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화 초보 마을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 (1)
“자, 잠깐만 기다리게!!”
그 말과 동시에 포쉬가 대장간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그러더니 ‘화르륵’ 소리와 함께 화로에서 불길이 치솓았다!
그리고 그 옆엔 검은 숯 칠이 얼굴 곳곳에 묻어 있는, 땀을 비 오듯 쏟고 있는.. 포쉬가 붉게 달아오른 장검을 망치로 내려치고 있었다.
“빨리 무기를 생산해서 마을을 구해.. 아, 어서 오십시오. 모험가님. 뭐가 필요하십니까?”
초보 마을 주특기는 태세 전환인가 보다. 길마는 그런 모습에 소리 없이 웃고 있고 름름은 그저 퀘스트 선택창만 기다리고 있었다.
“그 고블린 놈들이 하필 저의 소중한 망치를 가져갔지 뭡니까. 모험가님을 그걸 찾아주시면 사례를 충분히 하겠습니다!”
름름의 눈에 들어오는 포쉬의 망치. 저건 소중한 망치는 아닌가 보다. 포쉬가 그런 름름의 시선을 눈치챘는지 살짝 뒤로 뺀다.
“아.. 하하 이것 좀 고쳐놓으라고 몇 년 전부터 말했는데.. 개발자 놈들..”
머쓱해진 포쉬를 뒤로 하고 대장간을 벗어난 름름과 길마. 일단 마을에서 받을 수 있는 퀘스트는 모두 수락한 것 같았다.
“자, 그럼 아까 말한 고블린 진지로 가보실까. 어때?”
름름은 뭐가 어떻게 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우선 시키는 대로 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다.
그러자 길마가 름름 앞에 지도 창을 펼쳤다. 신기한 관경이었다. 놀란 름름의 모습에 아랑곳하지 않고 설명하는 길마였다.
“목적지를 선택하면 가는 방향이 나와. 자, 여기를 터치해봐.”
름름이 길마의 지시에 따라 지도에 있는 고블린 진지를 선택하자, 머리 위에 화살표가 등장했다.
“아마 탑승 장비가 있었다면 근처까지 자동 이동도 될 텐데, 결제가 안되니 일단 걸어가야 할 것 같아.”
여전히 무슨 이야기인지 이해하지 못하는 름름이었다. 그렇게 름름과 길마는 고블린 진비 방향으로 향했다. 그때 길마가 물었다.
“근데, 름름. 아까 그건 어떻게 한 거야?”
름름이 무슨 말인지 잘 모른 듯 길마를 쳐다봤다. 그러자 길마가 걸음을 멈춘 후 뭔가를 집어던지는 행동을 보였다.
“그거 있잖아. 부대장 고블린을 집어던진..”
“아..”
왼배지기. 한호가 훈련받은 씨름 기술이었다. 길마는 전혀 모르는 얼굴로 름름을 쳐다보고 있다.
“씨름 기술인데.. 예전부터 훈련받아서 무심결에 쓴 것 같아요.”
“씨름? 힐러 스킬에는 그런 게 없을 텐데..”
름름은 힐러 스킬에 대해선 잘 모르겠지만 길마가 씨름을 모르는 것이 조금 의아했다.
당연히 우리나라 사람이면 씨름을 모를 리가 없는데. 길마는 름름의 생각과 상관없이 말을 이어나갔다.
“아, 맞다. 스킬. 아까 레벨업 했으니 스킬 포인트가 있을 거야.”
“그게.. 뭐죠?”
스킬 포인트. 베르니아 판타지 게임 속에 있는 일종의 성장 시스템이다.
캐릭터는 레벨업 할 때마다 2개의 스킬 포인트를 얻게 되는데, 이를 자신이 원하는 스킬에 넣으면 해당 스킬이 강해지게 된다.
“자, 이게 스킬 창이야.”
길마가 름름의 어깨를 손가락으로 ‘톡톡’ 치니깐 스킬 창이 펼쳐졌다.
그곳에는 1개의 스킬 ‘힐’(Heal)이 보였다. 아직 레벨이 낮아 1개의 스킬만 있었다.
