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하는 모바일 게임 시장] XD 플래시파티 편
전세계 모바일 게임 산업은 그야말로 격동에 격동을 겪고 있다. 자동사냥 중심에서 조작이나 전략 베이스의 게임들이 대거 늘었고, 애매하던 장르는 콜렉터, 액션, 로그라이크, 전략 등 확실하고 명확한 형태로 규정되고 있다. 물론 모바일 특유의 하이브리드 개념도 더욱 발전 중이다.
그 중에서 필자의 이목을 가장 끈 변화는 '플랫폼'의 다양화이다. 사실 모바일 게임 산업은 구글플레이와 앱스토어 2개로 양분돼 있었다. 특수한 형태의 중국 시장을 제외하면 거의 자국 스토어가 힘을 쓰지 못하는 형태를 띄고 있다.
반대로 중국은 구글플레이의 진입을 사실상 막으며 안드로이드 생태계 중심에서 자신들만의 스토어를 구축했다. 텐센트를 비롯해 왕이, 완메이스제, 쿤룬, 37게임즈, 창유, 킹넷, 거인네트워크, 유주 등 수많은 플랫폼 강자들이 매일 같이 순위 경쟁을 펼치고 있다.
특히 그 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플랫폼은 TapTap(탭탭)이다. 사실 탭탭은 2~3년전까지만 해도 위에서 언급한 회사들에 비해 힘을 쓰지 못하고 있었다. 유주의 주요 타이틀이 전선을 이탈하면서 전력을 상당히 잃은 것이 컸다. 그 이후 탭탭은 절치부심 자기만의 것을 만들기 위해 분투해왔다.
중국 내 경쟁에 도취돼 있던 다른 플랫폼과 달리 탭탭은 글로벌 시장을 타깃에 두고 공격적인 행보에 나섰다. 물론 시도 상 큰 성과를 내기까진 아직까지 많은 시간이 필요해 보이지만 최근의 행보만 본다면 머지 않아 동남아를 기점으로 한 폭발적인 성장을 이루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들이 선보인 독특한 행보 때문에 말이다.
그들의 생각을 하나로 웅축한 게임이 최근 동남아와 한국 얼리억세스(앞서 해보기) 서비스를 시작했다. 2021년 4월1일 첫걸음을 뗐고 7월1일 한국어 지원을 통해 한국 서비스 준비에도 착수했다. 아직 정식 서비스는 아닌 단순 업데이트이지만 한국어 지원이라는 건 분명히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플래시파티는 XD에서 자체 개발한 난투형 대전 액션 게임이다. '스매시 브라더스' 시리즈로 대표되는 플랫폼 대전 액션 게임의 모바일 버전이다. 복잡한 조작 대신 모바일 환경에 맞춰 간편화가 됐고, 빠른 전개를 통해 3~5분이면 한 번의 승리 (또는 패배)를 경험할 수 있게 했다.
1대1과 2대1 매치, 그리고 4인이 동시에 싸우는 난투 매치 등 3가지 모드와 각종 스테이지 기믹 요소 (예를 들어 스테이지 특정 구간에 벼락이 치거나 폭탄이 떨어지는 것)들로 다양화를 추구했다. 캐릭터(히어로로 불린다)는 8명이지만 꾸준히 몇 주에 한 명씩 추가되고 있다.
실제로 해본 게임은 꽤나 재미있었다. 한국 유저들이라면 좋아할 요소가 있고 현재까진 게임 내 모든 콘텐츠가 무료로 제공되고 있다. 서버 초기화도 없기 때문에 일찍 들어와 지금 한정으로 제공되는 아이템들을 획득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이에 대한 건 따로 한 번 다룰 예정이다.
재미있는 점은 이 게임의 출신 이력이다. 개발은 XD의 내부 스튜디오가 도맡았고, 퍼블리싱은 XD, 그리고 안드로이드는 탭탭 독점으로 나왔다. 현재 동남아 등에서 얼리 억세스 단계에 있음에도 이 게임은 구글플레이에서는 찾아볼 수가 없다. 특이한 방식이다.
즉 안드로이드 시장 내에서는 탭탭 플랫폼으로만 출시된다는 의미다. 우린 이미 '포트나이트'라는 비슷한 사례를 접한 적이 있다. 물론 완전히 같다고 볼 순 없지만 이 과정에서 꽤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는 걸 알고 있다. 플래시파티는 아예 처음부터 구글플레이를 선택하지 않고 오직 탭탭으로만 출시됐다.
