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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겜노인 Dec 16. 2020

사이버펑크 2077이 잘한 3가지, 못한 3가지

결국 게임이 좋고 재미있어야 한다.

12월 10일 한국어 더빙으로 완전 현지화가 된 오픈 월드 기반의 액션 어드벤처 게임 '사이버펑크 2077'이 정식 출시됐다. 출시된 첫날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즐긴 입장에서 여러 공개된 리뷰어들의 의견이나 커뮤니티의 반응에 십분 공감한다. 그나마 PC 환경이기에 덜 스트레스받았지만 콘솔 유저였다면 정말.. 어휴.


며칠간 즐긴 입장을 간단히 정리하면 그리 나쁜 게임은 아니라는 것이다. 물론 버그 문제는 게임의 재미를 떠나 완성도의 문제이기 때문에 이에 대해선 개발사인 CD 프로젝트 측도 별 할 말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게임이 정상적으로 진행되지 않는 여러 문제가 있다는 건 어쩌면 소비자를 기만한 행위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초반 때까지만 해도,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 밖에 안들었다.


그러나 이 글에서는 버그의 문제보단 그래도 이 게임이 가진 장점과 단점을 정리해보려고 한다. 천문학적인 개발비(대략 3천억 원 이상)가 들어간 사이버펑크 2077이 마냥 쓸모없고 재미없는 버그 투성이의 게임은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아쉬운 점은 있지만 그렇다고 버릴 그런 게임은 아니었다.


8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개발되고 여러 번 출시 연기를 한 끝에 등장한 이 게임의 잘한 점 3가지부터 확인해보자. 개인적인 의견이니 사용자의 취향이나 환경에 따라 다를 수 있다.


1. 묵직한 1인칭 기반의 총격 액션

위쳐 시리즈를 즐기면서 가장 불만이었던 부분은 전투였다. 밋밋하고 뭔가 춤추는 듯 전개되는 흐느적 액션은 필자가 게임에 몰입하지 못하게 만든 장본인이었다. 강렬한 타격감을 줄 것 같은 게럴드가 무슨 봉산 탈춤 추는 듯 휙휙 돌아가며 보이는 액션은 정말 최악에 가까웠다.

총격 액션은 상당히 잘 만들어져 있다.


그러나 사이버펑크 2077의 총격 액션은 상당히 만족스럽다. 우선 보더랜드 시리즈처럼 총기가 가볍게 느껴지지 않았으며, 총기의 스타일과 주변기기 등의 조건에 따라 변화무쌍하게 반응하는 점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실제 개발진들이 대부분 위쳐 시리즈를 만든 사람들이며, FPS 게임 개발 경력이 전무하다.


그런데 이렇게 인상적인 총격 액션이 나왔다니.. 감탄했다. 특히 손맛 자체가 총기마다 다르게 구현돼 있는 점은 정말 게임의 경험을 한 차원 높여주는 좋은 요소다. 권총도 종류별로 특성이나 격발 느낌이 다르고 라이플이나 샷건 등은 아주 좋은 손맛을 제공한다. 천편 일륜적인 평범한 FPS 게임보다 훨씬 뛰어난 경험을 안겨준다.


참고로 총을 쏘는 과정이나 바꾸는 느낌 등이 상당히 좋은데 이런 부분은 FPS 개발자들에게 좋은 교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총격 액션은 실망을 주지 않는다.


2. 인상적인 연출력과 캐릭터들의 디테일

위쳐 시리즈를 해봐서 알겠지만 CD 프로젝트의 강점은 사실 연출과 탄탄한 스토리에 있다. 원작이 있는 위쳐 시리즈와 달리 사이버펑크 2077은 동명의 보드게임의 세계관을 활용해 만든 새로운 이야기다. 독특한 세계관 속 다소 과장된 이야기라 처음에는 이해하기 어렵지만 곧 얼마 되지 않아 빠져들게 된다.


사실 1인칭 시점에서 전개되는 개발사 입장에선 매우 어렵다. 시야의 변화를 주지 않고 고정된 시점 내 인물들의 감정이나 드라마를 전달하는 것이 까다롭기 때문이다. 그래서 1인칭 게임들도 특정 연출이나 상황에는 3인칭 시점이나 다른 카메라 뷰를 이용해 드라마 전달을 용이하게 만든다.

인상적인 인물들의 연기는 그야말로 이 게임의 백미다.


하지만 사이버펑크 2077은 1인칭 시점 내에서 부족함 없는 전개를 보여준다. 가령 소파에 안거나 차에 기대는 등으로 위치가 고정되긴 하지만 이점은 불편하거나 어색하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그 후 전개되는 인물들의 대사와 행동은 위쳐 시리즈와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뛰어나다.