설명 부분에는 ‘5초에 걸쳐 자신 또는 아군의 체력을 30% 회복시킵니다’라고 적혀 있다.
“일단 여기 플러스를 선택하면 돼. 레벨 업할 때마다 까먹지 말고 해 두는 게 좋아.”
어리버리한 름름 때문에 길마는 스킬 창부터 캐릭터 창 등 여러 부분을 함께 설명해야 했다. 덕분에 진행은 더디기만 하다.
(특이한 유저군. 게임에 대해선 정말 하나도 아는 게 없는 것 같네.)
길마는 름름에게 이것저것 설명을 하면서 생각했다. 어떻게 이렇게 모를 수가 있을까 말이다.
“자자, 스킬 강화는 됐고. 아까 보니깐 맨주먹으로 싸우던데 여긴 무기가 없으면 대미지가 안 나와. 인벤토리 다시 확인해봐.”
이번엔 름름이 길마가 가리킨 위치에 있는 허리춤의 작은 가방을 만졌다. 그러자 커다란 인벤토리 창이 눈앞에 펼쳐졌다.
인벤토리 창에는 자신의 가방 내 물품부터 은화, 현재 캐릭터의 모습과 캐릭터 장비 슬롯 등이 함께 보였다.
“아, 무기가 빠져 있네 ‘Lv 01 초보자 지팡이’ 말곤 없으니 이걸 장착해”
길마가 터치해주자 름름 손에 해당 무기가 등장했다. 신기한 장면이었다.
“그리고 아까 얻은 아이템 ‘Lv 02 양질의 사제 복장’도 장착해.”
름름이 이번에 복장을 선택하자 작은 가방 속 옷이 튀어나와 자신을 감쌌다. 순식간에 옷 전체가 바뀌었다.
“복장이 조금 큰.. 것 같은데..”
“아, 그럴 땐 이렇게 하면 될 거야.”
길마가 어깨를 톡 치자 다소 커 보였던 복장이 름름의 체형에 맞게 줄어들었다.
“나름 모바일 게임이지만 커스텀 마이즈는 잘 되어 있어서 복장들은 이렇게 전부 맞춰진다고.”
여전히 알아듣지 못하는 름름. 어쨌든 게임 속에선 복장들이 편리하게 맞춰진다는 말인 것 같다.
복장 확인이 끝나자 길마가 이번에는 공격에 대해 설명했다.
“우선 기본 공격은 적을 보고 공격한다고 하면 되거든. 힐러는 지팡이를 주 무기로 쓰니깐 아마 중거리 공격이 나갈 거야.”
중거리 공격. 평생 씨름만 하던 름름에게는 뭔가 낯선 말이었다. 신체의 일부가 늘어나는 건가. 별 생각이 다드는 름름이다.
“아니, 조금 멀리서 공격할 수 있는 거야. 마법처럼 말이야.”
길마가 양손을 모은 후 서로 반대 방향으로 쭈욱 펼치며 멀리 간다는 식의 행동을 보였다. 름름은 그저 끄덕거리기만 한다.
“공격 방식은 직업마다 달라. 나 같은 파이터는 근접해서 싸우지.”
베르니아 판타지는 파이터와 힐러, 소서러, 아처 등 4개의 직업군이 있다. 이들은 각각 2차, 3차 전직으로 세분화된다.
“저.. 혹시 직업을 바꿀 순 없나요?”
길마가 게임 대한 설명을 하고 있던 중 름름이 말을 꺼냈다.
예상치 못한 질문이었는지 길마는 조금 당황한 눈빛으로 말을 돌리기 시작했다.
름름이 조용히 물었다. 어쨌든 이 생소한 직업보단 길마와 같은 파이터가 나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것 같다.
“한 번 만든 직업은 못 바꿔. 나중에 25 레벨이 되면 2개의 추가 전직이 나오니깐 그때 다시 선택하면 될 거야.”
전직? 름름의 머릿속에는 씨름 선수가 이종격투기 선수로 전향했던 뉴스 기사를 떠올렸다. 하긴 그것도 전직이긴 하다.
(아.. 캐릭터를 새로 생성하면 되는데, 지금 나가면 내 실적이..)
