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벨보단이 세계씨름 힐러!9화

9화 새로운 도전, 예상치 못한 등장 – (1)

by 겜노인

그런 길마의 질문에 답하듯 름름이 씩 웃으며 말했다.


-초등학교 씨름 훈련장


초등학생 한호가 자신보다 덩치가 큰 중학생과 연습 시합을 앞두고 있었다. 연습이지만 한호의 얼굴은 긴장한 표정이 역력했다.


이를 본 감독이 다가와 한호에게 말을 건넸다.


“무서울 거야. 하지만 내가 말한 대로만 하면 넌 분명히 이길 수 있단다.”

“저, 정말이요?”


긴장을 풀라는 의미로 감독은 어린 한호의 어깨를 가볍게 주물러줬다. 그리고 귓속말로 무언가를 이야기하는 감독.


“지, 진짜죠! 감독님 말대로 할게요.”

“그래.”


활짝 웃는 감독의 모습에 어린 한호는 자신감을 얻었다. 씨름판으로 들어가는 한호와 중학생 선수.


덩치 차이는 제법 났다. 어린 한호는 겨우 샅바를 잡고 일어설 수 있었다. 긴장감이 흐르는 순간이었다.


“준비… 삐삑!!”


심판의 호각 소리가 훈련장을 가득 채웠다! 시합과 동시에 중학생은 강하게 한호를 밀어붙였다.


‘삐이익!!’

“청 샅바 승!!”


충격적인 결과였다. 모래에 엎드려 있는 건 중학생 선수였다. 너무 순식간에 벌어진 거라 관전하던 연습생 모두의 입이 떡 벌어졌다.


“뿌려치기에요.”

“뿌려치기?”


름름이 활짝 웃었다. 당시 시합에서 덩치가 중학생은 무리할 정도로 과하게 한호를 밀어붙였다.


그때 한호는 몸을 낮춰 들어오는 상대 선수의 타이밍에 맞춰 오른손을 바깥으로 돌린 후 허리샅바를 잡았다.


그리고 들어오는 힘을 역 이용해 돌리듯 좌측으로 뿌리쳐 넘겼다.


구울은 워낙 강한 힘으로 들어왔고, 프로 씨름 선수처럼 대처할 수 없었기에 더욱 강하게 바닥에 내동댕이 쳐진 것이다.


특히 름름이 강하게 누르면서 구울의 앞면은 더욱 크게 바닥에 찍혔다. 적은 쓰러진 채 등을 내줬고, 이어 블레이드가 들어간 것.


“흠..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

“괜찮아요. 나중에 가르쳐 드릴게요.”


이번 건 름름이 각성해서 사용한 기술이 아니었다. 몸에 습관처럼 베인 훈련 동작을 그냥 쓴 것뿐이었다.


하지만 자칫 실수라도 했으면 한 방에 즉사할 수도 있었다. 최대한 자제해야겠다고 생각하는 름름이다.


“전리품과 철광석, 그놈의 식물 뿌리까지 챙겼으니 마을로 돌아가도 되겠네.”


두 캐릭터는 걸음을 옮겨 탄광 밖으로 향했다. 잠깐의 로딩이 지나간 후 밝은 빛이 쏟아졌다. 환한 초원이 그들을 맞이했다.


지도를 펼쳐 마을 위치를 확인한 길마는 름름과 함께 걸음을 재촉했다. 사이사이 단삼과의 조우가 있었지만 무사히(?) 지나갔다.


“저기 오는군요.”


마을 입구 쪽. 드류 촌장과 아르네 수녀가 모험가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아, 저기 수녀님이네요.”


름름이 걷던 도중 입구 쪽에 있는 수녀와 촌장을 발견하고는 가볍게 인사했다.


“다시 한번 저희를 도와주신 점 감사드립니다.”


마을에 돌아온 름름과 길마는 마을 사람들의 성대한 환영을 받았다. 광부들은 물론 그들의 가족들도 나와 감사의 뜻을 전해왔다.


름름은 예상하지 못한 마을 사람들의 환대에 쑥스러운 듯 연신 고개를 숙였다.


그곳에는 포쉬와 르네도 있었다. 둘은 름름과 길마에게 다가와 엄지를 치켜세우며 칭찬했다.


“하지 마, 누가 보면 나라 구한 줄 알겠네.”


길마가 민망한 듯 연신 손사래를 친다. 그때 르네가 길마를 보며 놀란 듯 말했다.


