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내 철없는 아들

by 바쁜 거북이


“음~마" “음~마"


“일어났어? 좋은 꿈 꿨어?” “쪽" “쪽" 볼에 뽀뽀를 한다. 다음은 허그, 그리고 아들의 엉덩이를 툭툭 때려주면 화장실로 간다. 아들과 나의 아침 첫 대면 장면이다.


이쯤 되면 아들이 어린아이라는 생각이 드는 게 당연하지만 아들은 올해 29살 된 청년이다. 아직도 어리광을 피우고 나는 당연하게 받아주고 있다. 아들은 중증 지적장애를 앓고 있다. 초등학교 4학년 때 진단을 받았고 치료를 하려고 애썼지만 그건 불가능했다.


중학교, 고등학교를 차례로 졸업했고 학교에서는 특수반과 일반반을 오가면서 수업에 참여했다. 일반반 수업 중에 엉뚱한 질문과 행동으로 다른 친구들을 웃겨주고 특수반에서는 나름 반장역할을 했다.


선생님과 친구들은 타고난 친근한 음성과 푸근한 인상의 아들을 보면 기분이 좋아진다고 해주었고 아들은 상대방이 웃으면 더 재미있게 해주고 싶어 했다.


고등학교 2학년 말에 진로를 정해야 하는데 사람을 좋아하는 아들에게 바리스타가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에 자격증 공부를 시작했다. 장애인 바리스타 자격증은 필기시험을 면제해 주어 실기시험만 합격하면 되었다.


아들은 좋아하는 노래는 몇십 번을 반복해서 듣기 때문에 외우지만 관심이 없는 분야는 아무리 주입해도 외우기 힘들어한다. 그렇기에 바리스타 실기시험에 합격시키려고 선생님이 얼마나 힘들었을지 짐작이 간다.


그렇게 취득한 자격증으로 아들은 장애인을 고용해 주는 커피숍에 취직했지만 한 곳에서 길어야 2년 정도 일할 수 있었다. 여기저기 옮겨 다닌 끝에 지금은 대형교회에서 운영하는 커피숍에서 일하고 있다. 우리는 교인이 아니어서 처음에 망설였지만 아들은 면접을 보고 나더니 바로 마음에 든다면서 일하고 싶다고 했다.


아들은 사실 직장에 도움을 주기보다는 받는다고 해야 옳을 것이다. 반복되는 업무도 매번 실수가 많으니 옆에서 복창이 터지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간혹 담당선생님이 아들에게 싫은 소리를 하면 아들은 집에 와서도 시무룩하다.


그리고는 이렇게 묻는다. “엄마, 왜 나는 장애예요? 나는 못 고치는 거예요?” 이 말은 내 가슴을 후벼 파는 말이다. 눈물이 그렁한 아들 눈을 보면서 나도 울고 싶어진다.


아들이 이미 많이 들어 알고 있는 대답을 한다. “고칠 수 있지, 열심히 살면 저절로 고쳐질 수 있어.”


말도 안 되는 소리인 줄 알지만 어쩔 수 없다. 희망을 주고 싶은 내 마음이다.


얼마 전 금요일 퇴근하려는 아들에게 다른 직원이 봉사활동을 하고 가라고 권했다.


봉사활동은 커피숍과 같은 건물에서 진행하는데 장애인 어린아이들을 위한 프로그램으로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동안 아이들을 돌보는 것이었다.


평소보다 2시간 정도 늦게 퇴근한 아들은 기분이 좋아 보였고 매주 봉사활동을 하고 와도 괜찮은지 내게 물었다.


아들에게 무슨 일을 했느냐고 물으니 가서 앉아있으면 아이들이 다가와서 옷을 잡아당기거나 품에 안기고, 알아듣지 못할 말을 웅얼거린다고 했다.


어떤 점이 좋았냐고 물으니 아이들이 자기를 좋아하고 봉사활동을 하는 게 좋다고 했다.


깜빡 잊고 있었다. 아들은 남을 도와주는 걸 좋아하는데 지금까지는 거의 도움을 받고 있었다는 걸 말이다. 나는 아들이 2시간 늦게 퇴근하니 피곤한 것만 생각했는데 아들은 정신적으로 풍요해지고 있었다.


나는 아들에게 금요일 봉사활동을 허락했다. 내게 글 쓰는 일이 ‘힐링'이 되듯이 아들에게 봉사활동이 ‘힐링'이 되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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