(플래시파티 웹사이트 링크 https://www.taptap.io/app/211926/topic)
좀처럼 보기 힘든 독특한 관경이 아닐 수 없다.
콘솔 시장에서는 독점 게임이 가진 의미가 남달랐다. 해당 게임기를 팔기 위해서는 이 게임기를 구매하려는 원동력, 기폭제가 필요했다. 그래서 소니와 MS는 오랜 시간 독점 게임이라는 무기를 통해 자신들만의 생태계를 구축했다. 어찌보면 플래시파티도 이런 의미에서 탭탭 독점으로 제공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물론 겨우 1개 게임으로 무슨 변화가 생기겠냐 하겠지만 시작이 반이라는 말처럼 이번 시도는 XD와 탭탭의 앞으로 행보에 중요한 역할을 할 기폭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만약 플래시파티가 탭탭에서 큰 성공을 거둔다면, 또는 앞으로 나올 XD의 모든 게임이 탭탭으로 독점 제공된다면 (안드로이드 한정) 어떻게 될까.
탭탭이 궁극적으로 노리는 시장은 중국이 아니다. 중국 내에서도 입지가 빠르게 오르고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글로벌 시장의 성공이다. 이미 탭탭은 동남아 시장에서 꽤나 괄목할만한 성과를 기록하고 있다. 최근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싱가폴에 출시된 '소시지맨' (모바일 배틀로얄 게임이다. 이 역시 따로 다룰 예정이다.)은 트위터와 틱톡 등에서 큰 화제가 됐다.
탭탭 자체에서만 오늘 기준(7월7일) 75만명이 다운로드 받았다. 최근 출시된 게임 중 가장 높은 수치다. 탭탭을 통해 동남아 진출을 시도한 소시지맨의 큰 성공은 구글플레이와 앱스토어 양대산맥이 아닌 다른 활로를 개척했다는 의미에서 매우 눈에 띄는 성과가 아닐 수 없다.
자, 만약에 플래시파티와 소시지맨, 그리고 앞으로 나올 다양한 XD의 게임이 탭탭에서 독점 제공되고 몇몇 괜찮은 성과를 기록한다면 어떻게 될까. 당연히 새로운 모바일 게임 생태계로 인정 받게 될 것이다.
(소시지맨 웹사이트 링크 https://www.taptap.io/app/212769)
탭탭의 이런 시도는 최근의 변화하는 중국 게임 산업에서도 보기 드문 행보이자 한국 모바일 게임 산업이 배워야할 자세가 아닐까 싶다. 우리는 이미 이통3사가 손잡고 만든 원스토어가 시장에서 재구실을 못하고 서브 플랫폼으로 근근히 버텨오고 있는 것을 몇 년째 바라만 보고 있다.
이통3사의 맥없는 투자도 문제지만 국내 또는 해외 개발사를 설득하고 그들로 하여금 플랫폼을 이끌 대형 타이틀을 개발 또는 퍼블리싱 하지 못했다는 건 우리나라 개발사가 이통3사를 바라보는 시각이 얼마나 끔찍한지를 잘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할 수 있다.
https://www.youtube.com/watch?v=uNw8_QIEwC8&ab_channel=UgiDesniana
그런 과정에서 탭탭의 이런 시도는 진작에 우리나라에서 선보여야 했던 행위가 아닐까 싶다. 비즈니스적으로 쉬운 선택은 아닌 것을 알고 몇 년을 넘어 매우 장기적으로 고려해야할 중장기 프로젝트라는 것도 안다. 하지만 그것조차 놓쳐버린 한국 모바일 게임 시장은 앞으로 못벌고 퍼주는 일만 남은게 아닐까 싶다.
플래시파티와 소시지맨을 직접 플레이해봤다. 짝퉁 타령하던 중국 게임은 사라지고 제법 괜찮은 아이디어와 게임성, 개발력을 보여줬다. 여기에 탭탭 독점이라는 독특한 서비스 방법을 선택했다는 것에서도 그야말로 부러움 그 자체다.
한국 게임 산업, 특히 모바일 분야가 리니지M이나 오딘과 같은 게임이 아닌 참신함과 개성을 갖춰서 등장하는 걸 바라는 건 정말 무리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