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준 낮은 한국 게임의 질 떨어지는 코미디 '그랑사가'
솔직히 이야기하면 '그랑사가' 같은 게임이 300억 투자받고, 150억 가까이 개발이 아닌 광고에 집중하는 상황이 그저 아쉽고 답답하다. 성공을 위해 광고하는 것에 대한 입장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게임이라는 게 광고, 특히 TV 광고나 비싼 모델에 집중되는 이 상황이 과연 옳은 것일까. 개인적으로는 아닌 것 같다.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게임이라는 콘텐츠가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나 비용이 천문학적인 것을. 우리가 잘 알고 있는 트리플A 게임인 '라스트 오브 어스 파트2'나 '사이버펑크 2077' '어쌔신 크리드 발할라' 같은 게임은 평균 300~800억 가까운 개발비가 들어간다.
물론 광고비도 막대하게 들어간다. 대략 '라스트 오브 어스 파트2'는 비공식적으로는 전 세계 300억 원 이상의 마케팅 비용이 쓰인 걸로 알려졌다. 개인적으로 생각할 때는 아마 더 들었을 것 같다. 물론 판매량만 계산해도 그 이상은 벌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그랑사가'가 투자받은 상황이나 비용에 대해서 뭐라고 언질하는 것은 좋은 일은 아니라고 본다. 이글에서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은 '왜 게임성보다 홍보 모델이 더 중요하게 표현되는가'이다. 엔픽셀이 선보인 광고에 들어간 연예인만 13명이다. 유아인, 신구, 엄태구, 주호민, 이말년, 배성우, 조여정, 오정세, 박희순, 이경영, 태연, 양동근, 김강훈 등 굵직한 배우부터, 인기 가수, 유명 방송인까지 가득하다.
CF 영상에서 그들의 서사나 이야기는 나쁘지 않았다. 그러나 이 상황에서 '게임'이 보여준 건 무엇일까? 그냥 이상한 3D 캐릭터, 그것도 '표절' 논란에 휩싸인 '그랑'이라고 모 언론에서 불린 주인공 캐릭터다. 그랑블루 판타지라는 인기 게임의 일러스트와 흡사한 것도 모자라, 게임이 아닌 연예인 광고로 승부하는 상황.. 어디서 많이 본 것 같다.
맞다. 국내에서 유통되는 '무작위 확률'(일명 가챠) 중심의 모바일 게임들의 흔한 방식이다. 그걸 좀 더 오버해서 더 많은 연예인을 쓴 것뿐이다. 한 두명의 광고로는 모자라니깐 13명으로 밀어붙이면 모델들의 팬들이 모여 어떻게든 대박이 나지 않을까라는 지극히 과금스러운 마케팅을 엔픽셀이 보여줬다.
마케팅에 대한 여러 입장도 이해하고, 많은 돈을 들여 홍보하는 것도 이해된다. 나도 그런 바닥에 있으니깐. 하지만 게임성에 그렇게 자신 있고, 차별화를 둔 대단한 게임을 만들었다고 하면 최소, 엔픽셀이 자신 있게 생각하는 '게임'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현재까지 '그랑사가'의 모습은 그렇지 못한 것 같다. 빠르게 스치듯 지나간 지난 클로즈 베타(CBT) 상황에선 ▲어색한 타격감 ▲유치해보이는 UI ▲엉성한 애니메이션 ▲각종 버그 등으로 좋지 못한 평가를 받았다. 어느 정도의 개선은 있겠지만 광고만 보면 개선보단 물량전으로 성과를 내려는 것 아닌가 싶다.
솔직히 이런 광고가 효과가 있는 건 사실이다. 유저를 유입 시키는 과정까진 이런 말도 안되는 물량전이 통한다. 어쨌든 사람들이 해보기 전까진 결과를 장담할 수 없는 것이 '콘텐츠 산업'의 특성이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들어와 즐기고 평가를 해야 과금도 발생하기에 '그랑사가'의 시도가 나쁘다고 보긴 어렵다.
