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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뚝이샘 Jul 13. 2018

선생님을 울보로 만든 아이

수업이 시작되었는데도 손에 단소를 들고 있는 아이들이 꽤 많다.
설명을 간단히 끝내려고 하는데 자꾸 삑삑하는 단소소리가 나니 방해가 되고 
                                          

단소는 이제 그만이야. 지금 말고, 이따 하자!


라고 말을 했건만
계속 단소를 부는데 나도 화가나는거다.
두번, 세번 얘기해도 안되니 네번째에는 화가나 화난 말을 쏟아부었다. 
그게, 내 책상 가장 가까이에 앉아 있어 제일 내 눈에 띈 희망이였다.


대체 몇번째니? 
선생님 앞에서 이야길 하는데 계속 단소소리 내야 되? 
정말 화가 난다. 나를 뭘로 보는거야. 
꼭 안좋은 소릴 내야 알아듣는거니?

그 순간 희망이의 눈빛이 마구 흔들렸다. 
순간 알았다.

아, 희망이는 몰랐구나. 내가 단소를 그만하라 했지만 인지가 늦었던거다.


인지가 된 시점이 내가 처음 말한 시점이 아니라 소리를 크게 지른 시점인데
내가 화를 내니 놀란거다.
잘못을 알면서도 놀란건 어쩔수가 없는거다.


한번만 더 좋게 이야길 할걸.. 후회가 밀려왔다.


희망이는 금새 마음을 다잡고 단소를 집어 넣고 바른 자세로 앉았지만 
희망이의 흔들린 눈빛에 내 마음이 계속 흔들렸다.
마침 6교시 수업이었던지라, 희망이에게


희망아, 수업 마치고 선생님 잠깐 보고가~


희망이와 나만 남았다.

희망아. 선생님이 미안해. 
아까 선생님이 소리질러서 너무 깜짝 놀랐지? 


희망이는 눈물을 글썽였다.

어, 어.. 근데 선생님... 그거 어떻게 아셨어요?

너는 아무 말 하지 않았지만
눈 보면 알 수 있어. 그 사람 마음이 뭔지.


희망이의 눈에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그걸 보는데 나도 눈물이 났다.
같이 울었다.

흑흑, 근데 희망아, 쌤 울었다는거 
그거, 다른 애들한테는 말하면 안된다~ 
쫌 챙피해. 울보같잖아


사실 며칠전 아이와 상담을 하다가 마음에 감동이 되어 훌쩍이는 걸 여러 아이들이 본터라
울보 선생님이 되는게 부끄러웠다. 
                                          

선생님. 저 절대 말 안해요.
저도 눈보면 알아요. 그 사람 진심이 뭔지.


눈 보면 알아요. 그 사람 진심이 뭔지.. 
나는 다시 펑펑 눈물을 쏟았다.

공감은 이런거 아닐까.
마음과 마음의 연결고리 말이다.
말 안해도 아는 거, 눈만 봐도 아는 거.


늘 아이들을 마음을 읽어주려고 노력해왔다.
행동은 한계를 정해두고 제한도 해왔지만
감정은 수용에 제한을 두지 않으려고 했다.
어떤 감정이든, 그것이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감정은 그 아이를 나타내는 것이며
                           그 자체로 소중하기 때문이다.                          


그 아이가 내 마음을 읽어주니 
내게 말할 수없이 큰 감동이 밀려왔다.
희망이는 알까?
희망이가 선생님의 눈을 통해 바라본 진심을 통해
선생님이 이만큼 감동했다는 걸.
말할 수 없이 고마웠다는 걸.

https://blog.naver.com/jiiyoung82/221312924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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