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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at happened to innovation?

혁신은 어디로 갔는가? - 샘 올트먼 (2013)

by HAE

요즘 혁신의 속도가 느려졌는지를 두고 많은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그리고 만약 느려졌다면, 그게 어떤 의미인지에 대한 논쟁도 함께. 최근, 스타트업의 피칭을 받다가 마치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에 나올 법한 풍자극처럼 느껴지는 발표를 몇 번 접하고 나니, 나도 이 논의에 목소리를 보태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질문은 단순히 '예' 혹은 '아니오'로 답할 수 없다. 어떤 영역에서는 혁신이 눈에 띄게 느려졌고, 어떤 영역에서는 상상도 못할 속도로 빨라졌다. 그 이유를 고민해보는 건 꽤 흥미로운 일이다.


우리는 한때 물리적 세계에서 혁신을 아주 잘 해냈다. 가끔 맨해튼에 서 있으면, 주위를 둘러보며 놀라곤 한다. 내 주변의 모든 것이 땅속에서 파낸 것들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에 말이다. 아이폰을 만드는 것도 실리콘을 땅에서 캐내는 것에서 시작한다. 여기에 불순물을 섞고, 칩을 만든다. 이후 금속으로 만든 로봇들이 (이 역시 땅에서 나온 금속이다) 여러 칩과 다른 부품을 조립해 하나의 전화기를 만든다.


하지만 최근에는, 주로 소프트웨어(특히 인터넷 기반 소프트웨어)가 혁신의 중심이 되어왔다. 그리고 이 변화의 중요성은 아직 과소평가되고 있다. 우리는 이 변화가 세상에 끼치는 '복리 효과'를 이제야 겨우 보기 시작했을 뿐이다.


놀라운 건, 이 모든 일이 얼마나 빠르게 일어났느냐는 점이다.


1990년, 인터넷은 21살이었고, 전 세계에서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었던 사람은 단 280만 명이었다. 지금은 25억 명 이상이 인터넷을 사용하고 있다 -- 23년 동안 거의 10만 % 증가한 셈이다. 1990년에는 전 세계 휴대폰 가입자가 1,240만명 이었고, 그것들도 아주 기본적인 전화기였다. 심지어 1999년까지도 '스마트폰'이라는 개념은 존재하지 않았다. 2012년에 전 세계 스마트폰 사용자는 10억 명을 돌파했고, 휴대폰 가입자수는 이보다 훨씬 많다. 현재는 인류 수와 맞먹는 수준의 휴대폰 가입 수가 존재한다!


하지만 같은 기간 동안 물리 세계(폰과 컴퓨터 제외)의 혁신은 그다지 인상적이지 않았다. 우리는 피스톤 엔진 비행기에서 제트 엔진 비행기로 30년 만에 전환했고, 그로부터 또 30년 뒤에는 달에 착륙했다. 1939년 이후, 제트 엔진은 분명 개선되었지만, 나는 여전히 렘제트 비행기를 타보지 못했다. 1969년 우리가 달에 도달했을 때 - 당시 사용한 컴퓨터는 64KB 메모리와 0.043MHz의 클럭 속도를 가진 기기였으며, 이는 요즘 고급형 전동 칫솔 정도의 성능이다-- 사람들은 태양계 전체, 나아가 별들까지도 멀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우리는 여전히 기다리고 있다.


1960년대, 주요 에너지원은 석유였고 그 다음은 석탄, 가스, 수력, 원자력, 그리고 극소량의 재생에너지였다. 지금도 그 순서는...석유, 석탄, 가스, 수력, 원자력 그리고 여전히 극소량의 재생 에너지다. 더 나은 에너지 생성 방식 대신, 우리는 에너지 사용량을 줄이는 이야기만 하고 있다. 절약은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어디엔가 '패배주의'가 스며든 듯 하다. 우리는 원래 지금쯤이면 값싸고 깨끗한 에너지를 대량 생산하고 있어야 하지 않았나?


재료과학, 바이오테크, 식품, 헬스케어 등에서도 획기적 돌파는 거의 없다. 나는 아직 스타트랙에 나오는 '래플리케이터'로 음식을 주문하지 못한다. 오히려 어떤 부분은 퇴보한 것처럼 보인다. 나는 어릴 때 이후로 음속을 넘는 비행을 다시 경험하지 못했다. (물론 공정하게 말하자면, 현재 우리 눈에 잘 보이지 않을 뿐, 중요한 혁신이 진행되고 있을 수도 있다. 혁신은 종종 '한가한 장난감'처럼 보이다가, 시간이 지나서야 그 진가가 드러난다.)