어떤 이유인지 모르지만 길마는 다른 말을 하며 빙빙 돌렸다. 그리고 어려운 게임 용어들을 마구 쏟아내 름름을 헷갈리게 했다.
각종 용어들이 름름의 머릿속을 가득 채우고 있을 때쯤 두 캐릭터는 고블린 진지 근처까지 올 수 있었다.
“름름, 여기부턴 조심해야 해, 적들이 계속 리스폰되니깐. 알았지?”
“리스폰.. 이요?”
리스폰은 MMORPG 내에서 몬스터가 사망한 후 일정 시간 후 그 자리에 다시 몬스터가 등장하는 것을 말한다.
“그래서 여기서부턴 속도가 중요해. 빠르게 눈에 보이는 적부터 치고 가자고!”
길마의 작전은 이랬다. 우선 주변 고블린들을 사냥한 후 곧바로 대장 고블린과 싸워 승리한 후 빠져나오는 것이다.
“아, 그럼 포쉬의 망치와 르네의 상자는요?”
서브 퀘스트 목표였다. 길마는 아마 고블린 진지 이곳저곳을 살펴보거나 고블린을 사냥하면 찾을 수 있을 거라고 답했다.
그렇게 둘의 진짜 첫 번째 사냥이 시작됐다. 름름은 길마를 따라 조심스럽게 고블린 진지 방향으로 다가갔다.
고블린 진지는 3개의 방향에 입구가 있는 전형적인 오픈형 진지였다.
“진지인데.. 꽤나 단순하네요?”
름름이 풀 숲에서 고개만 내밀어 바라본 고블린 진지를 보고 한 마디 꺼냈다. 그러자 길마가 별거 아니라는 식으로 답했다.
“아, 여기서는 다 그래.”
실제 침략을 막기보단 유저들이 쉽게 들어가고 나갈 수 있게 만들어 놓은 형태였다. 편의성을 위한 개발자들의 선택인 것이다.
“혼자보단 둘이서 하면 쉽다고. 그러니 걱정 말고 나만 따라와.”
길마가 자신의 가슴 부분을 손으로 툭툭 친 후 먼저 고블린 진지 방향으로 움직였다. 그곳에는 신참 고블린들이 있었다.
(휴우, 이제 나도 모르겠다.)
름름은 뛰어가는 길마를 뒤쫓으며 생각했다. 뭐라도 하는 것이 맞다고 말이다.
“블레이드!!”
신참 고블린이 사정거리에 들어오자 곧바로 길마가 스킬 ‘블레이드’를 사용했다.
커다란 화염에 둘러싸인 대검을 든 길마가 빠르게 하강해 신참 고블린의 머리를 강타했다! ‘키힉!’ 소리와 함께 날아가는 고블린.
방금 길마가 사용한 ‘블레이드’ 스킬은 파이터 1 레벨부터 사용 가능한 이동 스킬이다.
점프한 후 내리찍는 동작에서 충격파가 나와 직접 타격된 적 외에도 주변의 일부 적을 넘어 뜨리기도 한다.
“됐어! 름름 이제 이 녀석을 공격해!”
름름은 떠올렸다. 공격을 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하는지 말이다.
(머릿속으로 생각하면 된다. 고블린을 공격해! 어서!)
름름이 머릿속으로 주문하듯 생각하자 왼손에 쥐고 있던 지팡이에서 푸른 안개 같은 효과가 흩날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기운은 자신의 몸을 타고 지나가 오른손 끝에 몰렸다. 름름은 자신도 모르게 고블린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
그러자 오른손에서 모인 푸른 기운이 단단한 유리 형체처럼 돼 발사됐다!
‘키힛!!’
푸른 섬광이 쓰러진 고블린의 몸통을 가격했다. 유리 같은 파편이 사방으로 흩어진 후 사라졌다. 고통스러워하는 고블린.
(우, 우와 신기하다!)
름름은 놀란 듯 자신의 손과 지팡이를 번갈아 바라봤다. 한호에겐 정말 신세계였다.
“멈추지 말고 계속 공격해!”
길마가 쓰러진 신참 고블린을 대검으로 내려 찍은 후 름름을 보며 외쳤다.
