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벨보단 이 세계 씨름 힐러!6화

6화 첫 던전, 탄광으로 향하다 – (2)

by 겜노인

“어라? 한 번만에 퀘스트 완료네요?”


름름이 한 번에 쏟아진 퀘스트 아이템을 챙기며 말했다.


이는 개발사의 배려였다. 7년 넘게 서비스된 이 게임은 여러 번의 패치를 통해 퀘스트 완료를 쉽게 할 수 있도록 수정했다.


다소 지루할 수 있는 퀘스트 과정을 최소화시켜 유입된 유저의 이탈율을 최대한 줄이기 위함으로 보인다.


“게임 서비스는 참으로 신기하네요.”


름름에겐 이런 과정 모두가 신선한 경험이었다. 길마 역시 단삼 뿌리 및 은화 등을 주섬주섬 챙기고 있다.


“름름, 퀘스트 완료했으면 가야지. 뛰어.”


그렇게 말한 길마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탄광 방향으로 전력 질주하기 시작했다. 아마 아직도 단삼이 무섭긴 한 것 같다.


그렇게 두 캐릭터는 초원 중심부에 있는 단삼 구역을 빠르게 빠져나갔다.


한숨 돌린 두 캐릭터. 앞서 걷는 길마에게 름름이 생각난 게 있는 듯 물었다.


“그러고 보니 길마형. 점검의 산은 어떻게 갈 수 있어요?”


가던 길을 멈추는 길마. 잠시 생각하더니 름름을 보며 말을 꺼냈다.


“아마, 점검 시간이 되면 알 수 있겠지.”


사실 길마에게도 점검의 산은 낯선 곳이었다. 그곳으로 가는 캐릭터들도 드물었고, 최근 몇 년 간의 별다른 소식도 듣지 못했다.


베르니아 판타지는 매주 월요일 새벽 01시부터 05시까지 정기 점검을 진행했다. 업데이트가 많던 시기엔 더 오래 걸렸다.


“내일 진행되는 건 임시 점검이니깐 따로 공지를 확인해봐야 할 것 같아.”


길마가 그러하듯 고개를 끄덕거렸다. 시간이 되어야 알 수 있다는 길마의 말에 살짝 걱정되는 름름, 아니 한호였다.


(점검이 된다는 건 어떤 느낌일까.)


다시 걸음을 재촉한 두 캐릭터. 어느새 탄광 주변에 도착했다.


“아, 여기서부턴 조심해야 할 것 같아.”


길마가 슬쩍 몸을 낮춘 후 탄광 주변을 조심스럽게 살펴봤다. 름름도 따라 하듯 몸을 낮춰 조심스럽게 움직였다.


두 캐릭터 앞에는 탄광 입구와 탄광을 실어 나르는 목탄차, 삽과 곡괭이들, 그리고 그 주변을 어슬렁 거리는 캐릭터들이 있었다.


“저기, 사람인 것 같은데요?”

“아냐, 저건 그냥 도적 몬스터라고.”


계속 고블린과 단삼 같은 괴물들만 보다가 사람 형태를 처음 본 름름. 그러나 저들도 엄연한 몬스터 캐릭터였다.


탄광 주변에는 5 레벨 수준의 도적 몬스터가 출몰하는데 근접 공격을 하는 단검 도적과 사격을 하는 궁수 도적으로 나눠진다.


근거리, 장거리 몬스터가 함께 공격하기 때문에 유저에게 최초의 팀 단위로 공격해 오는 방식의 적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서부턴 파티를 맺어 사냥하는 게 중요하지, 전략적으로 적을 공략할 필요가 있어.”


제법 많은 적이 있기 때문에 길마는 작전을 제안했다. 탄광의 입구까지 가는 동안 적과 조우 시 궁수 도적부터 없애는 걸로 말이다.


작전은 이랬다. 길마가 먼저 블레이드 스킬로 궁수 도적을 공격한 후 블로우 소드로 도발을 걸어 자신에게 공격을 집중시킨다.


그 후 름름이 따라와 통상 공격으로 궁수 도적을 추가로 공격하고 혹시나 길마가 많은 대미지를 입을 경우 힐을 써주는 식이었다.


“아까 식물을 상대할 때처럼 하면 될 거야. 대신 적이 너에게 몰려들지 않도록 주의해.”


탄광 주변에 있는 도적 무리는 2~3명씩 뭉쳐 있었다. 길마가 충분히 도발로 시선을 끌면 그때 름름이 공격하자는 것이었다.


