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겜노인 Jul 18. 2021

끝이 있었구나.. 게임 '요술 나무'

10대, 게임을 만나다.

어릴 때 즐긴 게임들은 대부분 엔딩을 보지 못했다.

게임을 잘하는 편도 아니었고, 당시에는 공략집이나 치트 같은 정보 거의 구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20살이 될 때까지도 난 이 게임이 엔딩이 없이 끝없이 즐길 수 있는 게임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바로 캐주얼 게임 '요술 나무'다.


게임을 시작할 때의 뭔가 귀여운 효과음은 아직도 기억이 날 정도다.

1인용, 2인용 중 하나를 선택한 후 들어가면 짜짠, 높은 나무가 하나 등장한다.

그리고는 무턱대로 올라가라고 한다.

당시의 게임들은 일종의 '튜토리얼' 과정이 전혀 없었기 때문에 '당하면서' 배우는 식이었다.

특히 적에게 공격당해 죽을 경우 가장 아래층까지 떨어지는 비굴함을 맛볼 수 있었는데, 당시에는 이게 상당히 충격적이었던 것 같다.

어린 나이에 인디언 소년이 나무 아래로 울면서 떨어지다니.


그래서 게임을 할 때마다 인디언 소년을 떨어뜨리지 않겠다고 다짐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이 게임은 만만하지 않았다.

점수도 얻어야 하고 부엉이나 벌레도 피해야 했고, 나중에는 떨어지는 벼락을 피해야 했다.

이 인디언 소년이 무슨 죄를 저질렀기에 이런 안타까운(?) 일을 당해야 하나 싶을 정도였다.

근데 이거 계속 올라가도 끝이 없었다.

동생과 함께 계속 도전했음에도 4~5단계 사이만 가면 이상한 타이밍의 번개에 속절없이 추락했다.


어린 나이에는 이런 것에 금방 질리듯 한계에 부딪힌 우린 이 게임을 포기했다.

아마 당시에는 엔딩이 없고 계속 올라가는 그런 게임이라고 치부했던 걸로 기억한다.

재미있는 건 이 게임의 엔딩이 있다는 것을 알아챈 게 30살이 넘어서였다는 거다.

아는 게임 전문 기자와 이야기하다가 엔딩의 비밀을 알게 돼 버린 것.

당연히 여기에는 쓰지 않을 생각이지만, 당시에는 꽤나 큰 충격이었다.


[요술 나무, Magical Tree]

1984년에 코나미에서 MSX용으로 제작한 나무 오르기 액션 게임. 정작 일본에서는 크게 히트하지 못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재믹스의 성공과 함께 판매량을 견인한 대표적인 인기 게임으로 손꼽히고 있다. 참고로 이 게임은 총 9개의 스테이지로 구성돼 있다. 

작가의 이전글 소년도 반하게 만든 '양배추 인형'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