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 관련 주를 바라보는 나의 시선
게임과 IT산업을 오랜 기간 취재할 때 가장 많이 들었던 내용은 "기자님은 주식 안 하세요?"였다. 남들보다 많은 정보를 더 빠르게 접할 수 있기 때문. 하지만 관련 법을 어기는 것도 싫었고, 내가 쓰는 기사에 대한 이야기가 주식과 연관되는 일도 겪고 싶지 않았다. 기자를 관둔 이후에도 주식은 전혀 하고 있지 않다.
주식을 안 했던 가장 큰 이유는 투자와 주식의 개념을 알고 나서다. 사실 주식도 투자 개념에 가깝다. 하지만 긴 안목과 끈기를 바탕으로 기다려야 하는 투자와 달리 우리나라에서 주식은 일종의 '도박'에 가깝다. 단타를 친다고 하는 식으로 경마나 경륜 같은 레이스처럼 자신의 돈을 주식에 집어넣는다.
투자를 통해 지분을 획득하고 오랜 기간 '묻어놓은 김칫독' 마냥 두는 투자가 아닌 몇 시간, 하루, 겨우 며칠 버티다가 날리는 것이 우리나라식 주식이다. 주변에도 매우 많았고 항상 이런 식으로 돈을 벌었다는 사람들을 거의 매일 만났다. 이런 덕분에 나는 주식을 하지 않게 됐다.
최근 지인이 나에게 '카카오게임즈'에 대해 물어봤다. 당시 상장을 앞두고 있는 카카오게임즈는 최종 청약경쟁률 1,524.85:1 / 청약증거금은 58조 5천5백억 원을 기록했다. 30조 원이 몰렸던 올해 6월의 SK바이오팜의 두 배에 가까운 기록이다. 그는 첫날에 넣으려고 생각 중인데 내 의견이 궁금하다고 했다.
당시에 난 10만 원을 언제 넘기는지에 따라 가치가 결정될 것으로 이야기했다. 일주일 내 10만 원을 넘지 못하면 아마 3만 원대 이하까지 봐야 할 것으로 이야기했다. 그리고 오를 확률보다 떨어질 확률이 8:2고, 1~2일 정도의 분위기 말고 3~5일 이후 분위기를 보고 투자하라고 의견을 냈다.
결과적으로는 이틀 정도 상한가를 기록했지만 이후에는 4만 원대로 떨어졌다. (10월 20일 자 44,100원) 빠르게 급감하면서 흔히 말한 개미들이 죽어나는 판국이 열렸다. PC MMORPG '앨리온'부터 여러 게임들을 순차적으로 출시해 내년까지 로드맵이 서 있지만 확실하게 결과를 안겨줄 카드는 개인적으론 없다고 생각한다.
참고로 그 지인은 8만 원대 들어갔고 현재 팔지 않고 기다리는 중이다.
또 다른 지인이 빅히트 주식에 대해 물어본 적이 있다. 올해 7월쯤이었다. 빅히트는 올해 5월 경 상장 예비심사를 청구하고 기업공개 절차에 착수했다. 우연한 계기로 대형 엔터테인먼트 회사에 일을 한 적이 있는데 그때 당시 생각이 나서 곧장 "들어가지 마, 박살 날 거다"라고 으름장을 놨다.
이유를 묻는 그에게 난 빅히트와 BTS(방탄소년단)은 다르기 때문이라고 답변했다. 세계적인 뮤지션으로 성장했고 아직도 현재 진행형인 '전설' BTS의 성공은 정말 대단한 결과물이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이 성공이 빅히트 전체의 성공은 아니라고 봤다. 담당자들 입장에선 기분 나쁜 이야기지만.
그리고 엔터테인먼트 주식 (방송, 연애, 게임, 영화, 음악 등의 콘텐츠 사업)은 정말 잘해도 '운'이 없으면 성공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걸그룹 EXID의 역주행은 어떤 한 팬의 직캠 영상 때문이었고 걸그룹 여자친구는 비 오는 무대에서 오뚝이처럼 넘어졌다 일어나는 안타까운 무대 영상 때문에 지금의 결과를 얻게 됐다.