“어멋, 웬일이야. 길마가 이걸 다 가져오고.”


단삼 뿌리. 길마가 생각이 난 듯 후다닥 인벤토리에서 꺼내 르네에게 넘겼다.


활짝 웃는 르네와 달리 길마의 표정은 그저 그렇다. 꼭 애써 입만 웃는 것 같다.


름름은 포쉬에게 철광석을 전달했다. 기분이 좋은지 포쉬가 멈추지 않고 계속 엄치를 치켜세웠다.


이로 인해 름름과 길마는 퀘스트 진행 보상으로 경험치를 획득해 각각 름름은 5 레벨, 길마는 7 레벨이 됐다.


름름은 이제 ‘큐어’라는 스킬을 가지게 됐다. 둘은 획득한 2개 포인트를 넣어 각각의 스킬을 강화시켰다.


모든 정리가 끝나자 대장장이 포쉬가 름름 일행에게 다가와 말했다.


“자, 그럼 약속대로 강화를 알려주지. 날 따라와.”


름름과 길마는 포쉬를 따라 대장간으로 이동했다.


포쉬를 따라 대장간에 도착한 름름과 길마. 대장간은 평소보다 더 뜨거운 열기로 가득 차 있었다.


“역시 마을엔 모험가가 있어야 해, 그래야 이렇게 활기가 돌잖아!”


포쉬가 뜨거운 화로에 장작을 석탄을 하나 던져 넣으며 말했다.


맞는 말이다. 여행지에도 사람이 오지 않으면 낙후되듯 게임 속 마을도 유저들이 계속 오지 않으면 점점 기운을 잃어갈 것이다.


“그러니깐, 름름에게 감사하라구.”


길마가 씩 웃으며 름름을 쳐다본다. 오랜만에 신규 유저, 물론 원한 건 아니었지만 그 덕분에 웃는 포쉬가 길마는 마냥 좋은 것 같아 보였다.


“자, 모험가님, 그럼 강화를 한 번 해볼까요?”


베르니아 판타지의 강화 방식은 이랬다. 우선 강화에 필요한 재료와 은화를 가져오면 대장장이가 원하는 장비에 효과를 불어넣는 것이었다.


일반적으로 강화 시에는 무기나 장비의 성능이 상승하는 것과 달리, 이 게임에선 무작위 특수 효과(패시브, 디버프)가 생성되는 방식이다.


“아, 하하.. 제가 게임을 잘 몰라서요.”

“뭐, 테스트를 해보는 게 제일 좋겠지. 이번에 새로 획득한 아이템 있으면 줘보겠나.”


베르니아 판타지의 아이템 등급은 일반, 고급, 희귀, 영웅, 전설, 신화 순으로 나눠지며, 색으로는 회색, 녹색, 파란색, 노란색, 주황색, 붉은색으로 구분된다.


름름이 인벤토리를 열자 여러 아이템이 눈에 띄었다. ‘희귀 Lv 05 정교한 사제 복장’을 비롯해 ‘고급 Lv 06 정교한 지팡이’도 있었다.


“흠, 우선 모험가님 레벨에 맞는 ‘정교한 사제 복장’을 강화 해 보겠습니다.”


게임 내 아이템들은 필요 레벨이 있기 때문에 좋은 아이템이 있다고 해서 무작정 착용할 수는 없다.


름름이 아이템을 건네자 해당 아이템이 빨려 들어가듯 화로로 사라졌다.


“연출입니다. 연출. 아이템은 안전하게 있죠.”


포쉬가 말한 대로 은화와 남은 철광석을 넣고 ‘수락’을 누르니 강화가 시작됐다.


그리고 나서 포쉬가 화로에서 무언가를 꺼내 ‘소중한 망치’로 때리기 시작했다.


‘깡!’ ‘깡!’


이를 지켜보는 름름의 시선이 불편했을까. 포쉬는 흐르는 땀을 닦아낸 후 말했다.


“이것도 연출, 모험가님 아이템이 아닙니다.”


름름이 풋, 웃은 후 잠시 고개를 돌렸다. 반대쪽에선 여전히 르네가 길마를 단삼으로 놀리는 중이었다.


“됐군요, 한 번 보십시오.”


포쉬가 건넨 강화된 ‘Lv 05 정교한 사제 복장’이 름름 인벤토리로 들어왔다. 름름이 터치를 하자 정보가 나왔다.


