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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겜노인 Nov 18. 2020

한국 게임의 한심한 현주소를 알려주는 대한민국 게임대상

누가 선정되어도 부끄러운 현실의 대한민국 게임대상

매번 글을 쓰지만 이런 내용의 주제를 만날 때마다 안타깝고 서글프다.  11월 18일 수상작 발표가 예정된 '대한민국 게임대상' 이야기다. 매년 비슷한 논란이 나왔지만 변화도 없고, 나아지지도 않는다. 일반 게임 유저들의 시선을 무시한 현재의 대한민국 게임대상이 의미가 있을까 싶다.


올해에 본상 후보로 나온 게임들은 총 13종이며, 그중 11종은 모바일 게임이다. 콘솔 게임 부분의 '베리드 스타즈'와 PC 게임 부분의 '플레비 퀘스트: 더 크루세이즈'를 빼면 플랫폼 편중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다.  엔씨소프트나 신작을 선보였던 상당수 게임사가 참여하지 않아 후보작 면면이 부실해 보인다.

작년 대상 게임 외에는 여러 논란이 생긴 수상작들이 나왔다.


후보작의 문제는 대한민국 게임대상의 고질적 문제였다. 이런 문제가 생기는 가장 큰 이유는 이 상 자체가 형성된 배경에 있다. 이 행사는 문화체육관광부와 사단법인 한국게임산업협회, 전자신문, 스포츠조선이 진행한다. 그래서 그럴까. 선정작 대부분은 유저들의 반응보단 언론사, 협회 소속사 게임 위주로 구성된다.


가뜩이나 부실한 게임 수도 문제인데 선정하는 기준도 애매하고 유저 참여 투표 비율보다 전문가 투표 비중을 높게 책정해 누가 봐도 조작이 의심되는 결과로 연결된다. 희대의 논란이었던 2018년 '야생의 땅: 듀랑고' 3관왕 사태를 생각하면 쉽다. 물론 이것 말고 그냥 수상 결과만 봐도 어이가 없다.


심지어 상 중에는 기술-창작상 분야에 스포츠조선 사장상, 전자신문 사장상이 있다. 언론 자체 이름의 상이 존재한다는 건 공평성 논란을 일으키기 쉽다. 수상된 게임과 언론사의 관계를 지적하는 것보다 팔이 '안으로 굽는다'는 말로 대신하는 게 맞을 것 같다.

후보군만 봐도 머리가 지끈.


또한 대한민국 게임대상은 후보군이 직접 신청해야 하는 구조로 진행된다. 당연히 한해 화제가 되는 게임이 있으면 그 게임을 발굴해 후보군에 넣는 것이 아니라, 개발사나 퍼블리셔가 직접 신청해야 하는 구조다. 그러니 유저 간에 화제가 된 게임도 개발사가 신청하지 않으면 후보조차도 못 올라간다.


자동으로 선정되는 기준도 있긴 하다. 바로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주관하는 '이달의 우수게임'에 선정되는 것이다. 근데 이 선정 기준도 재미있다. 사업 주최는 문화체육관광부와 전자신문, 더게임스데일리, 네이버게임이, 사업 주관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맡고 있다.


이것 역시 직접 신청이다. 여기서 신청해서 선정된 게임은 자동으로 대한민국 게임대상 후보가 된다. 하지만 여기 선정 기준은 유저 투표도 있지만 대부분 전문가 선정으로 결정된다. 선정 방법에 있는 '서면/발표평가'는 업체가 낸 자료를 바탕으로 내부 심사 의원이 결정한다는 의미다. 유저 투표는 20% 밖에 안된다.


해외 게임에 대한 제약도 심하다. 넥슨은 한국에서 활약하지만 엄연히 말하면 일본 기업이다. 근데 대한민국 게임대상 본상 후보에 오르고 수상도 한다. 올해 화제를 모은 카카오게임즈 퍼블리싱, 개발 콩 스튜디오의 '가디언 테일즈'는 해외 게임이라는 이유로 후보에 오르지 못했다.

콩 스튜디오는 미국 본사 산하의 한국 스튜디오가 개발한 게임이다.


반대로 중국에서 개발됐지만 공동 개발이라는 이유로 한국 게임으로 인정받은 사례도 있다. 그라비티의 '라그나로크 오리진'이다. 심지어 라그나로크 오리진은 IP만 사실상 제공했지, 실제 개발은 중국에서 도맡았다. 한국 게임사에게 상 주려고 만든 행사다 보니 이런 촌극이 벌어지는 것이다.


이런 이유 말고도 말할 수 없는 '어른의 사정' 덕분에 대한민국 게임대상은 한해 한해 시간이 갈수록 일반적 게임 유저들의 선택과 괴리감이 발생하고 있다. 이러니 그들만의 리그니, 돈 주고 상을 산다는 말이 나오는 것 아닐까. 흔한 정부와 언론사의 생색내기로 전략하고 있는 대한민국 게임대상 정말 한심하다.


개인적으로 자국 게임 개발을 장려하고 활성화하기 위한 목적에는 공감한다. 하지만 그 과정은 정당해야 하고 현장의 목소리가 적극적으로 반영되어야 한다고 본다. 음반이나 영화도 마찬가지인 듯 결국 많은 사람들이 본 작품이 수상을 해야 그들의 노력에 대한 정당한 결과로 인정돼 역사에 남게 되는 것 아닐까.

최고를 인정하는 건 전문가가 아니라 시청자, 사용자다. 그걸 무시하는 상이 무슨 의미가 있나. 


물론 영화에서 독립 영화 등을 선정하는 내용들이나 전문 심사의원의 선택을 제외하라는 것이 아니다. 최소한 대통령상, 국무총리상으로 수상되는 대상과 최우수상은 유저들의 온전한 몫으로 선정되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이다. 그래야 유저들도 납득하고 상의 가치 또한 높아진다.


결국 1996년부터 지금까지 별 다른 변화도 없이 그저 수상작 배출하기 급급한 대한민국 게임대상은 공무원과 언론인이 공무원하고 언론인 한 일로만 기억되고 있다. 수상의 가치는 공무원과 언론인이 만드는 것이 아니다. 사용자들이 만드는 것이고 그건 사용자들이 인정해야 비로소 진짜 수상의 영예가 생기는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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