BTS의 성공은 뛰어난 음악과 그들의 퍼포먼스, 능력 다양한 부분에서 얻는 결과이지만 그만큼 '운'도 많이 작용했다고 생각한다. (BTS를 좋아하고 그들의 앨범을 매번 사고 있지만 엔터만큼은 운이 절대적이라고 본다) 물론 '운'이든 뭐든 BTS는 세계적 그룹이 됐고 그들의 말과 행동 하나하나가 전 세계 기사화가 되고 있다.
어쨌든 난 매우 비추천을 했고 지인은 적지 않은 돈을 빅히트에 넣었다. 왠지 말리면 더 하고 싶은 게 우리나라 사람의 특징이라는 말이 있듯, 그는 홀린 듯 사버렸다. 빅히트 주식은 이틀 만에 22% 하락, 그리고 현재(10월 20일, 178,500원)도 하락세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카카오게임즈와 빅히트 엔터테인먼트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엔터주'라는 점과 '너무 주목받은 상장주'라는 점이었다. 개인적으로 게임 산업에 20년 가까이 종사하면서 느낀 건 '옛날 같지 않다'였다. 파이널 판타지 같은 RPG가 귀한 시절, 게임 하나가 주목받고 화제가 되던 시기가 아니라는 것이다.
반대로 영화부터 음악, 드라마, 영상, 예능 등의 콘텐츠도 마찬가지다. 너무 많아도 너무 많은 시기이고 오죽하면 방송 대신 직접 사용자가 콘텐츠를 찾아보는 구독형 서비스가 일취월장하고 있을까. BTS는 세계적인 가수지만 누군가에겐 라디오에서 자주 나오는 한 아이돌 그룹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이 차별성을 두기 위해서는 기본적인 것이 아닌 부분에서 차별화에 성공해야 한다. 문제는 그걸 아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그걸 알면 모두가 성공했을 테니깐. 한마디로 '운'이다. 모든 엔터주는 이런 운에 좌지우지될 수밖에 없다. 게임도 마찬가지다. 연이은 성공은 정말 어렵고 힘들다.
당장 리니지 시리즈 외 엔씨소프트의 게임들의 상황을 보거나 후속작들이 연이어 실패한 넥슨의 메이플스토리와 마비노기 같은 사례, 그리고 중견 기업들이 쏟아냈던 무수한 게임들이 지금은 이름만 남기고 사라져 버린 국내 게임 시장만 봐도 쉽게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카카오게임즈가 대박을 친 건 아주 오래전 이야기이다. '다 함께 차차차'와 함께 모바일 게임 시대가 활짝 열린 그때였다. 그 이후에 카카오게임즈는 퍼블리셔로 변신하기 전까지 그냥 '채널링' 서비스에 가까운 모습을 보였다. 퍼블리셔로 변신한 이후에 터진 운은 '가디언 테일즈'였다.
복권 당첨이 여러 번 되기 어렵듯 이런 운은 연달아 터지기 쉽지 않다. 그나마 게임 쪽에서 짧은 시간 성과를 낸 넷마블은 방준혁 의장의 고집스러운 '안목' 덕분이다. 오히려 넷마블은 운이라기 보단 게임 서비스를 물건 팔 듯 장사처럼 해오는 특유의 방식이 낸 성과라고 생각한다. 대박보단 성과를 내는 것에 초점이 맞춰졌다는 것이다.
카카오게임즈는 퍼블리셔로써도 별 다른 성과가 없다. 앨리온이나 아키에이지 2 같이 앞으로 나올 게임들이 성공할 확률, 터질 운이 얼마나 될까. BTS 이후 빅히트는 어떤 걸로 성과를 낼까. 투모로우바이투게더? 아니면 서양에서 강세인 세븐틴? 올해 11월 데뷔 예정인 엔하이픈? BTS 같은 결과는 또 오기 어려울 것 같다.
요즘 같이 콘텐츠가 많이 진 시기에 하나의 콘텐츠가 성공하면 말도 안 될 정도로 큰 성과로 남지만 반대로 그만큼 무수한 경쟁작이나 다른 콘텐츠가 사장되는 분위기다. 사람들과 시간은 한정돼 있기 때문에 어느 하나를 선택하면 다른 하나를 포기해야 한다.