‘+근접 공격 대미지가 10% 상승합니다.’


뭔가 이상하다. 힐러는 중거리 지원 캐릭터인데, 근접 공격 대미지 상승이라니.


름름이 슬쩍 고개를 들어 포쉬를 바라본다. 멋쩍은 표정의 포쉬.


“허허허, 사실 저도 뭐가 나올 줄 모릅니다.”


강화에서 획득 가능한 능력은 무작위로 추가된다. 이는 직업과는 상관이 없다.


다만 등급에 따라 고급은 1번, 희귀는 2번, 영웅은 3번, 전설은 4번, 마지막 신화는 5번까지 다른 강화 능력을 부여할 수 있다.


지금 름름이 가진 아이템은 희귀이므로 또 다른 능력을 넣어볼 수 있다.


하지만 아쉽게도 재료가 부족해 더 경험해보고 싶어도 무리였다. 그리고 포쉬도 이번만 무료로 해준 것 같다.


르네와의 장난이 끝난 길마가 다가왔다. 그리고는 름름이 획득한 아이템을 확인한 후 말했다.


“뭐, 모르지. 혹시 알아 그, 씨름? 거기에 도움이 될지.”


름름이 고개를 끄덕거린다. 어쨌든 강화라는 기능을 배웠으니 써먹을 곳이 더 있을 것으로 생각됐다.


그렇게 강화 방법을 배운 후 름름이 길마에게 물었다.


“길마형, 이제 다음엔 뭘 하면 될까요?”


게임 세상에 적응이라도 한 듯 물어보는 름름. 길마는 그제야 주변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아마 느낌표를 찾는 것 같았다.


“아, 저기! 성당으로 가자.”


아르네 수녀가 있는 언덕 성당에 다시 한번 노란색 느낌표가 떠 있었다.


길마와 름름은 작은 언덕을 올라 성당으로 향했다. 그곳에는 아르네 수녀가 기다리고 있었다듯 서 있다.


“어서 오세요. 모험가님들.”


아르네 수녀가 길마와 름름에게 정중하게 인사를 건넸다. 아까 환대할 때와는 다른 차분함이 느껴졌다.


“바쁘실 텐데 자꾸 뵙자고 청해 죄송합니다.”


길마가 수녀의 말에 괜찮다듯 손짓한 후 어떤 일 때문에 그러는지 물었다.


“지난번 탄광에서 구출한 광부들에 말에 따르면 이번 일을 계획한 집단이 있더군요.”


맞다. 당시 도적들의 말을 엿들었던 름름과 길마. 누군가가 준 ‘소환석’이 문제였다.


“네, 소환석을 건넨 세력이 어딘지는 모르겠지만 도적 무리가 또 비슷한 일을 저지를 것 같아 신경 쓰이네요.”


름름은 이때 수녀가 평범한 캐릭터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왠지 이번 일이 큰 사건으로 연결될 것 같은 불길함도 같이 느꼈다.


“가능하다면 모험가님들이 도적떼 기지로 가 그곳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확인해주셨으면 합니다.”


도적떼 기지. 게임 내에서는 7 레벨 권장 지역이다. 이곳에는 체력은 약하지만 다양한 특징을 가진 적들이 다수 등장한다.


그래서 초보 유저들이 본격적인 파티 플레이를 경험하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름름과 길마가 수녀의 이야기를 들은 이후 퀘스트 수락을 터치했다. 그러자 다시 수녀가 말을 꺼냈다.


“특히 도적 무리의 두목 ‘칼리히’는 쉬운 상대가 아닙니다.”


칼리히. 초원에 있는 도적 무리를 이끄는 수장이자 ‘비열한 쌍검’이라는 별명으로 유명한 젊은 악당이다.


아르네 수녀는 도적 무리를 제압하고 칼리히를 물리쳤다는 증가로 그가 가진 특별한 목걸이를 가져오라고 했다.


“아, 특별 퀘스트군.”

“특별 퀘스트요?”


이 게임에는 이야기 중심으로 게임이 전개되는 ‘메인 퀘스트’와 강제성은 없지만 부수적인 경험치와 보상이 제공되는 ‘서브 퀘스트’, 그리고 특별한 혜택이 주어지는 ‘특별 퀘스트’ 3가지가 존재한다.