하지만 전시된 '작품'보다 홍보 포스터가 더 멋지다면 이건 좀 다른 이야기가 되는 것 아닐까 싶다. '그랑사가' 게임이 게임 커뮤니티에서 게임성나 그래픽, 표절 논란이 발생했다면 이를 해소하기 위한 -최소한 게임 유저를 존경한다면- 시도부터 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그러나 엔픽셀은 이런 노력보단 엄청난 현질의 'Pay To Win'스러운 광고를 꺼내 들었다. 이제 곧 TV부터 지하철이나 여러 웹진, 커뮤니티 사이트에 광고가 쏟아질 것으로 보인다. 유튜브나 페이스북까지. 게임성보다 게임의 재미보다 외적인 상황이 더 노출되는 현재의 게임 광고들가 과연 옳은가
마케팅이 잘못됐다는 게 아니다. 왜 우리나라 게임이 전 세계적으로 크게 성공하지 못하는지, 왜 배틀 그라운드 같은 게임은 우리나라가 아니라 다른 나라의 개발자가 만든 건지, 세계적인 큰 시장에서 콘솔과 PC 게임 시장에서 전혀 힘 조차 못쓰는 K-GAME 따위가 뭔 의미가 있는지 난 잘 모르겠다.
그래서 젤다 같은 게임이 있는가? 그래서 GOTY(올해의 게임)을 받은 게임이 있는가? 북미 시장에 우리나라의 문화나 우리의 이야기를 세계적으로 히트시킨 게임이 있는가? 세계적인 게임 플랫폼을 가진 기업이 우리나라에 있는가? 그 찬란했던 온라인 게임 역사 이후 우리는 뭘 보여줬는가?
결국 300억 개발비가 들어가든, 마케팅 비용에 150억을 쓰든, 그 흔한 게임 장면 하나 넣지 못하는 광고로 도배된 콘텐츠가 과연 '게임'이라고 할 수 있을까. 해외의 무수한 게임들이 부가적으로 홍보 모델을 쓰는 모습을 봤지만 배보다 배꼽이 큰 지금의 게임 광고 같은 상황은 본 적이 없다.
소비해주는 사람이 있으니 이런 행위도 통한다고 본다. 유저를 비난하고 싶지 않다. 콘텐츠 소비는 자유니깐. 하지만 게임 자체에 대해 각성하지 못하고 우물 안을 벗어나지 못하면 결국 '리니지2M'이나 '그랑사가' 같은 게임만 쏟아지게 된다. '아타리 쇼크' 당시 게임성보다 잡지 광고에 열을 올린 게임들이 생각나는 것은 왜일까.
엔픽셀의 이번 광고가 만약 성공하면 우리나라 게임의 성공 공식은 콘텐츠, 게임성이 아닌 얼마나 더 많은 연예인을 쓰는가로 완전히 바뀔 것 같다. 게임 재미 없어도 게임성 별로여도, 표절을 하든 대충 만들든 13명이나 되는 연예인 써서 성공하면 모든 게임사들이 따라할 수밖에 없다.
결국 게임 개발비보다 마케팅, 광고에 더 주력하는 상황으로 가게 된다. 왜 하필 엔픽셀이냐 싶겠지만 게임 산업 자체가 '투자'를 받기 어려운 지금의 상황에서 이런 방식의 결과가 -당장 자기들은 투자자들에게 면피할 수 있는 핑계가 생겨 좋겠지만 - 우리나라 게임 산업 전반적으로 봤을 때 좋은지는 모르겠다.
개인적으로는 세계적인 게임들과 경쟁할 수 있고 IGN이나 게임스팟, 유로게이머 등 해외 유명 게임 언론사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국산 게임이 보고 싶다. 안타깝게도 현재까진 없고 앞으로도 없을 것 같다. PS5나 Xbox 시리즈 X 같은 차세대 콘솔이 나오면 뭐하나. 그 속에는 우리의 콘텐츠는 없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