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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겜노인 Nov 13. 2018

리니지M은 ‘게임’ 카테고리에서 빠져야 한다?

리니지가 살아 가는 법에 대한 씁쓸한 단상

퇴근 후 게임 업계 지인들과 마련한 조촐한 저녁 자리. 새로 나온 신작부터 최근의 트렌드까지 이런저런 업계 이야기로 이야기 꽃을 피우고 있던 중 한 지인이 뜬금없는 말을 건넸다.


“진짜 궁금해서 하는 말인데, 리니지M은 왜 게임 카테고리에 있는 거야?”


무슨 소리인가 싶었다. 질문을 들은 두 사람은 이내 피식 웃었다. 질문을 던진 지인은 계속 자신의 궁금증의 원인에 대해 열변했다. 이 이야기는 1시간 가까이 이어졌고 그날의 저녁 자리는 리니지M이 게임인지 아닌지 결론을 내지 못하고 막을 내렸다.

저녁 자리에서 나온 질문은 집으로 돌아가는 길 필자를 오랜 시간 생각에 잠기게 했다. <사진 출처: 필자 스마트폰>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문득 생각이 들어 그 질문을 곱씹어봤다. 리니지M은 게임일까, 아닐까라는 묘한 발언. 이런 고민을 한다는 것 자체가 어떻게 보면 현재 국내 게임 산업이 여러 문제들 속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다는 의미가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 같은 고민의 요지는 우선적으로는 리니지M에 있다. 과도한 확률 상자부터 천만 원 단위가 넘는 돈을 게임에 쓴 사람들이 다수 등장하고, 출시 이후 지금까지 매출 1위를 내준 적이 없는 이 게임은 항상 논란과 화제의 중심에 있었다.


지인의 질문에 요지는 리니지M을 오랜 시간 플레이해봤고 자신이 고민하던 궁금증에 답을 얻기 위해 노력했으나 답을 찾지 못했다는 것이다. 특히 왜 많은 사람들이 극악에 가까운 리니지M 확률 아이템을 계속 사는지 정말 모르겠다는 것.

리니지M은 지금도 매출 1위를 기록하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사진 출처: 리니지M 공식 홈페이지>

많은 사람들은 본인의 즐거움을 위해 고급 차량을 구입하거나 뮤지컬이나 영화를 본다. 그리고 해외여행을 가서 맛있는 음식을 먹고 쇼핑과 레저를 즐기기도 하고 집에 앉아 쇼핑몰의 신상을 장바구니에 모아 결제를 한다. 정말 자신의 즐거움과 만족을 위한 행위다.


어떻게 보면 리니지M에 돈을 쓰는 과정 역시 자신의 즐거움과 만족을 찾기 위한 소비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과정이 단순한 만족을 넘어 다른 방향으로 흘러간다면 한 지인이 이야기한 것처럼 리니지M이 게임이나 아니냐는 근본적인 부분에 고민이 생길 수밖에 없지 않을까.


아마 모두가 알고 있지만 말하지 않는 그 이슈 때문에 이 질문은 시작됐다고 본다. 필자를 비롯해 지인 모두 그 이슈 때문이고, 이를 위해 많은 사람들이 리니지M에 돈을 쓰고 있다면 이를 게임이 아닌 가상화폐, 또는 투기 종목 관련 앱처럼 봐야 하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이는 단순히 업계의 문제만으로 치부할 순 없다. <사진 출처: 아이템 현금거래 사이트 게시판 캡처>

이런 고민을 키운 요지는 또 있다. 이런 게임이 성공하고 돈을 버는 과정을 암묵적으로 인정하고 당연시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업계의 관행이다. 한 개발사 지인이 필자에게 투자 관련으로 겪은 일을 토로한 적이 있다. 면전에 두고 투자사 쪽 관계자가 던진 말 때문이었다.


“그런 게임으로 투자받을 수 있겠어요?”


지인의 게임은 조작을 중시한 캐주얼 게임으로 글로벌 시장을 타깃으로 두고 모바일 버전 외에도 스팀과 콘솔 플랫폼 진출도 염두에 둔 그런 게임이었다. 대 부분의 투자자들은 수익을 낼 수 없고, 성공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지적했다. 비교 대상은 리니지M이었다.

대형 게임들이 쏟아지는 하반기, 우리 게임 산업은 어디로 가고 있나? <사진 출처: 레드 데드 리뎀션2 홈페이지>

물론 팔리지 않는 게임은 의미가 없다.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고 즐겨주고 있는 게임이 아니라면 당연히 실패했다고 봐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적어도 한국 시장 내에선 리니지M은 대단한 성과를 내고 있는 성공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성과가 과연 옳은 방향인지에 대해서는 솔직히 잘 모르겠다."


지인이 던진 질문처럼 우리가 생각하는 게임의 근본적 가치가 너무 한쪽으로 치우치고 있다면 이에 대해 진지한 고민과 성찰이 필요하지 않을까. 매년 이맘때쯤 쏟아지는 수많은 대형 게임 타이틀 속에서 한국의 게임 업계는 여전히 리니지M만 뒤쫓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해본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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