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내 인생을 바꾼 게임들
생일도 아니고, 어린이날도 아닌 어느 날.
아버지는 평소와 다른 상자 하나를 들고 오셨다.
상자에는 '재믹스'라는 문구가 선명했고, 역삼각형 디자인에 빨간 외형은 지금도 기억에 날 정도로 특이했다.
뭔가 특이한 게 잔뜩 들어 있었다.
아버지는 끙끙 거리며 선들을 TV에 연결했고, 당시 다이얼 방식의 채널을 여러 차례 돌리셨다.
그러자 '양배추 인형'이 등장했다.
내 인생을 바꿀, 지금까지 오게 한 그 시작. 바로 그 게임이었다.
양배추 인형. 횡 스크롤 기반의 스테이지 방식 플랫포머 게임이다.
지금이야 거창하게 장르명을 이야기할 수 있었지만 당시에는 '점프하는 게임'으로 불렀다.
내 나이 다섯 살에 처음 만난 이 게임은 게임이 주는 '진짜 재미'를 느끼게 해 준 인생 게임 중 하나였다.
게임은 정말 단순했다.
시작할 때 머리 모양과 옷을 결정한 후 주어진 난관을 극복하며 마지막 단계까지 가는 식이었다.
간단한 점프가 유일한 액션이었다.
지금 해보면 너무 단순해서 당황스러울 정도인데, 그때는 너무 재미있어서 매일 미친 듯이 플레이했다.
물론 하루 게임을 즐길 시간이 정해져 있었고 성적표가 하락한 날에는 몇 주동안 게임기를 꺼내지도 못했기에 엔딩까지는 보지 못했다.
그래도 줄 타고, 점프하고 장애물을 피해 넘는 양배추 인형의 모험은 내 머릿속에 깊게 각인됐다.
이후 새로운 게임을 찾아낸 나는 더 이상 양배추 인형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귀여운 꼬마들을 보거나 단순한 점프 개념의 모바일 게임을 하고 있을 때나, 런 게임 등을 할 때면 불현듯 내 머릿속에 등장해 열심히 점프하고 있다.
그렇게 난 게임과 인연을 맺게 됐다.
[양배추 인형, Cabbage Patch Kids Adventures in the Park]
1984년 코나미(KONAMI)가 출시한 일종의 캐릭터 게임. 소녀를 꾸민 후 여러 장애물을 넘으며 목적지에 도착하는 식으로 진행됐다. MSX 게임으로 처음 알려졌고, 국내에서는 재믹스용으로 출시돼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지금도 재믹스가 언급될 때 회자되는 대표적인 게임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