소프트웨어 vs 물리 세계 외에 또 하나 중요한 기준이 있다. 단기 vs 장기(혹은 점진적 개선 vs 급진적 혁신). 우리는 단기간 안에 점진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분야에서는 많은 발전을 보았지만, 장기적으로 새로운 것을 완전히 개발해야 하는 분야에서는 그렇지 못했다. 이건 소프트웨어와 물리 세계 모두에 해당한다. 예컨대, 수많은 사람들이 웹사이트를 더 예쁘고 쓰기 편하게 만들기 위해 일하고 있고, 그들은 그 일을 아주 잘 해내고 있다. 하지만 인공지능을 개발하는 사람은 많지않다. 제트 엔진의 효율을 높이려는 사람은 꽤 있지만, 제트 엔진을 대체할 완전히 새로운 걸 개발하는 민간인은 거의 없다.


점진적 진보는 좋은 것이다. 누적되고, 결국에는 훌륭한 것을 만든다. 그리고 급진적 혁신보다 성공 확률이 훨씬 높다. 이는 수많은 스타트업들이 성공하는 데 있어 아주 유효한 모델이기도 하다. 2005-2010년 사이 가장 중요한 혁신이라 여겨지는 아이폰도, 어느 정도는 누적된 점진적 진보의 결과다. 하지만 그 안에도 몇 가지 결정적인 '불연속성'이 있었고, 애플은 그것들을 해결하는 데 필요한 만큼의 시간을 들였다. 그들은 "키보드 없는 진짜 OS를 돌리는 폰을 만들고, 모두가 데이터 요금제를 쓰게 하겠다"는 미친 듯한 계획을 단 한 사람이 밀어붙일 수 있는 '사치'를 누릴 수 있었다.


인터넷 기업들이 그렇게 성공한 이유 중 하나는, 작은 변화들을 빠르게 반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게 인터넷 비즈니스의 매력이다. 이게 인터넷 비즈니스의 매력이다. 하지만, 점진적 개선만으로는 절대 도달할 수 없는 영역도 있다.


지금 소프트웨어 업계에서는 오프라인 산업을 온라인화하는 웹사이트나 앱은 돈을 쉽게 끌어모을 수 있다. 물론 이건 진짜 혁신이다. 하지만 작은 걸음이다. 반면, 불확실하고 장기적이지만 큰 보상을 노리는 프로젝트(예:AI)를 위한 자금 유치는 훨씬 어렵다.


하드웨어의 경우, 소비자용 하드웨어를 만든다고 해도 제품을 내놓는 데까지 짧은 시간과 명확한 계획이 있어야 자금 유치가 '그럭저럭' 된다. 하지만 새로운 자동차 회사, 로켓 회사, 에너지 회사 등에 자금을 모으는 건 매우 어렵다.


지금 실리콘밸리의 투자자들은 대부분 "장기 계획"보다 "성장 곡선"에 더 관심이 있다 - 즉, 미래보다 과거에 더 집착한다. 그 이유는 아마도 리스크 회피나 지적 게으름일 것이다. (정확히 말하면 조금 다르다. 복리 성장이라는 건 정말 강력한 힘이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그게 계속될 거라고 믿는다면 그건 현명한 판단이 될 수 있다.) 어쨌든 이런 시선은, 수년간 성장 곡선을 기대하기 어려운 회사를 자금 조달에서 어렵게 만든다.


과거를 보고 미래를 예측하는 건, 공모주 투자자에게는 맞는 전략이다. 그들은 과거 실적을 기반으로 판단해야 한다. 하지만 벤처 투자자는 검증되지 않은 기술과 아이디어에 위험을 감수하고 투자해야 한다. 역설적으로, 지금 세상에선 공모 시장 투자자들이 미래를 두고 가격을 예측하는 걸 좋아하고(때로는 닷컴버블처럼 심하게 데이기도 한다), 반면 벤처 투자자는 벤저민 그레이엄 스타일에 가까워지고 있다.


혁신과 투자 유치의 용이성을 기준으로, 소프트웨어/물리 세계와 단기/장기라는 두 축으로 이루어진 2x2 매트릭스를 그려보면 다음과 같다. 초록색은 좋고, 노란색은 그저 그렇고, 빨간색은 나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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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혁신이 느려졌다고 말하는 건 정확하지 않다. 현실은, 혁신의 에너지가 대부분 단기적 소프트웨어 기회로 쏠렸다는 것이다. 이것은 (대체로) 합리적이다. 지난 수십 년 간 컴퓨터 산업에서 훨씬 많은 성공 사례가 있었기 때문이다. 가상 세계는 물리 세계보다 규제가 훨씬 적다. 따라서 리스크가 낮다. (재미있는 점은, 가장 성공적인 인터넷 비즈니스 중 상당수가 현실 세계와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많은 창업자들은 술 몇 잔 들어간 후 이렇게 말하곤 한다. "나는 몇 년 안에 부자가 되고 싶다." 인터넷은 그만큼 빠르다. 그리고 많은 투자자들은, 이런 점에서 창업자보다 더 심각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컴퓨터는 정말 멋지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여기에 에너지를 집중해도 괜찮을 수 있다. 어쩌면 우리가 더 많은 장기적 기회를 노려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지난 30년 동안 인터넷이 가장 중요한 발명이라면, 우리가 가장 똑똑한 사람들을 이쪽에 집중시킨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이제 우리는 '지금 혁신의 근본적인 문제'로 들어간다. 사람들(창업자, 직원, 투자자들 모두)은 비용이 적고(가상이 물리보다 저렴함), 단기적인 기회를 찾고 있다. 그런데 왜 우리는 이처럼 낮은 비용과 짧은 시간 프레임에 끌리는 걸까?