름름이 다시 힘을 주자 또 다른 푸른 섬광이 고블린에게 날아가 ‘팍!’ 소리와 함께 깨져 흩어졌다.
그러자 맥을 못 추던 고블린이 쓰러진 채 서서히 사라졌다. 그리고 그 자리엔 몇 개의 은화 덩그러니 남았다.
고블린의 비명 소리를 들어서일까. 주변에 있던 고블린들이 름름과 길마가 있는 곳으로 몰려오기 시작했다.
그중 가장 앞에 있던 고블린이 길마에게 엉성한 돌도끼를 휘둘렀다. 살짝 스치듯 피한 길마는 곧장 반격에 나섰다!
“레벨도 낮은 주제에!! 블로우 소드!”
현재 5 레벨인 길마는 총 2개의 스킬을 가지고 있다. 이 게임은 5 레벨마다 새로운 스킬이 개방된다.
파이터의 두 번째 스킬은 ‘블로우 소드’다. 대검을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대각선 방향으로 크게 휘두르는 범위 공격 스킬이다.
특이한 점은 공격에 맞은 적이 ‘도발’이라는 디버프에 걸리게 된다는 점이다.
길마가 되받아치듯 대검을 휘두르자 그 자리에 붉은색 잔상이 꼬리를 물 듯 지나갔다. 바로 앞 고블린이 크게 휘청거렸다!
“아, 조심해요!”
름름이 길마를 보며 외쳤다. 길마가 앞에 집중하던 사이 다른 한 고블린이 뒤에서 그를 공격한 것이다. ‘백 어택’ 문구가 떴다!
백 어택(Back attack)은 후방에서 적을 공격하면 발동하는 상황으로 약 30%의 추가 대미지를 받게 된다.
“이것들이! 름름 힐 부탁해!”
레벨은 낮지만 다수의 적이 달려드니 길마도 다소 고전하는 모양새다. 름름에게 곧바로 도움을 요청한다.
(힐은 어, 어떻게 쓰는 거야?)
름름은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생각으로 난전 중인 길마 옆으로 뛰어갔다. 그리고 길마의 손을 덥석 잡았다.
다소 어이없는 상황에 길마는 물론 주변에 있던 신참 고블린들도 당황한 듯 보인다.
“힐!”
그러자 길마의 몸에서 녹색 안개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길마의 체력 게이지가 성큼성큼 올라가고 있다.
“아, 이렇게 하는 거구나! 신기하다! 신기해!”
매우 기쁜 듯 름름이 길마를 손을 잡고 환호성을 내지른다. 아마 길마의 표정을 보지 못해 계속 이러고 있는 름름이 아니었을까.
괜히 중거리용 캐릭터였을까. 힐도 공격 거리가 닿는 위치라면 어디서든 사용해줄 수 있다. 굳이 손을 안 잡아도 말이다.
름름의 활약(?) 덕분에 두 캐릭터 모두 신참 고블린들에게 둘러 쌓이는 상황이 됐다.
“카학! 저놈들이 우릴 대놓고 무시했다!”
“고블린의 무서움을 보여주자!”
한 마리의 고블린이 외치자 멈칫했던 고블린들이 일제히 몰려들기 시작했다. 사방에서 돌도끼와 몽둥이가 날아들어왔다.
“아앗! 뭐, 뭐야! 이거 어떻게 해요?!”
작은 몽둥이 공격이지만 여러 번 연속으로 맞으니 제법 체력바가 내려갔다. 힐러 특성상 방어력이 약한 것도 그 이유였다.
“혹시 물약 있어? 빨리 그걸 먹어”
길마가 공격하는 고블린들을 대검으로 후려치며 말했다. 그러나 난전 상황에서 회복 물약을 마시는 건 쉽지 않았다.
름름이 고전하자 길마가 한쪽에 공격을 집중했다. 포위를 뚫기 위함인 것 같다. 그리고는 슬쩍 자신의 스킬 상태를 확인했다.
“조금만 버텨, 곧 쿨타임이 끝나니깐!”
마구마구 사방으로 공격을 쏴대는 름름. 그러나 제대로 보지 않고 쏘는 상황이라 고블린들을 맞추지 못하고 있었다.
