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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겜노인 Nov 17. 2020

북유럽 신화를 만나다 '어쌔신 크리드 발할라'

[리뷰] 멀티플랫폼용 액션 RPG '어쌔신 크리드 발할라'

북유럽 신화는 우리에게 그리 친숙하지 않은 소재다. 몇몇 유명 게임들이 소재로 다뤄 접하는 경우도 있지만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고대 그리스'나 '로마' 시대의 이야기에 비하면 유명도가 낮은 편이기 때문.


그래서 그런지 '신화' 시리즈로 불리는 전작 어쌔신 크리드 오리진은 기원전 1세기 고대 이집트를, 두 번째 작품이었던 오디세이는 기원전 431년 고대 그리스의 펠로폰네소스 전쟁 시기를 다루고 있다.


전체 시리즈 12번째 작품인 어쌔신 크리드 발할라는 9세기 이교도 대군세 시대 노르웨이 출신의 바이킹 '에이보르'가 자신의 부모의 복수와 마을 '레이븐소프'를 번창시켜 나가는 내용으로 진행된다.

주인공인 바이킹 '늑대와 입 맞춘 자' 에이보르, 성별은 유저가 마음대로 선택 가능하다.


이교도 대군세 시대는 865년 스웨덴과 노르웨이, 덴마크의 데인족 전사(바이킹)들이 연합해 잉글랜드의 앵글로색슨 4개 왕국을 침략한 사건을 말한다.


이 게임에서 유저는 바이킹의 입장이 돼 잉글랜드에 터전을 잡고 그곳에 있는 당대 7개 왕국이었던 머시아, 노섬브리아, 웨섹스, 이스트 앵글리아를 점령하게 된다.


일명 '공부하는 게임'으로 불리는 어쌔신 크리드 시리즈답게 철저한 고증이 가장 먼저 눈에 띈다. 당시 시대상의 모습과 복장, 건축 양식 등이 아주 잘 재현돼 있다.

레이븐소프를 발전시키는 과정도 재미있다.
아름다운 풍경!
동기화가 이토록 아름다웠나 싶을 정도로 멋지다.

또한 배경 등 사물 그래픽이 압도적으로 좋아져 마을과 산맥, 강변 등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는 맛도 좋아졌다. 시리즈의 대표 기술인 '동기화'를 할 때의 풍경의 장엄함은 기대 이상이다.


그렇다면 어쌔신 크리드 발할라는 전작과 어떤 차별점이 있을까. 사실 이 시리즈의 고질병 중 하나가 게임성의 큰 변화가 없다는 것이다. 오리진에서 오디세이만 봐도 쉽게 알 수 있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바이킹이라는 소재 때문일지도 모르지만 어쌔신 크리드 발할라는 전체적으로 어두워졌고 잔혹하며 다소 무거운 주제의 진행이 많아졌다. 이야기 전개부터 몇몇 에피소드는 꽤나 잔인하다.


주둔지나 항구를 습격할 때 아군 바이킹들이 적들을 공격하고 집이나 살림 등을 파괴하는 모습만 봐도 예전 '정의의 입장'에서 활약했던 '감추어진 존재들'과는 조금 다른 느낌이 든다.

중심 이야기는 침략자라는 설정 때문에 어둡고 잔혹한 형태가 많다.
동맹을 완성하기 위해 과정은 무수히 많은 피로 채워진다.
꽤 씁쓸한 이야기도 많다.

그래서 그럴까. 전투는 시리즈 전체 중 가장 격렬하고 잔혹하다. 다양한 무기를 활용해 터지는 전투 장면은 암살 중심이던 기존 시리즈와는 다른 대규모 액션 방식으로 진화했다.


특히 기절한 적이나 특정 상황에서 발동되는 '시그니처' 액션과 강력한 효과를 가진 '능력'을 사용할 때 보이는 잔혹한 연출은 그 어떤 시리즈보다 과하게 표현된다.


게임 특성상 대규모 난전 상황이 자주 발생하는데 적들의 손이나 머리, 종아리 등이 사방으로 날아다니는 장면은 기본이고 실제 장기 속으로 칼이 들어가는 등의 연출이나 고문 장면 등이 적나라하게 나온다.

그래서 전투 자체의 재미로만 본다면 시리즈 중에서도 손꼽힐 정도로 우수하다. 물론 암살의 기능이 확대돼 연속으로 적을 제압하거나 바이킹스러운 투척 도끼 암살 등도 인상적이지만 전투의 재미가 확실히 더 좋다.


하지만 전작에 없던 스태미나 시스템이 있어 무조건 '무쌍'식 전술을 펼칠 수 없다. 그래서 초중반은 자신의 능력으로 어느 정도 이상 활약도 가능하지만 뒤로 갈수록 정교한 전투나 암살을 선호하게 된다.


이야기 전개에도 변화가 많이 반영됐다. 우선 이야기 중심으로 약 20~30시간 소요되던 전작들과 달리 이번 게임은 '메인 캠페인'만 50시간 이상을 필요로 한다.


여기에 세계 이벤트라는 서브 퀘스트는 지역마다 8~15개 이상 존재하고 숨겨진 모험, 탐험 요소, 신화 속 이야기인 '아스가르드'까지 모두 진행하려면 적어도 7~90시간 이상 소요된다.

임무도 해야 하고, 모험도 해야 하고 바쁘다 바빠!
레이븐소프 발전도 정말 많은 시간을 소요하게 만든다.