카카오게임즈는 자체 게임도 많이 부족하고 카카오를 선택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게임을 선보이는 회사들이 늘고 있는 추세라 미래적인 전망도 그리 밝지 못하다. 굳이 엔씨소프트나 넷마블, 컴투스 같은 중견 기업이 카카오게임즈를 선택해야 할 이유도 없고, 무수히 쏟아지는 중국 게임들 역시 마찬가지다.
특히 중국 게임의 공세 자체를 막지 못하는 지금은 모습은 국내 게임 개발사에게도 그렇지만 카카오게임즈에겐 더욱 좋지 못하다. 결국 외국의 게임을 사 오거나 특정 중견 개발사를 잡아 성장시켜야 하는 구조인데 중견 개발사가 거의 없는 지금 같은 시기에는 그마저도 쉽지 않다.
이건 빅히트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다. 해외 쪽 스트리밍 결과는 나쁘지 않다고 하지만 I-LAND 통해 발굴된 앤하이픈이라는 그룹 이름을 들어본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아마 빅히트 주식을 산 사람들조차도 모르는 사람이 대부분일 것이다. 지금도 무수히 많은 걸그룹, 보이그룹이 쏟아지는 상황에서 빅히트라고 될까? 아니다.
SM엔터테인먼트가 연달아 소녀시대, 샤이니, 에프엑스 등 아이돌 그룹을 성공시킨 건 지금과 전혀 다른 문제다. 당시에는 이런 그룹 자체가 적었고 희소성이 있었다. 주요 시장이었던 동남아가 커지고 온라인 환경의 변화로 다른 나라의 콘텐츠를 즐기기 쉽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반사이익을 얻었던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동남아, 중국, 대만 등 아시아 시장은 물론 서양에서도 활발히 아이돌 형 콘텐츠가 빠르게 성장 중이다. 빅히트의 BTS가 또 나오리라는 법은 없지만 그게 빅히트가 아닐 수도 있다는 것. 물론 오랜 시간 아이돌 문화를 형성해온 우리나라가 좀 더 유리하겠지만 빅히트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므로 속단할 순 없다.
비단 카카오게임즈와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의 문제만이 아니다. 콘텐츠를 만드는 엔터 주에 속한 모든 회사들이 동일한 문제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새로운 회사, 아이돌, 콘텐츠, 음악은 언제든지 나온다. 이런 일은 앞으로도 더 많이 벌어질 거고 당연히 생길 것이다.
그렇다면 생각을 바꿔야 하는 건 지금의 생태계가 아닌 '개미'로 불리는 주식하는 사람들이다. 언론의 기사나 주식 중개인들의 홀림에 속기보단 실제 게임사의 행보, 엔터사의 현재 상황 등 여러 가질 보고 장기적 시점으로 주식을 사고파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최근 중국 시장 진출로 화제 아닌 화제를 모은 비상장 신생 게임 개발사가 있었다. 그 회사는 최근까지도 언론 플레이를 쏟아내고, 중국에서 2천만 다운로드를 기록했다는 식의 사탕발림을 쏟아내고 있다. 그 사람들이 속한 카페는 무슨 광신도 단체 마냥 오를 것이고 바른 소릴 하면 이단으로 치부해 버린다.
12월 대규모 업데이트부터 내년 상반기 새로운 게임을 중국에 론칭한다고 호언장담하고 있지만 실제 내부 상황을 보면 그런 이야기가 쏙 들어간다. 개발자들은 모두 나가 몇 명 없고, 12월은 커녕, 내년에 나올 게임 외주 회사와는 금전 문제로 인해 계약이 파기됐다.
회사를 한 번 방문하거나 단순 수치 결과물, 약속 이행 등만 들여다봐도 알 수 있는 많은 정보들을 애써 무시하고 될 거라는 희망하나 만 보고 기다리는 신생 개발사의 주주들을 보면 우리나라의 많은 주식인이 얼마나 얕은 정보, 거짓 정보에 속아 나는지 느낄 수 있다.
엔터 주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은 이렇다. 그리고 앞에서 하다만 주식을 사지 않는 이유 역시 이렇다. 투자처럼 많은 부분을 확인하고, 준비해 접근하는 방식이 아니라면 주식을 하면 안 된다. 당장 정보가 이렇게 많은 시기에 너무 뻔한 형태로 돈을 날리는 건 흔한 도박하고 무슨 차이가 있을까.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