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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겜노인 Oct 31. 2020

기대받은 신작 '와치독스 리전'에 없는 3가지

유비소프트의 오픈 월드 게임은 점점 식상해진다.

유비소프트(Ubi Soft)의 와치독스 (WATCH DOGS) 시리즈는 해킹을 소재로 한 오픈월드 식 잠입 액션 게임이라고 할 수 있다. 잠입 요소가 주를 이루면서도 해킹 요소를 어떻게 사용하는가에 따라 게임의 접근, 문제의 해결 방식이 바뀌기 때문이다. 이 시리즈는 결과적으로는 성공을 했고, 어느새 세 번째 작품까지 등장했다.


10월 29일 출시된 '와치독스 리전'(WATCH DOGS: LEGION)은 '당신의 미래를 되찾으십시오'(Reclaim Your Future) 주제로 브렉시트 이후 터진 테러와 계엄령 등으로 인해 매우 혼란스러운 영국을 배경으로 국민을 억압하는 존재들에 대항하는 소수의 게릴라들의 분투를 다루고 있다.


누군가의 함정에 빠진 '데드섹'(DedSec, 시리즈 가상의 해커 그룹)이 정부 기관에 의해 와해된 이후 영국이 시민이자 현 정부 체재에 반기를 든 레지스탕스와 손을 잡고 싸워나간다는 이야기로 전개되는 이 게임은 게임 내 평범한 시민들을 '요원'화 시켜 임무를 수행하는 독특한 방식으로 전개된다.

새로운 아지트에서 시작하는 와치독스 리전


전작에서 4년 뒤 출시된 게임답게 최신 그래픽 기술은 엔비디아(NVIDA)의 RTX와 DLSS 2.0을 적용했다. 매우 강력하게 굉장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아니지만 실제 비가 내리는 듯한 느낌과 사실적으로 변한 광원은 제법 볼만하다. 그리고 전작의 복잡함을 버리고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방식으로 변했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이야기하면 와치독스 리전은 우리가 생각하는 재미를 주는 또는 전작 시리즈가 추구해왔던 그런 맛을 보여주는 게임이라고 하기엔 좀 어렵다. 물론 간편해진 해킹 시스템은 전체적으로 진행의 속도를 높였으며, 다양한 요원을 수집하면서 커져가는 데드섹의 모습을 보는 것도 나름 즐겁다.

누구든 데드섹의 요원이 될 수 있다. 이 점만큼은 참신하다.


그렇지만 와치독스 리전은 우리가 꼭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 3가지를 놓쳤고 결국 그 점이 강한 호불호를 만든 계기가 아니었을까.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3가지는 이렇다.




1. 주인공

영국 시민 모두가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은 참신한 발상이라고 본다. 하지만 전체적인 이야기의 큰 줄기를 잡아줄 주인공, 인물은 이 게임에 꼭 필요하지 않았을까? 주인공이 없다는 점은 아무리 신선한 이야기를 만나도 그 모든 걸 밋밋하게 만들어버린다.


이야기의 전개는 진행될수록 깊어지고 강해진다. 기승전결처럼 모든 이야기는 적절한 강약이 필요하고 이를 이끌기 위해서는 이 이야기의 몰입도를 높여줄 강한 인물을 필요로 한다. 그러나 이 게임에는 주인공이 없고 와해되어 작아진 데드섹 일부만 있다.

각각의 사연 있는 인물들이 가득 나오지만, 이로 인해 중심 이야기에 몰입하기 힘들었다.


물론 그들이 이야기를 이끌고 나름 괜찮은 매력을 선보이긴 하지만 주인공이 없다는 것, 그리고 임무를 매번 다른 인물로 하는 것이 유리한 이 게임에선 유저들이 느낄 흥미가 대폭 감소해버린다. 몇몇 인물에 몰입할 수 있지만 그들의 서사는 너무 짧고 그리고 강렬한 카리스마가 느껴지지 않는다. 정말 동네 사람들 같다.


당장 유비소프트의 다른 게임 '어쌔신 크리드'(Assassin's Creed) 시리즈만 봐도 주인공이 얼마나 중요한지 쉽게 느낄 수 있다. (팬들을 위한 에지오 컬렉션 등이 나온 것만 봐도..) 하지만 와치독스 리전에는 수백 명의 인물이 존재하지만 몰입할 인물이 없다. 그들은 주인공이 아니다.

기껏 요원 찾아서 하는게 택배 배달이라니...




2. 개성

와치독스 리전과 전작 시리즈를 비교하면 개인적으로는 '개성'이라는 부분이 가장 차이가 났다고 생각한다. 1편은 해킹 시스템을 통한 새로운 잠입 액션 오픈월드 게임의 시작을 알렸다면 2편은 파쿠르와 액션, 그리고 좀 더 파격적인 해킹 요소 등으로 재미를 크게 확장시켰다. 그러나 세 번째 작품은 이런 개성이 없다.


요원 영입이라는 요소가 신선하지만 이 부분은 요원의 특수 능력 정도를 제외하면 모두가 공통적인 '팀 능력'을 활용하기에 외모적 차이를 제외하면 크게 느끼기 어렵고 특수 능력 중에서 매우 강한 능력을 가진 캐릭터는 몇 명 없고 막상 그렇다고 해도 게임 내에선 큰 차이를 느끼기 어렵다.

모두가 공통적으로 쓰는 기술, 덕분에 누굴 선택해도 큰 차이를 느끼기 어렵다.


