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차 기자가 들은 익명괴담: 당신이 모르는 일

[기록 외전: 촌지(寸志)와 분취(粉臭)]

by 겜노인

(치익— 카세트테이프 돌아가는 소리가 유독 매끄럽다. 기자의 목소리에 힘이 실려 있고, 술기운 섞인 호탕한 웃음소리가 배경으로 깔린다. 고급 양주의 얼음 부딪히는 소리가 규칙적으로 들린다.)


“...기록입니다. 아니, 이건 제보가 아니라 나의 '고백'일지도 모르겠군요.

사람들은 나를 현장의 파수꾼이라 불렀습니다. 하지만 내 구두 밑창에 묻은 건 현장의 진흙뿐만이 아니었습니다. 누군가의 치부를 덮어주는 대가로 받은 빳빳한 신권 냄새, 그리고 그 돈으로 산 하룻밤의 환락... 내가 쓴 정의로운 문장들은 사실 내 타락을 가리기 위한 가장 값비싼 '포장지'였습니다.”


그는 유능했다. 어떤 사건이 돈이 되고, 어떤 사건이 권력의 급소를 찌르는지 본능적으로 알았다. 낮에는 낡은 점퍼를 걸치고 소외된 이들의 눈물을 닦아주는 척 취재했지만, 그 취재 수첩 뒷장에는 항상 '협상 가격'이 적혀 있었다.


"이 기사, 내보낼까요? 아니면 여기서 덮을까요?"


그의 이 한마디에 건설사 사장의 손이 떨렸고, 유력 정치인의 비서가 검은 봉투를 내밀었다. 기사를 '킬(Kill)'한 날, 그는 가장 비싼 룸살롱의 상석에 앉았다. 화려한 조명 아래서 그는 여자의 허리를 감싸 안고 양주를 들이켜며 속으로 비웃었다.


'병신 같은 독자들, 내일 아침이면 내가 쓴 가짜 정의에 또 감동하겠지.'


그는 철저했다. 대외적으로는 청렴한 고참 기자 코스프레를 하며 후배들에게 "기자는 모름지기 깨끗해야 한다"고 훈수를 뒀다. 하지만 그의 집 금고에는 출처를 알 수 없는 현금다발과, 유흥업소 마담들의 연락처가 빼곡한 비밀 핸드폰이 숨겨져 있었다.


세상은 그를 '이 시대의 양심'이라 불렀지만, 그는 단 한 번도 양심을 위해 펜을 든 적이 없었다. 그는 그저 '진실을 인질로 잡은 장사꾼'이었을 뿐이다.


(카세트테이프의 잡음이 이제는 날카로운 비명처럼 변합니다. 기자의 목소리가 다시 현재의 힘없는 상태로 돌아옵니다.)


“...이제야 알 것 같습니다. 왜 내가 지금의 상황에 몰렸는지..


(바스락... 거친 기침 소리)

...내가 평생 팔아먹은 '가짜 활자'들이 이제 내 혈관을 타고 역류하며 복수를 하는 겁니다.

아까 거울 속의 나를 봤는데, 내 얼굴 위에 '특종'이라는 글자가 주홍글씨처럼 인쇄되어 있더군요. 그 밑에는 내가 죽였던 수많은 진실의 이름들이 작은 각주로 달려 있었습니다.


(질척이는 소리)

...내 몸에서 흐르는 이 검은 액체는 피가 아니라, 내가 삼킨 '검은 돈'들이 녹아 나온 잉크일지도 모릅니다. 기록을... 멈출 수 없습니다. 내 죄를 다 인쇄하기 전에는, 죽음조차 나를 받아주지 않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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