엄연히 말하면 포쉬의 강화 퀘스트도 특별 퀘스트로 볼 수 있다. 다만 게임 내에서는 큰 구분 없이 메인, 서브 아무 곳에서나 등장하고 있다.


“아마 이 퀘스트를 완료하면 착용 가능한 장비 장착 슬롯이 하나 늘어날 거야.”

“아, 그런 게 있군요.(심오해..)”


근데 이야기를 다 듣고 나니 아르네 수녀가 도적 무리에 대해 이렇게 상세한 정보를 가지고 있는 이유가 궁금해졌다.


그러나 아직은 ‘나서기’ 좀 그런 름름이었다. 길마는 넙죽 수녀에게 인사를 하고 름름에게 내려가자고 손짓했다.


그렇게 둘은 수녀가 준 특별 퀘스트를 수락한 름름과 길마. 그때 드류 촌장이 불렀다. 서브 퀘스트 때문이었다.


“모험가님, 자꾸 부탁만 드려 죄송합니다. 마을 주변에 있는 도적떼를 물리쳐주실 수 있습니까? 보상은 넉넉히 하겠습니다.”


퀘스트 조건은 도적 10명을 물리쳐 달라는 내용이었다. 고개를 끄덕거리며 수락하는 름름과 길마.


“그러고 보니 르네 님과 포쉬 님은 따로 부탁할 퀘스트는 없나 보네요?”

“오, 이제 좀 게임 유저 같군..”


길마가 ‘놀람’ 제스처를 사용했다. ‘아하하..’ 름름은 ‘부끄럼’ 제스처를 썼다. 두 캐릭터는 르네가 있는 곳으로 갔다.


“르네, 그러고 보니 뭔가 시킬 일 없어?”

“아, 길마.. 8 레벨이 되면 그때 와줘, 아직은 줄 수 있는 게 없네..”


MMORPG들은 퀘스트나 어떤 특수한 조건에 맞춰 진행 과정이 계속 열리는 방식으로 전개된다. 그중 레벨은 대표적인 제한 요소다.


“아, 그러고 보니 나 7 레벨 밖에 안됐군.”

“결제가 열려 있었다면 부스트 패키지나 지원 아이템을 팔 텐데, 아쉬워~”


르네가 닫혀 있는 상점의 창고를 가리키며 한숨을 쉰다.


“서비스 종료를 결정한 게임은 이래저래 뭔가 슬프군요.”

“어쩔 수 없지, 서비스 종료 발표하고 결제를 유도할 순 없잖아.”


맞는 이야기였다. 서비스 종료라는 것이 곁으로는 쉬워 보이지만 7년을 서비스한 게임의 종료는 긴 기간만큼 복잡하다.


유료 결제 차단은 이런 문제를 조금이라도 줄이겠다는 개발사의 선택 중 하나였다.


덕분에 신규 유저(?)인 름름은 첫 결제 혜택부터 부스터 패키지 등 게임을 수월하게 즐길 수 있는 유료 아이템을 쓰지 못하고 있다.


“근데 탈 건 언제 생길까?”


길마의 혼잣말을 뒤에서 망치질을 하던 포쉬가 대신 대답했다.


“그건 대도시 베르니아에 진입하면 모든 유저들에게 제공되네. 물론 구리지만.”


탑승 장비. MMORPG의 탈 것은 대표적인 콘텐츠이자 캐릭터를 자랑할 수 있는 수단으로 불리는 아이템이다.


이 게임 내에서는 초반 1개의 탑승 장비 아이템과 이벤트로 제공되는 걸 제외하면 모든 탑승 아이템이 유료로만 판매되고 있다.


사실, 결제 기능을 마음대로 쓸 수 있는 봇 캐릭터인 길마 입장에서도 지금의 상황은 귀찮고 불편한 부분이다.


“그럼, 퀘스트를 완료하는 수밖에 없겠군.”


도적떼 관련 퀘스트는 레투나 마을에서 받을 수 있는 마지막 메인 퀘스트였다.


은화 및 경험치 보상 역시 풍부해 평균적 8~9 레벨까지 올릴 수 있다. 이후 르네가 주는 퀘스트로 베르니아로 갈 수 있게 된다.


“름름, 아까 탄광 앞에 있던 도적들 기억나지?”


길마가 지도를 펼치며 말했다. 도적 무리, 단검과 궁수로 나눠져 있어 까다로웠지만 싸워볼 만한 적이었다.


“그들과 비슷하지만 독화살, 독 단검을 쓰는 챔피언급 적이 간혹 나오니깐 주의해야 해.”