“저 힐러는 우릴 무시하고 있다!”
“본떼를 보여주자!! 오우우우!”
그러자 고블린들이 름름 쪽으로 몰려와 일제히 공격을 시도했다. 체력이 얼마 없는 름름이 두 눈을 질끈 감았다.
“닥쳐 이놈들아! 블레이드!”
름름 머리 위로 길마가 날아오르듯 솟구쳤다! 그리고는 화염에 휩싸인 대검을 내리찍듯 지면으로 빠르게 하강했다!
‘콰아앙!’
‘키히, 키륵!’
정확하게 스킬을 고블리 무리에게 명중했다. 3마리의 고블린들이 충격파에 밀려 미끄러지듯 지면에 뒹굴었다.
“큭, 저 파이터 놈이 강하다! 막아!”
놀란 고블린들이 몸을 일으키며 소리치고 있다. 그러나 벌써 길마는 고블린들 사이로 와 공격을 준비하고 있었다.
“이번엔 블로우 소드다!!”
정면 180도 방향을 한 번에 베어내는 스킬 공격이 쓰러진 고블린들 사이에서 발동됐다. 붉은 잔상이 검이 지나간 흔적을 보여줬다.
잇따라 고블린들의 비명이 터져 나왔다. 그중 한 마리는 일어나 반격하려는 듯 몸을 들었지만 이내 맥없이 풀썩 쓰러져 사라졌다.
그렇게 고블린이 사라진 자리엔 은화들이 떨어졌다. 요란했던 름름과 길마의 첫 파티 전투가 이렇게 끝났다.
“자 겨우 몇 마리 잡은 거야. 방심하지 말고.”
고개를 끄덕 거리는 름름. 그리고는 자신의 손을 맞잡고 힐을 외쳤다. 그러자 자신의 몸 주변으로 녹색 안개가 피어올랐다.
길마는 회복 물약을 하나 꺼내 마셨다. 작은 병에 있는 붉은 액체가 길마의 입을 통해 사라졌다.
“름름. 적들이 다시 리스폰되기 전에 대장 고블린을 찾아야 해.”
길마가 다시금 앞장서자 름름이 뒤에 따라붙었다. 아마 운동선수라 본능적으로 ‘작전’을 수행하는 것 같다.
(씨름의 단체전과는 완전히 다르네.)
름름, 아니 한호의 심장이 두근거렸다. 평소 느낄 수 없는 파티 전투만의 색다름 때문이었다.
감독과 코치의 조언을 바탕으로 혼자 겨루는 씨름과 달리 서로의 뒤를 지켜주고 협력하는 과정은 정말 신선했다.
“아, 상자 발견!”
길마가 름름을 보며 말했다. 길마가 가리킨 곳에는 상체만 한 나무 상자가 놓여 있었다. 그 위엔 친절하게 ‘르네 상점’이라고 적혀 있다.
“너, 너무 큰데, 이건 어떻게 들고 가죠?”
름름이 길마에게 물었다. 길마의 표정이 조금 흔들렸다. 아마 이런 것도 알려줘야 하나 싶은 생각이 들어서 인 것 같다.
“그냥 인벤토리에 넣으면 돼. 어차피 1칸만 차지해!”
정말 그랬다. 름름이 은은하게 빛나는 상자를 만지자 손바닥만큼 작아진 후 가방으로 들어갔다.
름름이 신기한 눈으로 인벤토리 창을 바라보고 있자 길마가 와서 끈 후 어서 가자는 식으로 손짓한다.
“아마 포쉬의 망치도 여기 어디쯤 있을 텐데?”
름름과 길마가 주변을 여러 번 살펴봤지만 망치 흡사한 물건을 눈에 띄지 않았다.
“잠깐, 이벤트 신 나온다. 놀라지 마.”
이벤트 신? 름름이 무슨 말인가 싶어 길마를 쳐다보자 주변이 갑자기 깜깜해졌다. 일종이 화면 전환이었다.
다시 밝아지자 두 캐릭터 앞엔 커다란 통구이 돼지가 올려져 있는 탁자 뒤에 앉아 있는 대장 고블린이 보였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