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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겜노인 Jul 18. 2021

소년기를 불태운 '하이퍼 스포츠'

10대, 게임을 만나다.

하지만 혼자 하는 게임은 언제나 한계가 있었다.

양배추 인형도 그렇고, 요술 나무도 그랬다. 

형제가 많았던 우리 입장에서 혼자 하는 게임은 어찌 보면 사치였다.

아버지도 이런 형제들이 불타는 걸 바라셨는지 어디선가 '하이퍼 스포츠'를 구해오셨다.

당시 아버지가 어떻게 이런 정보를 알고 찾아오셨는지 몰랐는데, 나중에 들어보니 예상 밖의 답변을 받을 수 있었다.


사격.. 정말 재미있었다.


그때 당시에 아버지가 옆에서 보시다가 너무 못하니깐 직접 해보시겠다고 했다가 안 한다고 화를 낸 기억이 있다. 그럴만한 게 설명서나 방법을 전혀 모르니 그 쉬운 날리기 조차도 제대로 되지 않았다.

그때 만난 '하이퍼 올림픽'은 정말 최고의 난이도를 가진 게임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그만큼 엄청난 성취감을 안겨줬고, 불타는 경쟁심리를 일깨워준 게임이다.


당시 우리 집에 있던 재믹스에는 2개의 컨트롤러가 있었는데 하나는 일반 조이스틱, 다른 하나는 비행기 컨트롤러였다.

그러다 보니 하이퍼 스포츠 할 때는 조이스틱을 가진 쪽이 훨씬 유리할 수밖에 없었다.

당시 비행기 컨트롤러는 버튼 위치도 이상하고, 어쨌든 레버만 큼직한 골치 아픈 형태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큰형이 매번 조이스틱을, 나와 동생은 비행기 컨트롤러를 쓸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당시 우리 형은 게임에 금방 실증을 내버렸고 운동에 빠져 동네를 뛰어다녔다.

남은 건 나와 동생뿐.

그래.. 이거얐다. 이 비행기 컨트롤러... 악몽 같은 녀석 같으니!

 

"형이 양보해야지."

엄마의 한마디에 조이스틱은 막내에게 갔다. 그걸 보면 부모님 입장에서도 비행기 컨트롤러가 불편해 보이긴 했나 보다.

어쨌든 우리는 조금씩 게임을 하는 방법을 깨우치기 시작했고, 다양한 종목을 빠르게 격파해나갔다.

그리고 경쟁하듯 더욱 높은 성적을 향해 한치의 양보 없는 대결을 펼쳤다.

아마 당시 다섯 살 때에 한 게임 중 가장 오랜 시간 형제들이 즐긴 게임이지 않을까 싶다.

의외로 박진감 넘치는 다이빙


결국 어떻게 됐을까? 하도 심하게 조작했더니 비행기 컨트롤러가 망가져버렸다. 그 뒤로 1인용만 할 수 있던 우리는 다른 게임을 찾기 시작했다.


[하이퍼 스포츠, Track & Field]

코나미에서 1984년에 내놓은 스포츠 게임. 아케이드용 게임 '하이퍼 올림픽'의 속편이자 게임기로 이식된 시리즈다. 당시 용량 문제로 하이퍼 스포츠 1, 하이퍼 스포츠 2 등으로 나눠져 나왔는데 필자는 2개의 타이틀을 모두 가지고 있었다. 나중에 패미컴 판이 나왔을 때 '터보 버튼'으로 신기록을 세웠을 때.. 그때의 허탈함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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