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한 달 살기의 작은 흔적 #4
제주도 브랜드 마케팅을 몇백억 단위의 광고만큼이나 제대로 해준 프로그램, 바로 효리네 민박이다. 제주에서 효리네 민박을 보는 일은 동해에서 봄날은 간다를 보는 것 만큼이나 변태스럽고 즐거운 일이다.
그 안에서 효리와 상순 부부는 가끔 커플 요가를 하곤 한다. 게 중 무표정으로 서로를 막연히 바라보는 시간이 있는데…
효리는 그 시간을 통해 남편의 무표정이 참 이질적이라는 것을, 그가 평소 자신을 위해 매일같이 웃음을 머금고 지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몇 일간은 제주의 평화가 깨졌었다. 잠깐 들린 가족과 여행을 하며 예상치 못한 마찰이 생겼다. 그 맑고 좋다는 자연 깊숙이 들어가도, 우리는 매일 행복하기 어려운 걸까? 밤마다 갈등의 텁텁함이 입에서 맴돌았다. 서울과 비슷하게 나는 여전히 갈등이라는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는 사람 같아서. 한편에서 나는 결코 변할 수 없는 사람이라며 누군가가 때려주는 것 같기도 했다.
가족이 떠난 후 50대 남짓의 손님이 게하를 방문했다. 갈등을 빚은 엄마 또래를 만나니 괜시리 다시 입이 텁텁해져서, 퉁명스러운 말투로 그녀를 맞이했다.
그리고 다음 날 체크아웃을 하던 그녀가 미소를 머금고 나에게 말한다.
"잘 쉬다 가요!"
참 머쓱한 순간. 사회생활에 단단히 훈련되었다고 생각한 건방진 나에게, 때로 미소는 가식이기도 했다. 예의있게 감정을 숨기고 선을 긋는 장치.
제주의 공기를 맡으니 그 장치가 새삼 중2병 스럽다는 생각이 든다. 미소는 상대방의 서툰 편견을 깨는 시작점이다. 그리고 상대방을 향한 사소하지만 단단한 배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