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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겜노인 May 03. 2021

리터널, 솔직히8만 원은..아니지.

[리뷰] PS5용 리터널 (Returnal)

지난 4월 30일 자막 한글화로 정식 출시된 하우스파티 개발, 소니스튜디오 출시인 3인칭 슈팅 게임 '리터널'(Returnal)은 로그라이크 장르와 SF 어드벤처, 그리고 3D 탄막 슈팅이 더해진 특이한 작품이다.


알 수 없는 행성에 불시착한 우주인 셀린이 겪는 기묘한 죽음과 부활의 반복의 이야기를 다룬 이 게임은 끊임없이 되살아나며 사라진 고대 문명의 비밀과 자신의 고통에 대한 고리를 깨기 위한 과정을 뛰어난 그래픽과 사실적인 연출, 뛰어난 게임성으로 보여준다.


처음엔 그냥 귀엽다고 생각했다.. 아니었다.


게임의 완성도는 뛰어나다. 물론 사운드 버그부터 조금 문제 있는 장면들이 종종 보이지만 이건 어차피 패치가 될 것이기 때문에 지적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다만 게임의 완성도가 전체적 수준을 의미한다는 건 아니다. 이 게임은 아쉽게도 8만 원의 가치를 하지는 않는 것 같다.


우선 게임성에 포함되는 액션 슈팅 부분은 100점 만점의 재미를 준다. 아마 이 부분 때문에라도 이 게임은 한 번 이상은 꼭 플레이해볼 가치가 있다. 최소한의 조작으로 최대한의 액션 재미를 만들어냈다는 건 정말 칭찬받아 마땅하다고 본다.


아드레날린은 실제 내 머릿속에서도 나오는 것 같았다.


특히 '니어 오토마타'가 보여준 탄막 부분을 2D 게임을 즐기듯 전혀 불편 없이 3D에서 온전히 체험할 수 있게 해 준 게임은 정말 리터널이 처음이지 않을까 싶다. 정말 해보면 사방에서 무수한 탄들이 날아오는 가운데에서도 공격과 회피, 스킬 사용 등이 정말 원활하게 나온다.


무기마다 밸런스는 조금 좋지 못하지만 자신의 스타일에 맞춰 아드레날린을 최대까지 올리면 정말 화려하고 시원한 슈팅을 맛볼 수 있다. 여기에 듀얼센스의 특징인 햅틱 피드백과 적응형 트리거가 더해져 보고 듣고 손으로 느끼는 재미가 무엇인지 진정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아쉽게도 장점은 여기까지다. 이후 게임은 성과 없는 반복을 경험하며 이해하기 어려운 이야기의 끝을 향해 무작정 달리는 과정만 남게 된다.


아.. 볼륨은 생각보다.. 너무 적은데?


다른 로그라이크 게임들과 달리 이 게임은 우선 성장 개념이 최소 수준이다. 영구 해제되는 보조 장비(보조 스킬, 갈고리, 소모품 슬롯 등)와 에테르를 제외하면 죽음 시 모두 잃게 된다. 최소 수준의 핸드건 하나만 들고 다시 시작이다. 에테르가 있다고 하지만 이건 항상 부족하다.


즉, 사망 이후에는 실제 게이머의 경험 성장(숙련)을 빼면 모두 잃고 다시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나마 액트 1의 3개 챕터를 통과하면 다음 사망부턴 액트 2의 첫 챕터인 '메아리치는 유적'에서 시작할 수 있기 때문에 조금은 나아지지만 그렇다고 상황이 바뀌는 건 아니다.


아.. 여기까진 그래 나쁘진 않았다.


대부분 로그라이크 게임들은 죽음은 일종의 성장에 가깝다. 끊임없이 도전해서 자신의 캐릭터를 성장시키고 더 강한 적들을 물리치는 식이다. 하지만 이 게임은 성장 요소가 실제 플레이 시에만 적용되기 때문에 죽음으로 배우는 건 허탈함과 짜증뿐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챕터 3의 보스전에서 사망하거나 너무 강력한 일반 몹 (그중에서도 유도탄 쏘는 외계 비행체)에서 몇 시간을 진행하다가 죽게 되면 멘탈이 정말 아작 나는 느낌이 든다.


게임 내 회복 요소나 내구력, 방어력을 증가시킬 수 있는 요소가 최소화돼 있고, 매번 진행마다 무작위로 스테이지가 조합되기 때문에 항상 자신이 유리한 데로 게임을 풀어낼 수가 없다. 엄청 어렵고 방심하면 바로 사망하는 게임성을 가지고 있는데 구성이나 전개마저 불리하다.


여기.. 챕터 1 낮 버전 아닌가? 적도 똑같네.. 허허


여기에 디버프 개념의 '기능 오류'는 상당히 괴로운 요소로 작용한다. 기능 오류는 악성 아이템 획득 시 무작위 확률로 걸리게 되는 부정적 영향이다. 특정 조건을 만족하면 사라지지만 실수로라도 3개가 걸릴 때는 버프 요소(내구력 슬롯, 아티팩트, 아트로포스 키) 1개가 사라진다.