“저기 앞쪽의 도적 무리부터, 처리하자.”


여전히 몸을 낮춘 길마가 손으로 가리킨 방향에는 단검 도적과 궁수 도적 각각 1명씩 서 있었다.


“자, 한 방 먹여주자고!”


길마가 나서려는 듯 몸을 일으킬 때였다.


“잠깐만요!”


름름이 나서는 길마의 갑옷을 잡아당겼다. 깜짝 놀란 길마가 입 모양으로 ‘왜?’라고 말한다. 몸을 다시 낮추라는 름름.


“왜 그래? 내가 먼저 가면 넌.. 으읍”

“아니, 조용히 좀 해봐요.”


름름이 손바닥으로 길마의 입을 막는다. 그러더니 ‘쉿!’ 하고는 남은 손으로 아까 그 도적 무리 쪽을 가리킨다.


입이 막힌 채 눈만 스윽 움직이는 길마. 그때 나지막이 도적 무리가 나누는 이야기가 들렸다.


“뭐, 우린 나오는 놈들만 잡으면 되잖아.”

“그러니깐, 이렇게 쉬운 일이 어디 있겠어?”


무슨 이야기일까. 길마가 름름의 손을 잡아 살짝 내린 후 조용히 말했다.


“탄광에 있는.. 광부 이야기 같은데..”

“근데 안에서 나오길 기다린다고 하잖아요.”


이상했다. 오히려 탄광 내부에선 도망갈 곳도 없을 텐데, 굳이 기다리면서까지 잡겠다니. 그리고 쉬운 일이라고 표현한 것도 그랬다.


“혹시, 탄광에 무슨 일이 있는 거 아닐까요?”


름름이 그렇게 말하자 길마는 그들의 대화를 잠깐 더 들어보자는 식으로 답변했다.


“근데, 그놈들 믿을 수 있을까?”

“뭐, 아.. 그 소환석 준 사람들?”


소환석은 뭐고, 그걸 준 사람이 있다는 건 무슨 뜻일까. 전후 사정을 모르는 름름과 길마는 이해하기 어려운 대화였다.


“일단, 저놈들부터 처리해야겠어.”

“넵.”


주변에 다른 적이 없는 걸 확인한 길마가 먼저 뛰쳐나갔다. 그리고 곧바로 블레이드 스킬과 함께 방심하던 두 도적을 날려버렸다.


“름름! 공격해!”


손에 지팡이를 소환하며 뛰어나온 름름이 쓰러진 도적들 중 활을 든 적부터 먼저 공격했다. 쓰러진 도적은 공격에 비명을 질렀다.


“기, 기습이다! 막아!”


그러나 방심한 도적들은 상대가 되지 않았다. 오히려 블로우 소드에 시선까지 잡혀 대검 공격과 름름의 통상 공격 모두를 허용했다.


그렇게 름름과 길마는 스킬 쿨타임을 적절히 확인하면서 주변의 도적 무리 3개를 일망타진했다. 꽤나 괜찮은 성과였다.


탄광 입구 근처의 마지막 도적이 비명과 함께 서서히 사라지자 그제야 길마는 대검을 등에 다시 장착했다.


“휴우, 나쁘지 않았어.”


손으로 땀을 훔쳐낸 길마 옆으로 름름이 탄광 입구를 바라보고 있다. 왠지 어지러운 듯 정돈되지 않는 모습이었다.


“길마형, 여기 광부들은 어디로 갔을까요?”


탄광 자원은 레투나 마을의 대표적인 수익원이었다. 당연히 매일 사람들이 출근해 일을 하는 곳이다.


“도적 무리도 이상했지만 사람이 한 명도 안보이니깐 더 이상한데..”


길마가 그렇게 말하며 탄광 입구 근처의 목탄차를 살펴본다.


“사, 살려주세요!!”


그때였다. 탄광 입구로 황급히 어떤 남자가 뛰어나왔다. 검은 작업복에 얼굴 곳곳에 검은 분진이 묻어 있는 모습, 광부였다.


길마가 뛰어가 쓰러질 듯한 그를 떠받쳐 일으켜 세웠다. 그는 길마를 보자 절규하듯 외쳤다.


“안에, 동료들.. 그들을 구해주세요!”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이 틀림없었다. 길마는 그를 목탄차에 기대에 앉게 한 후 름름을 쳐다보며 들어가자고 했다.


끄덕거리는 름름. 그리고 그 둘은 탄광 안으로 향했다.