여기에 주인공의 선택, 대사에 따라 상황의 변화를 줘 이야기 전체의 재미를 드높였다. 어떤 선택이든 큰 무리가 없던 전작들과 달리 대사 하나하나가 중요하고 그에 따른 변화도 커 여러 번 즐길 수 있다.


그리고 동맹을 맺기 위한 과정에서도 유저가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게 해 주며, 습격지나 레이븐소프 마을을 번창시켜나가는 과정 속에서 소소한 연애나 임무를 즐길 수 있는 재미도 크다.


여기에 대화로 상대방 기를 죽이는 플라이팅과 미니 게임 술 마시기, 참신한 재미가 있는 올로그, 낚시, 사냥, 로마 유물 찾기 등 부가적인 콘텐츠도 마련돼 아주 오랜 시간 즐길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마냥 좋은 점만 있는 건 아니다. 생각보다 장점 못지않게 단점도 많다. 아마 전작들을 매우 만족하게 즐긴 사람들조차도 호불호가 생길 수 있는 그런 단점들이다.

일부 미니 게임은 무조건 억지로 '완수' 해야 한다.
먼 거리 이동의 필수 '동기화'

우선 너무 길다. 중심 이야기는 정말 많은 인물들과 지역, 사건이 나오고 이동 시간이나 전투 하나하나의 볼륨이 큰 것도 있지만 사소한 것까지 여러 번 나눠 진행되는 퀘스트 특성 때문에 더욱 늘어지는 느낌이 든다.


세계 이벤트를 하지 않고 진행한다고 해서 되는 과정도 아니다. 게임 내 장비들은 특정 지역의 탐험이나 습격으로만 획득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근접 트리의 '곰 장비'는 어느 정도 퀘스트 진행 전에는 획득 불가다.


그렇기 때문에 유저는 중심 이야기 외에도 세계 이벤트나 부수적인 모험 등을 필히 해야 한다. 장비가 '드롭' 형태가 아닌 오직 특정 보물상자 획득으로 돼 있기 때문에 종합적인 플레이가 필수다.


문제는 여기에 변화된 성장 시스템까지 더해져 난이도를 증가시킨다. 그중 탐험으로 얻어야 하는 '지식의 책'은 특히 더 많은 짜증을 유발한다.

특정 능력은 '지식의 책'으로만 얻고 성장시킬 수 있다. 


전작들은 레벨업만 하면 스테이터스는 자동으로 상승하고 포인트를 투자해 자신이 원하는 스킬을 강화하는 방식이었으나 이번에는 지식의 책으로만 능력 기술을 얻고 성장시킬 수 있다.


지식의 책의 가장 큰 문제는 외부 정보를 보지 않는 한 이 능력이 무엇인지 모른다는 것이다. 원거리와 근거리 총 4개의 능력을 장착할 수 있고 능력마다 2단계까지 성장한다.


근데 지식의 책으로만 얻을 수 있고 성장시킬 수 있기 때문에 억지로라도 필히 모험을 해야 한다. 근데 전작들처럼 특정 숨겨진 요소를 찾는 것이 꽤나 어려워 어떤 과정에서는 '화'가 날 정도다.


장비 성장도 쉽지 않다. 습격이나 탐험을 통해 얻게 되는 아이템은 3단계 허들을 마련해 어느 정도 이상이 되어야 그다음 단계로 성장시킬 수 있게 했다.

특수 능력, 특수 무기는 단순히 임무만 진행해서는 얻을 수 없다.


그러나 재화 자체가 워낙 적게 나오고 모험 중간중간 억지로 철광석을 캔다거나 사냥을 해 가죽을 얻어야 한다. 그리고 버프 효과 때문에 세트 아이템을 착용해야 하고 같이 모두 성장시켜야 하는 부담도 있다.


덕분에 뒤로 갈수록 한쪽의 -까마귀나 늑대, 곰 중 하나- 스킬 트리와 한쪽 장비 위주로 착용하고 성장시키는 일이 벌어진다. 이런 성장 문제는 가뜩이나 오래 걸리는 이야기 전개를 더욱 더디게 만든다.


무엇보다 시리즈 전체 중 가장 많은 버그를 보유하고 있는 것도 단점이다. 아마 게임을 하다가 이렇게 많은 버그를 만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버그 투성이다.


특히 키보드를 쓰다가 게임패드를 쓸 경우 딜레이가 생기는 버그부터 특정 조작이 고정돼 조작이 불가능해지는 상황, 글리치가 발생해 땅속으로 조금씩 들어가거나 벽에 끼는 일, 손에 들고 있는 화살이 계속 늘어나 사라지지 않는 상황 등 정말 다양한 버그가 쏟아진다.

이거시 바로 진정한 레프트 훅이죠!


정리를 하면 이런 단점들이 있지만 어쌔신 크리드 발할라는 매우 재미있고 괜찮은 게임이다. 특정 과정들이 지루할 수 있지만 급하게 엔딩부터 보겠다고 달리지 않고 천천히 음미하듯 즐기면 정말 재미있게 할 수 있다.


그리고 다양한 숨겨진 이야기부터 고대 신화의 장비, 어떤 상황에선 흠칫하기도 하지만 어이없어 웃음이 터져버리는 세계 이벤트 등 볼거리와 다채로운 즐길거리가 가득하다.


'사이버펑크 2077'이 나오기 전까지 마땅히 할 게임이 없이 지루한 입장이라면, 아니면 차세대 콘솔을 사고 싶었는데 물량 부족으로 구하지 못했다면 어쌔신 크리드 발할라는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무엇보다 3개의 신화 시리즈의 마지막 대미를 장식하는 엔딩은 이 시리즈를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꼭 봐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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