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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생이 Feb 17. 2022

제주 시골 어느 버스 정류장에서

제주 한 달 살기의 작은 흔적 #5


정류장에서 하염없이 버스를 기다리다, 산굼부리에 가고 싶은 중국인 관광객들을 도와줬다.


서울의 나는 때로 중세의 기사단 마냥 ‘죄송한데 바빠서요.' 를 뱉을 때도 있었지.


마치  곳으로 비유하면 여행길이 바빠서, 다리가 아프고 지쳐서. 상대방에게 차가운 방패를 내세우기도 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오늘, 제주 시골 어느 버스 정류장에서 해메는 아이들을 보고 홀린듯이 나서는 나를 발견한다. 어설픈 영어로 산굼부리행 버스를 찾고 뻐끔뻐끔 내뱉어본다. 이것이 바로 제주도의 힘인가, 자연의 뽕인가.


전직 TBWA 카피라이터 김하나님이 쓰신 <힘빼기의 기술>에 이런 구절이 있다.


"나는 마음의 빚 따위는 지지 않는다. 왜냐하면 보답은 그 사람이 아닌 다른 사람에게 하는 것이니까"


어디선가 받은 도움을 이 곳에서는 갚고 싶었다. 대가를 바라지 않고 따뜻한 마음을 주고 싶었다.


그리고 어느 날 운 좋게 그 마음을 돌려 받게 되면 다시 또 다른 이에게 그것을 돌려주고 싶었다.


나의 안내를 받은 아이들이 고맙다고 연신 웃으며 버스를 탔다.


행복이란게 이렇게 참 별거 없다. 작은 시골의 정류장에서도 수줍게 피어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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