그러나 이런 심각한 분위기가 달리 탄광은 이 게임에서 첫 번째 만날 수 있는 던전으로 다양한 보상을 받을 수 있다.


뛰어 들어가는 름름에게 길마가 말했다.


“여긴 던전이라, 들어가면 전투를 완료할 때까진 빠져나올 수 없어. 준비됐어?”


괜찮다듯 름름이 연신 고개를 끄덕거린다. 왠지 모를 정의감이 감도는 름름. 길마가 알겠다는 탄광 안으로 진입했다.


름름, 아니 한호의 성격은 어릴 때부터 그랬다. 어릴 때부터 씨름으로 유명해지만 우쭐되지 않았고, 나쁜 일에도 가담하지 않았다.


그런 성격 때문에 도움을 요청한 광부의 말에 즉각 반응하듯 탄광으로 향했던 것이다.


두 캐릭터가 입구로 가자 ‘던전에 들어가시겠습니까?’ 안내 문구가 나왔다. 름름과 길마는 망설임 없이 ‘수락’을 눌렀다.


그러자 순식간에 주변이 캄캄해졌고, 약간의 시간이 지난 후 두 캐릭터는 탄광 안에 서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눈에 보이는 탄광은 생각보다 매우 컸다. 높은 천장과 여기저기 탄광 장비들이 쌓여 있었다. 박쥐 등의 생물도 보였다.


“너무 어두운데요.”

“아, 곧 불이 켜질 거야.”


그 말과 함께 어두웠던 주변이 전등을 킨 것처럼 환해졌다. 완전히는 아니어도 사물 구분이 가능할 정도로 시야가 확보됐다.


름름과 길마는 환해진 탄광 안으로 천천히 걸어 들어갔다. 낯선 곳이라는 긴장감이 둘의 행동을 조심하게 만든 것 같았다.


“산통 깨는 것 같아 미안하지만, 가는 길에 철광석 있으면 잊지 말고 챙겨.”


이와 중에도 퀘스트를 생각하는 길마, 역시 인공지능 봇다운 모습이었다.


름름이 그런 길마의 모습에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하긴 심각해 보이지만 이건 게임이니깐. 덕분에 여유가 조금 생긴 름름이었다.


* * *


“미래야, 그래도 밥은 먹어야지..”

“…….”


그 시각, 현실 세계에서는 한호의 친구인 미래가 방구석에 앉아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잠긴 문 밖에서 애타게 미래의 엄마가 불렀지만 그녀는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고 주저앉아 있기만 했다.


(어, 어떻게 된 거야, 강한호..)


‘오늘 도심 외곽 산호 언덕 근처에서 버스가 미끄러져 추락한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이 사고로 운전기사 포함 4명이 다치고, 1명이 실종됐습니다.’


이때만 해도 미래는 대수롭지 않은 사고라고 생각했다. 뉴스에서 강한호의 이름이 나오기 전까지는 말이다.


‘실종된 사람은 오늘 열린 동계 유망주 씨름대회에 참가해 청소년부 우승을 차지했던 강한호 학생으로 평소 씨름…’


“어머, 미래야, 저거.. 한호 아니니?”

“전, 전화해볼게. 엄마.”


방으로 뛰어가듯 들어간 미래가 스마트폰을 열어 한호 번호를 찾아 통화를 시도했다.


‘전화기가 꺼져 있어 삐 소리 후 음성 사서함으로 연결합니다.’


하지만 통화음도 울리지 않고 곧바로 음성사서함 연결 안내가 나왔다. 몇 번이나 다시 했지만 여전히 같은 상황만 반복됐다.


‘경찰은 사고 당시 목격자들의 진술을 토대로 실종된 사람의 신원 확보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주저앉아 울고 있는 미래의 옆 스마트폰에는 한호와 그녀를 걱정하는 메시지가 담긴 알람이 계속 울리고 있다.


그러나 미래의 귀에는 들리지 않는 것 같았다. 어찌 할 바를 모를 친구의 실종. 미래에겐 큰 충격이었다.


(한호야, 너.. 어디에 있는 거야?)


* * *


“름름, 왜 그래?”


탄광 깊숙한 곳으로 들어가던 름름이 발길을 멈췄다. 누군가 자신을 애타게 찾는 것 같은 기분을 느꼈기 때문이다.


“여기부턴 집중해야 돼. 알았지?”


길마가 다시 한번 상황을 환기시켜준다. 름름은 알겠다듯 고개를 끄덕거렸지만 이상한 기분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그러고 보니 가족이나 친구들이 어떨지 걱정되네..)


