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함께 자전거를 타던 날

아들의 자전거 - 성장 01

by 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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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으로 함께 자전거를 타던 날


물건을 좀 제자리에 둘 수는 없겠니?

이제 게임을 좀 그만해야 하지 않겠니?

저 책들은 도대체 언제 볼 거니?

마루와 산책을 좀 다녀오지 않을래?

아들이 자라면서 아들에게 바라는 게 많아지고 끊임없이 요구사항을 늘어놓는다. 고상한 척하며 질문으로 포장해 봤자 아들은 마음이 상하고 아빠는 섭섭한 마음이 커진다. 답답한 마음을 주체하지 못할 때쯤이 되면 떠오르는 장면이, 꺼내보는 장면이 있다.

아들이 세 살 때 자전거에 유아 안장을 설치하고 처음으로 아들을 태웠다. 늦여름 시골길을 달리며 아들과 함께 노래를 불렀다. 그때의 바람과 풀냄새, 아내의 모습이 떠오른다. 유모차에서 느껴보지 못했던 새로운 공간이 서로에게 펼쳐지고 아빠로서 나를 생각했다. 아들과 처음으로 교감하던 그 순간을 떠올리면 금세 지금의 내가 부끄러워진다. 강요가 담긴 오늘의 질문들이 한없이 비겁하게 느껴진다. 그렇게 망설이고 망설이다 삼켰던 말들을 줄이고 줄여서 자전거 그림과 함께 기록했다. 그림들이 자전거에 실려 가볍게 전해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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