첫째, 빨리 부자가 되는 건 인간 본능 같은 것이다. 소프트웨어 비즈니스에 투자해서 성공한 사례들이 있었고, 앞으로도 있을 것이다. 소프트웨어는, 물리적 혁신이 절정이던 시대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자본 투자처였다.

우리는 오래도록 '진짜 자본이 투입되는 전쟁'을 겪지 않았다. 그건 정말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나는 항상 놀라곤 한다. 진짜 혁신의 많은 부분이 군사나 안보와 관련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거기서면 사실상 '무제한 예산과 집중력'이 가능하다. 인터넷 자체도 군에서 나왔다.


비인터넷 기업을 위한 규제의 불확실성 역시 문제다. 물론 이건 개선 가능하다. 하지만 인터넷의 자유 수준을 따라잡기는 쉽지 않다.


그리고 어쩌면 가장 중요한 건, 소프트웨어를 활용해 비소프트웨어 세계의 혁신을 유도하는 것이다. 가능한 한 많은 것을 소프트웨어 안에서 해보는 것. 예를 들어, 소프트웨어 기반의 설계 도구는 비용과 개발 주기를 줄여준다. 나는 '짧은 프로젝트 주기'가 거의 항상 옳다고 믿는다. 물리적 제품을 만드는 회사들 중엔 너무 긴 타임라인을 가진 경우가 많은데, 중간 마일스톤도 부족하다.


우리가 할 수 있는 또 다른 일은, 진짜 장기적 투자에 더 보상을 주는 것이다. 직므은 초단기 중심이다. 많은 투자자들이 다음 분기의 수익만 본다. 최근 몇 년 사이 주간 옵션 거래량이 폭증한 것도 그 증거다. 불행히도, 월가의 이런 시선은 벤처캐피털이나 엔젤 투자자까지 피라미드처럼 퍼져나간다. 결국 모든 곳에서 시간 프레임이 짧아지고 있다. 완전히 멈출 순 없겠지만, 장기 보유에 유리한 세제 정책(단기 보유는 불리하게)을 도입하면 분명 도움이 될 것이다.


벤처 펀드는 보통 10년 수명이다. 이걸 15년, 20년으로 늘리면 어떨까? 창업자와 직원의 베스팅 기간도 5년, 6년으로 늘릴 수 있을 것이다.


아니면, 급진적 혁신을 위한 새로운 투자 모델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자본은 언제나 '위험 대비 보상'이 가장 좋은 곳으로 향한다. 지금은 많은 투자자들이 그게 인터넷이라고 믿는다. 위에서 말했듯이, 우리가 혁신이라 부르는 물리적 세계의 돌파적 기술은 대부분 컴퓨터가 없던 시절, 훨씬 덜 매력적인 투자 환경에서 만들어졌다.


투자자들이 지금처럼 단기/저비용 기회를 선택하는 건 합리적인 판단이다. 그래서, 아마도 정부가 더 많은 자금을 '발견'에 써야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지금 정부는 국립연구소나 NIH 같은 곳의 예산을 줄이고 있다.


그리고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분명 더 많다.


나는 컴퓨터 시대의 자식이다. 컴퓨터 없는 삶은 상상도 안된다. 많은 사람들이 컴퓨터를 더 나아지게 하려 일하고 있다는 사실이 기쁘다. 인터넷에서 점진적 혁신이 일어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인류가 인터넷 자체를 만들어낸 그 단절의 추진력(discontinuous innovation)을 잃어버리는 건 너무 안타까운 일이다. 나는 아직 컴퓨터 속에서 살아갈 수 없으니, 진짜 세상도 더 좋아지기를 바란다.



+


요즘 회자되는 STEM(과학, 기술, 공학, 수학) 교육 담론은 대부분 헛소리다. 2013년 6월 20일 현재, Rails(루비 온 레일즈)를 10주 동안 해킹하는 걸 배우는 게 안타깝게도 더 좋은 커리어 선택이다. 반면, 물리학을 10년간 배우는 건 경제적 조상이 훨씬 적다.


지금 세상은 프로그래밍과 그 외의 모든 것으로 나뉜다. 적어도 더 나은 일자리를 위한 계획 관점에서 보자면, STEM은 그냥 컴퓨터 과학이라고 불리는게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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