이곳에 적응하는 동안 잊고 있었던 현실 세계 속 인연들. 그들에게 사고 소식이 전해졌을 생각을 하니 가슴 한쪽이 쓰리듯 아팠다.


(그래도, 포기하지 말자. 강한호. 분명히 방법이 있을 거야.)


한호는 다짐했다.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 가족, 친구들의 품으로 돌아가겠다고.


름름과 길마는 다시 앞으로 나아갔다. 탄광 곳곳에는 사람의 흔적들이 다수 보였다.

“전부 어디로 간 거지?”


길마가 떨어진 장갑을 살펴본 후 다시 내려놓으며 말했다. 섬뜩할 정도로 탄광 안은 조용했다. 그때였다.


‘으어.. 어어.. 으으’


너무 낯선 소리. 름름은 자기도 모르게 소리가 울려 퍼지는 쪽으로 몸을 돌렸다.


“몬스터인 것 같다. 준비해.”


길마가 자신의 대검을 꺼내 앞으로 내밀며 말했다. 그러나 적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길마형, 어디죠?”


길마가 소리가 울리는 부분을 찾기 위해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근데 소리는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서 들렸다. 설마..


“발 밑 조심해!!”


길마가 름름을 밀친 후 자신도 뒤로 빠르게 물러났다. 둘이 벗어난 자리에는 검게 썩은 살점이 보이는 팔이 지면에 올라와 있었다.


“머, 뭐예요?!”


겨우 쓰러지지 않은 름름이 지팡이를 꺼내 공격 자세를 취했다.


‘으어어어..’


기분 나쁜 울음소리와 함께 지면 아래에서 흉측하게 썩은 손들이 마구 올라왔다.


좀비였다. 산자를 먹기 위해 무덤을 파고 나온다는 이 몬스터는 무리를 지어 집요하게 생명체를 쫓아오는 걸로 유명하다.


“설마, 아까 말한 소환석이.. 이거였나?”


길마가 름름과 함께 뒤로 물러나며 말했다. 탄광에 소환된 좀비, 도적 무리가 광부를 공격하기 위해 계획한 행동이었다.


그러는 사이 어느새 름름과 길마의 주변으로 7마리의 좀비가 지면 위로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느리지만 손과 입 등에 독이 있어. 주의해.”


길마의 말처럼 이 게임 내 좀비들은 공격당한 상대방에게 확률에 따라 중독을 일으키게 한다.


중독된 아군은 정해진 시간 동안 계속 일정 체력을 잃기 때문에 무엇보다 공격에 당하지 않는 것이 중요했다.


“내가 막을 테니 지원해줘!”


길마가 대검을 고쳐 잡은 후 가장 먼저 걸어오는 좀비를 베어내듯 공격했다.


그러나 충격과 상관없이 좀비들은 계속 길마 방향으로 이상한 울음소리와 함께 조금씩 다가왔다.


“저 녀석들 름름 너보다 레벨이 높다, 혹시 위험하다 싶으면 크게 물러나야 돼!”


사정거리에 먼저 들어온 좀비를 향해 자신의 공격을 명중시킨 름름이 길마를 향해 고개를 끄덕거린다.


그러나 상황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다. 여전히 좀비들은 꾸역꾸역 길마와 름름 쪽으로 전진해왔다.


(이거 난감한데..)


길마가 걱정하는 건 ‘중독’이었다. 사실 이런 속성 공격을 해소하는 물약이나 스킬이 있다면 좋겠지만 파티 누구도 없었다.


특히 힐러 5 레벨에 해금되는 ‘큐어’ 스킬 생각이 간절하게 났다.


큐어 스킬은 힐러 5 레벨에 해금되는 추가 기능으로 중독, 출혈, 화상, 감전 등의 디버프를 없애주는 파티에 꼭 필요한 스킬이다.


“크윽!”

“길마형!!”


순간적으로 벌어진 일이었다. 2명의 적을 동시에 공격하던 길마 옆으로 어느새 좀비가 다가와 공격한 것이다.


“조금만 버텨요! 치료부터 할게요!”


공격을 멈춘 름름이 힐 스킬을 길마에게 사용했다. 공격을 당했지만 다행히도 중독에는 걸리지 않은 것 같았다.


“제길 계속 오는군! 받아라! 블로우 소드!”


몸을 약간 돌린 길마가 3마리의 좀비가 동시에 피격되도록 스킬을 시전 했다. 대미지와 도발이 먹혔지만 좀비들은 물러서지 않았다.