초반의 몇몇 임무를 제외하면 중, 후반의 무한 반복적인 전개도 좋지 못하다. 전작보다 한층 단순해진 해킹 요소는 빠르게 쓰긴 좋아졌지만 개성을 표현하기엔 약해졌다. 예를 들어 공사장 인부를 통해 쓸 수 있는 '화물 드론'은 게임 내 밸런스를 망가뜨리는 역할을 한다. 이걸로 모든 적들을 쉽게 제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려운 요소들도 '화물 드론'이나 초반에 오픈되는 스파이더 드론이나 택배 드론 등을 활용하면 쉽게 획득하거나 잠금 해제할 수 있다. 어떤 상황에서 어떤 요원을 쓸지 전혀 모르고, 유저들이 획득할 수 있는 요원 역시 무작위에 가깝다 보니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임무는 단순하고 전개 역시 뻔해진다.

영입 과정은 그냥 단순한 임무 하나 수행하면 끝이다.


꼭 '노 맨 스카이' (No MAN Sky) 게임의 초기 출시 버전 같다. 무한에 가까운 행성을 찾아 탐색할 수 있지만 어딜 가도 그게 그거고, 할 수 있는 건 뻔한 행동밖에 없는 것처럼 말이다. 넓은 영국은 와치독스 리전에서는 그냥 넓기만 하고 할 수 있는 건 택배 배달이나 도시 구하기 정도 밖에 없다.




3. 디테일(Detail)

뭔가 꽉 채워지지 않는 느낌의 디테일로 이 게임의 재미를 무디게 만든다. 오픈 월드 게임의 재미는 넓은 공간에서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여러 행위를 하는 것에 있지만 그 행위의 완성에는 세부적인 요소들이 있어야 한다. 와치독스 리전은 곁 모습으로는 완성돼 있는 듯한 느낌을 주지만 속사정은 전혀 그렇지 못하다.


게임 내 인공지능은 이런 부족한 디테일을 잘 보여주는 예시다. 주인공이 무얼 하든 금방 '잊어버린다' 난이도를 높이며 터미네이터처럼 찾아와 공격하지만 그것도 어느 정도 익숙해지면 보통 난이도와 큰 차이가 없다. 그냥 튼튼하고 눈썰미가 좋아진 상태라고 보면 된다.

적들은 별 다른 어려움 없이 제압할 수 있다.


또한 적 주변에서 주인공이 해킹을 해 자신들의 차량을 강물에 빠뜨려도 화물 드론을 몰고 와 추락시켜도 대테러 드론을 해킹해 잠시 멈춰도 주인공이 억지로 '감시 카메라'의 유인 기능 같은 걸 쓰지 않으면 별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그냥 '엇!' '헉!' '응?' 정도 반응 보이고 그냥 서 있다.


잠입 상황에서도 동료 시체가 발견되면 상시 난리를 쳐야 하고 외부 병력을 더 부르고, 해킹을 못하게 모든 전력 시스템을 일시적으로 차단하는 등의 행위를 해야 하나 이 게임은 주인공에게 모두 '제압' 당할 때까지 아무런 행위를 하지 않는다. 그냥 위에서 말한 '엇!' '헉!' '응?' 전부다. 이건 총알 쏴도 마찬가지다.

뭘 하든 임무는 흘러간다. 전작을 즐긴 유저들이라면 더욱 쉽게 할 수 있다.


도시들의 외형이야 영국의 모습을 잘 재현해 좋지만 임무가 있는 특정 지역을 빼면 말 그대로 지나가기 용 밖에는 쓰이지 않는다. 임무 지역에는 CCTV가 널렸지만 그냥 도심에는 없다. 감시용 드론도 특정 구역에만 있고 순찰 역시 정해진 구역으로만 돈다. 설령 그 앞에서 해킹해도 아무도 모른다.


와치독스 리전의 영국은 그냥 정해진 패턴대로만 움직이는 단순한 완구 같다. 그래서 처음에는 "내가 좀 잘하지"라고 생각하지만 몇 시간 지나면 단순한 몇 가지 패턴에 놀아난 것 같아 식상해진다. 미래형 차를 타든, 적대 세력의 차를 훔쳐 타든, 다 똑같다.

모든 임무는 화물 드론으로 해결할 수 있다. 무적의 화물 드론.




*와치독스 리전을 보니, 어쌔신 크리드 발할라까지 걱정된다.

정리를 하면 주인공이 없어 가뜩이나 몰입하기 어려운 이 게임은 전작과 차이는 물론 차별성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 부족한 개성과 꼼꼼하지 못한 게임 요소 구현 등으로 인해 기대했던 재미를 전혀 주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목표는 거창했으나 그걸 이루기 위한 목적이 부실해서 나온 결과물로 보인다.


2019년 고스트 리콘 브레이크 포인트 사태가 터졌을 때만 해도 3개의 게임이 연기되는 등 유비소프트는 또 다른 노력을 보일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와치독스 리전은 고스트 리콘 브레이크 포인트 사태의 또 다른 시발점일 뿐, 그 어떠한 변화도 보여주지 못한 사례가 돼 버렸다.

이쯤 되면 그냥 영국 관광 게임...


이후 패치로 어느 정도 개선이 되고 나아질 것으로 보이지만 -시즌 패스에는 전작들의 주인공이 돌아올 예정- 현재까지의 모습에서 나아지는 요소들이 있다고 해서 게임이 좋아질 것으로는 생각되지 않는다. 이유는 간단하다. 와치독스 리전 자체가 부실하게 짜인 모래성 같은 게임이기 때문이다.


이제 남은 건 어쌔신 크리드 발할라다. 와치독스 리전과 다른 팀이고 이미 호평을 받은 오리진과 오디세이 시리즈의 후속작이라는 점에서 걱정은 조금 덜하긴 하지만 그래도 불안함이 가시지 않는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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