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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리플 Feb 17. 2022

표정은 배려의 또 다른 이름

제주 한 달 살기의 작은 흔적 #4

제주도 브랜드 마케팅을 몇백억 단위의 광고만큼이나 제대로 해준 프로그램, 바로 효리네 민박이다. 제주에서 효리네 민박을 보는 일은 동해에서 봄날은 간다를 보는 것 만큼이나 변태스럽고 즐거운 일이다.


그 안에서 효리와 상순 부부는 가끔 커플 요가를 하곤 한다. 게 중 무표정으로 서로를 막연히 바라보는 시간이 있는데…

효리는 그 시간을 통해 남편의 무표정이 참 이질적이라는 것을, 그가 평소 자신을 위해 매일같이 웃음을 머금고 지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몇 일간은 제주의 평화가 깨졌었다. 잠깐 들린 가족과 여행을 하며 예상치 못한 마찰이 생겼다. 그 맑고  좋다는 자연 깊숙이 들어가도, 우리는 매일 행복하기 어려운 걸까? 밤마다 갈등의 텁텁함이 입에서 맴돌았다. 서울과 비슷하게 나는 여전히 갈등이라는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는 사람 같아서. 한편에서 나는 결코 변할 수 없는 사람이라며 누군가가 때려주는 것 같기도 했다.


가족이 떠난 후 50대 남짓의 손님이 게하를 방문했다. 갈등을 빚은 엄마 또래를 만나니 괜시리 다시 입이 텁텁해져서, 퉁명스러운 말투로 그녀를 맞이했다.


그리고 다음  체크아웃을 하던 그녀가 미소를 머금고 나에게 말한다.


"잘 쉬다 가요!"


 머쓱한 순간. 사회생활에 단단히 훈련되었다고 생각한 건방진 나에게, 때로 미소는 가식이기도 했다. 예의있게 감정을 숨기고 선을 긋는 장치.



제주의 공기를 맡으니 그 장치가 새삼 중2병 스럽다는 생각이 든다. 미소는 상대방의 서툰 편견을 깨는 시작점이다. 그리고 상대방을 향한 사소하지만 단단한 배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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