠지는 연습을 한다.
상대의 눈을 똑바로 쳐다봐야 하고 주먹이 날아오면 이리저리 잘 피해야 한다. 내 주먹에 너무 힘이 들어가면 다음날 몸이 아프다.
초보자는 보통 주먹에 힘이 많이 들어가는데 계속 같은 실수를 하다 보니 허리와 어깨도 아파왔다. 아무래도 진작에 고장 나 버린 내 몸이 문제인 듯하다.
‘조금 더 일찍 시작했더라면 좋았을 텐데!’하는 후회가 되었고 아무래도 ‘이 나이엔 무리인 운동이 아닐까?’ 생각을 하는 중에 나와 비슷한 연배의 여자분이 들어왔다. 관장 말이 운동을 오래 하신 분이라고 한다. 알고 보니 나처럼 늦게 운동을 시작한 사람도 많고 직장 일로 바쁘면 쉬다가 다시 운동을 시작하는 경우도 많았다.
그렇다면 나도 계속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게 시작한 운동은 1년이 되어 간다. 올여름에 너무 더운 날씨를 핑계로 날마다 하던 운동을 이틀에 한 번 하는 걸로 바꾸었더니 마음에 부담이 덜해졌다.
그리고 이제 서른한 살인 딸에게 놀라운 변화가 일어났다. 회사에 다니면서 받은 스트레스로 통통한 몸매를 가지고 있었는데 언제부터인지 살이 빠지기 시작했고 이제 입는 옷 사이즈가 줄었다.
평소에 나는 상체에, 딸은 하체에 불만이 많았는데 딸은 상체가 더 슬림해지고 하체도 보기 좋게 다듬어졌다. 무엇보다 체력이 좋아졌고 얼굴은 더 갸름해졌다.
배에 ‘왕'자를 자랑하는 딸에 비해 나는 사실 얻은 게 별로 없다. 체력은 좀 좋아진 것 같은데 뱃살과 몸무게는 아직도 그대로이고 허리와 어깨는 여전히 아프다.
운동의 효과가 다르게 나타나는 것이었다. 나에게 운동은 현상 유지를 위한 수단이고, 딸에게는 드라마틱한 변화를 주는 것이었다.
이제야 나는 이 사실을 받아들이고 마음이 편해졌다. 딸은 점점 자세도 좋아지고 글러브를 끼면 꽤 근사해 보인다. 나도 자세는 나온다. 글러브를 끼고 자세를 잡으면 멋있게도 보인다. 하지만 곧 팔이 무겁게 느껴지고 자꾸 주먹이 내려간다.
어깨가 너무 아파 병원에 갔더니 오십견이라고 한다. 어깨 앞뒤로 주사를 맞고 물리치료를 받고 약을 처방받았다. 그리고 운동하러 갔는데 관장이 주사 맞은 날은 팔을 쓰는 운동을 하지 말라고 하여 다리 쓰는 운동만 했다.
나는 내 몸을 마구 쓸 수가 없다 몸과 타협하여 허락되는 선까지 운동을 해야 한다. 요가나 다른 조금 정적인 운동을 찾아볼 수 있겠지만 나는 사실 복싱이 좋다.
혼자 속으로 한 생각이지만 젊었을 때 시작했으면 선수가 될 수도 있었을 것 같다. 딸이 들으면 어림도 없다고 하겠지만 생각은 자유니까 이렇게라도 위로를 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