무서운 점은 잠시만 방심해도 어느새 소리 없이 주변까지 다가오고 있었다는 점이다.


길마가 3마리의 좀비와 사투를 벌이는 사이, 남은 4마리는 름름 방향으로 가고 있었다.


“여, 여기에도 좀비가 있어요!”


름름이 조금 물러난 후 통상 공격을 잇따라 사용했지만 낮은 레벨 탓인지 좀처럼 대미지를 주지 못했다.


‘아악!’


그 순간 좀비 한 마리가 뼈가 드러난 팔을 들어 름름에게 휘둘렀다. 순간적으로 몸을 틀어 피했지만 팔 부분에 맞고 말았다.


름름이 다시 뒤로 힘껏 물러났다. 팔 부분이 욱신거렸다. 처음 받는 고통이었다.


(뭐야, 진짜 아픔이 느껴지잖아.)


지금까지 름름은 길마의 노력과 순간적인 씨름 폭주 때문에 대미지 한 번 입지 않았다.


그래서 전투에서 받은 상처가 정말로 아플 거란 생각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럴까. 아까까지만 해도 움직이던 발이 굳어버린 것처럼 움직이지 않았다.


몰려드는 좀비들 사이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모습은 길마의 눈에도 들어왔다.


“제길, 블레이드!!”


자신의 앞 3명을 제쳐두고 길마가 름름 주변의 좀비가 있는 곳으로 날아와 공격했다.


‘콰아앙!’


불꽃이 더해진 강한 내려찍기 공격이 름름 앞에 있던 4마리의 좀비를 전부 날려버렸다!


사방으로 흩어지듯 날아가 나뒹구는 좀비들, 그러나 그들의 얼굴에선 고통 따위는 느껴지지 않았다.


“괜찮아?, 어서 회복부터 해!”

“길마형, 아파요. 진짜 아픔이 느껴졌어요!”


길마에게 외치듯 말하는 름름의 표정에서 당혹감이 보였다. 그 순간 름름이 휘청거린다.


“중독이다!”


길마가 휘청거리는 름름을 잡았다. 혹시 몰라 인벤토리를 확인했지만 해독제는 없었다. 급한 데로 물약을 꺼내 름름에게 건넸다.


“빨리 마셔, 안 그러면 체력이..”

“어.. 어지러워.. 길마.. 형.”


순간 름름의 손에서 회복 물약이 미끄러지듯 바닥으로 떨어졌다. 남은 체력 0. 름름이 길마의 손에서 벗어나 바닥에 주저앉았다.


(나, 주, 죽는 건가?)


“름름!!!”


자신의 이름을 외치는 길마가 조금씩 흐려지더니 이내 보이지 않게 됐다. 어둠과 적막만이 름름의 머릿속에 남았다.


‘캐릭터가 사망하였습니다.’


“……….”


어두컴컴한 공간.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공간에 오직 름름, 아니 한호가 누워있다.


아까와 같은 게임 캐릭터가 아닌 실제 한호의 모습이었다.


그때 어디선가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이야, 눈을 떠라.”


천천히 떠지는 한호의 눈. 그 앞에는 작은 불빛이 천천히 움직이고 있었다.


그러더니 이내 시야에서 벗어나 한호의 발끝 방향으로 날아가기 시작했다.


몸을 일으키는 한호. 자신의 다리와, 사고 당시 입고 있던 옷이 보였다. 다시 커진 손바닥도 눈에 들어왔다.


(어, 나다. 내 모습으로 돌아왔어.)


“아이야, 이쪽으로..”


차분하고 편안하지만 근엄 섞인 목소리였다. 하지만 누군지는 알 수 없었다. 그때 한호의 앞으로 빛이 날아왔다.


그리고 자신을 따라오라는 듯, 앞에서 빙글빙글 돈 후 한호가 바라보는 방향으로 다시 천천히 날아가기 시작했다.


몸을 일으킨 한호.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오직 작은 빛만이 있는 공간. 그러나 무섭거나 두렵지 않았다. 따뜻하고 포근했기 때문.


빛을 따라 천천히 걸었다. 빛이 안내한 방향 쪽으로 희미한 사람 형체가 보이기 시작했다.


“너구나, 특별한 아이가.”


사람 형체 근처로 빛이 날아가자 모습이 드러났다. 그곳에는 작은 신체에 긴 수염과 눈썹을 가진 노인 한 분이 서 있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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