정지 상태 일 때 무기 대미지 75% 저하부터 최대 내구력일 때 무기 대미지 50% 저하, 최대 내구력 감소, 과부하 비활성, 과부하 시 대미지 유발, 아이템 입수 시 대미지 유발, 새로운 무기 입수 불가 등에 걸리면 오류 해제를 당장 하지 못하면 그냥 새로 하는 게 나을 정도까지 된다.


문제는 이런 요소가 패러사이트라는 착용 액세서리에도 적용돼 있다는 것이다. 긍정과 부정 효과를 무작위로 동시에 가지기 때문에 좋은 기능을 얻기 위해 무조건 손해를 감수하는 상황으로 연결된다. 이 점이 기능 오류와 더해지면 그야말로 대환장 파티가 시작되는 것이다.


아이템 찾는 게 나중에는 은근 스트레스로 작용한다.


그렇다면 이걸 전부 피하고 내구력만 증가시킨다면.. 정말 게임을 잘하는 사람 아니면 액트 2의 챕터 5~6에서 생존하기 어렵다. 워낙 적들의 공격력이 높고 회복 요소가 부족하기 때문에 2~3방 정도면 곧바로 다시 추락한 비행선 앞으로 보내진다.


울며 겨자 먹기로 패러사이트나 기능 오류를 가져야 한다는 뜻이다. 이 과정이 무한으로 반복되는 동안 모을 수 있는 게 영구 보조 장비와 에테르뿐이라면 그것도 무조건 처음으로 되돌려 보내진 다면 이를 극복하는 게 모두에게 쉬울까. 그건 아니라고 본다.


물론 이 게임은 다크소울 시리즈나 블러드본과는 맥락이 다르다. 오히려 엔터 더 건전과 흡사하다. 여기에 2D 종스크롤 비행 슈팅 게임을 하다가 게임 오버 당해 동전을 넣고 다시 하는 느낌도 있다. 그래서 위에서 언급한 게임들보다 선택과 포기가 좀 더 명확하다.


고대 문명의 이야기와 셀린의 무한 생존의 연결점을 잘 모르겠다.


콘텐츠가 부족한 것도 단점이다. 이 게임에는 3개의 액트와 총 6개의 챕터가 있는데 이중 3개는 시각적인 부분만 바꾼(예를 들어 황무지를 눈이 온 공간으로 바꾼다는 것) 형태다. 즉 전체 챕터는 3개뿐이다. 공간도 재활용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큰 차이를 못 느낀다.


특히 액트 1의 챕터 1 무성한 폐허는 액트 2의 챕터 4 메아리치는 유적과 시간대만 다를 뿐이다. 무성한 폐허는 비 오는 밤, 메이리치는 유적은 낮이다.


거기에 챕터 4부터는 높은 등급의 몬스터를 제외하면 다 챕터에서 나온 적들의 재탕이고, 액트 3은 1~6 챕터를 다시 한번에 통과하는 식으로 진행된다. 그래서 리터널을 하고 있다 보면 어느 순간에는 개발사의 괘씸한 돌려막기와 우려먹기, 그리고 8만 원이라는 높은 가격대에 실망한다.


또.. 같은 지역 이내. 너무 우려먹는다.


온라인 모드가 있지만 이는 챌린지 모드라고 매일 정해진 1개의 챕터를 보스전 없이 완수하는 일종의 랭킹 요소다. 에테르를 보상받기 때문에 가능하면 하는 게 좋지만 사방에서 쓰이는 소모성 아이템이라 금방 사라진다.


그 외는 이해하기 어려운 셀린(주인공)의 이야기만 남는다. 전후 설명 등이 매우 약하고 전개 자체가 셀린의 입장에서만 흐르기 때문에 아마 추가적인 코멘터리가 없다면 이해하기 어려울 것 같다. 그리고 고대 문명과 셀린의 이야기가 꽤나 동떨어져 있어 파악하기가 더 어렵다.


그래서 결말이 뭔데?


물론 빠른 이동과 회피, 시원한 슈팅의 감각은 근래에서 느끼지 못한 뛰어난 손맛과 재미를 안겨준다. 그러나 로그라이크 요소의 미진함과 매우 부족한 볼륨, 순간의 실수가 주는 너무 큰 페널티는 이 게임에 대한 호불호를 강하게 만드는 요소가 됐다.


PS5 독점 게임은 현재까지 '디스트럭션 올스타즈'(Destruction Allstars)와 리터널이 유일하다. 작년 11월 출시 이후 현재까지 단 2개뿐인 것이다. 리터널 출시 전까지는 1개였다. 소니 콘솔의 매력인 독점작이 6개월 가까이 1개뿐이었다.


솔직히 8만 원은 좀 오바지.


이런 상황에서 리터널의 출시가 시기적으로 얼마나 '좋았는지' 잘 알 수 있다. 그것도 8만 원대의 높은 가격으로 말이다.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건 이 게임의 가치는 아쉽게도 8만 원은 아니다. 그것보다 더 저렴하면서도 풍성한 볼륨을 자랑하는 게임들은 무수히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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