“혹시 모르니깐, 정비 좀 할까?”


길마의 조언에 따라 두 캐릭터는 르네의 상점과 포쉬의 대장간을 들려 최대한 물약과 장비 수리 등을 진행했다.


장비의 내구도 등 전투 상황에서 필요한 부분들이 모두 적절하게 채워졌다.


“이 게임은 레벨 업할 때 얻는 능력치는 최소 수준이야, 그 레벨에 맞는 장비, 그 장비의 등급이 높을수록 강해지지.”


‘베르니아 판타지’는 성장 체계는 장비 중심이다. 레벨업은 새로운 스킬 개방과 스킬 성장, 더 강한 장비 착용으로 연결된다.


장비는 6가지 등급에 따라 능력 차이가 나기 때문에 중, 후반으로 진행될수록 반복 아이템 파밍이 중요하다.


름름과 길마가 마을 밖으로 나왔다. 탄광과는 다른 방향, 이번에는 동남쪽 방향이었다.


지도를 열어 확인해보는 두 캐릭터. 생각보다 거리가 있다.


도적떼 기지 근처는 숲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야생동물 ‘키위’의 주요 서식지 기도 했다.


“키위?, 혹시 뉴질랜드에 산다는 그 키위새 말하는 건가요?”


름름이 물어본다. 곰곰이 생각하던 길마. ‘몰라’ 제스처를 쓴 후 앞장서 걷기 시작한다.


아마 진짜 플레이하는 현실의 유저라면 단 번에 알겠지만 길마는 오직 게임 세계 속 플레이만 알고 있는 봇 계정이다.


그러나 이런 점을 매번 까먹듯 름름이 물어보고 있다.


초원을 걷는 동안 날씨가 변하기 시작했다. MMORPG라 실시간으로 날씨, 시간, 환경이 바뀐다. 방긋 웃던 해가 우울한 표정으로 구름 뒤로 사라졌다.


“볼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저 태양의 얼굴 표정은 적응이 안돼요..”

“그래? 난 잘생겨서 좋은데 말이야.”


일부로 태양이 보라는 듯 손을 흔드는 길마. 그런 행동에 피식 웃음이 터져버린 름름이다.


이 게임 내 태양만 얼굴이 있는 것은 아니다. 아직 름름이 제대로 보지 않아 모르지만 달도 얼굴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여기엔 꽤나 독특한 비밀이 숨겨져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어쨌든 날씨는 빠르게 바뀌었다. 검은 구름이 몰려왔고 바람도 강하게 불기 시작했다. 다행히(?) 추위는 느껴지지 않았다.


“바람이 부는 것만 알지, 느껴지진 않네요.”

“뭐, 어차피 효과니깐..”


두 캐릭터가 초원의 끝자락쯤 다다르자, 울창한 숲이 보였다.


“이 숲 안에 도적떼 기지가 있다는 거죠?”

“그렇지. 위치는 숲을 돌아다니며 찾아야 해.”


숲으로 들어온 두 캐릭터. 생각보다 매우 울창하다. 물론 비슷하게 생긴 나무들이 빽빽하게 있어, 그래픽 느낌이 많이 났다.


“어? 저기.. 뭔가 인형 같은 게 있네요?”


름름이 ‘저기야’ 제스처를 쓰며 말했다. 나무 뒤라 잘 안 보이지만 그곳에는 털이 복슬복슬한 큰 덩어리 같은 게 떠 있었다.


“뭔가 퀘스트 아이템인가..?”

“아, 저게 키위일걸.”


이런 일을 비슷하게 오래 겪은 길마는 심드렁한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름름에겐 아주 신선한 경험이었다.


매번 TV로만 동물을 보다가 실제 동물원에서나 야생에서 만난다면 꽤나 신기하기 나름. 름름에겐 매번 그런 느낌이다.


“가서 봐야지..”


호기심이 발동한 름름이 키위가 있는 곳으로 향한다. 뭔가 포동포동해 보이는 몸통(?)이 위험물이라는 인식을 안 하게 만든 것 같다.


인기척인 느껴진 걸까. 름름이 다가가자 키위가 스륵 몸을 움직였다.


“어어엇!”


름름의 눈에 들어온 키위. 아니 키위 몬스터가 정확하게 모습을 드러내자 름름의 입에서 절로 탄성이 흘러나왔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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