특히 인물들의 사실적인 움직임은 숨 쉴 때의 호흡부터 작은 손가락의 움직임까지 아주 좋다. 꼭 유명 미드를 보는 것처럼 그들의 움직임 하나하나가 사실적이며, 이를 연기하는 성우들의 끈적한 대사 전달은 1인칭 시점에서 생기는 연출의 어려움을 말끔히 해소시켜준다.


이야기 자체도 꽤나 인상적인데 탄탄한 연출과 살아 숨 쉬는 듯한 캐릭터들의 모습과 감정 표현은 이 게임에서는 뺄 수 없는 백미이자 즐거움이다.

조니를 연기한 키아누 리브스의 열연은 그가 얼마나 대단한 배우인지 느끼게 한다.


3. 파밍의 가치를 높여주는 방대한 성장 시스템

솔직히 1인칭 슈터로 나온다고 했을 때 이 게임의 성장 시스템은 매우 단순할 줄 알았다. 가령 '어쌔신 크리드: 발할라' 같이 정해진 것 몇 개를 올리면 끝나는 그런 식 말이다. 그러나 이는 기우였다. 게임 내 성장 시스템은 매우 방대하고 탄탄해 게임의 재미를 몇 수 증가시켜준다.


게임의 성장은 단순 레벨과 '길거리 평판' 그리고 캐릭터 특성과 특전 등으로 나눠지는데 특성 포인트는 자신의 캐릭터를 어떤 능력 중심으로 만들지를, 그리고 특전은 그 능력을 극대화시키는 요소라고 보면 된다. 레벨과 길거리 평판이 오를 때마다 이 능력을 상승시킬 수 있고 이에 따른 변화는 게임 내 여러 상황에 적용된다.

성장 시스템은 정교하고 즐겁다.


여기에 추가 요소가 있다. 일명 '신체 개조'로 알려졌던 사이버 웨어 기술이다. 이 기능은 캐릭터가 2단 점프를 하게 만들거나 기본 공격을 '블레이드'나 '총'으로 바꿔 더욱 다채롭게 활용할 수 있는 기능이다. 이는 파밍으로 선택할 수 있으며, 다양한 부위별 성장, 변화 요소가 존재해 바꾸는 재미도 느낄 수 있다.


파밍 요소도 성장 부분의 큰 비중을 차지한다. 솔직히 파밍 자체가 부실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의외로 상당히 안정돼 있고 획득한 무기나 장비를 분해해 얻은 재료를 이용해 새로운 등급의 무기로 재생산하는 과정은 이 게임이 주는 RPG 재미를 높여주는 좋은 요소라고 생각한다.

그로 인한 파밍은 초반부터 RPG 팬들에게 충실한 즐거움을 안겨준다.



이와 다르게 단점도 있다. 단점은 버그보다 게임성에 주축이 된 내용들이다.


1. 사라진 상호작용, 속 빈 오픈 월드 게임

오픈 월드 게임이지만 이 게임에서 할 수 있는 건 임무뿐이다. 나머지는 RPG에서 볼 수 있는 단순한 구매, 판매 정도이고 생활 속에 섞여서 할 수 있는 건 '섹스' 정도다. 오픈 월드 게임은 억지로라도 대부분 상호작용할 수 있는 요소를 대거 만들어놓는다.

이 넓은 동네에 할 것은 임무 밖에 없다.


위쳐 시리즈의 궨트나 어쌔신 크리드 발할라의 보드 게임, 와치독스 리전의 축구공 오래 차기 같은 별 의미는 없지만 만들어진 세계 속에서 참여하고 즐길 수 있는 요소들은 오픈 월드 게임 자체를 풍성하게 만들고 유저들이 이 세계관에 더욱 몰입할 수 있게 해 준다. 그러나 사이버펑크 2077에는 그런 기능이 없다.


이 게임의 오픈 월드 도심은 상당히 디테일하게 제작돼 있다. 사람들로 가득한 번화가부터 상점가, 그리고 지친 몸을 이끌고 들어와 쉬는 아파트까지 꼼꼼한 구성에 눈길이 간다. 하지만 이내 곧 이곳에서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다는 사실에 좌절 아닌 좌절을 하게 된다. 정말 할 게 없다.

어딜가도 임무가 아니면 아무런 상호 작용도 할 수 없다.

정말 단순한 구매, 판매 정도고 차량 구매도 직접 찾아가 구매 버튼만 누르면 끝난다. 뭔가 비싼 물건을 산 기분도 느껴지지 않는다. 게임 속에서 주인공인데도 아무도 나에게 관심을 주지 않는 그런 기분을 느끼게 한다. 이들과 아무것도 할 수 없으면 오픈 월드라는 방식이 왜 필요한 걸까.


주인공이 총을 들고 다니든 길거리에서 무차별로 사람을 죽이든 반응은 그저 그렇다. 식상한 경찰들이 갑자기 '리스폰' 되어 등장하고 이상한 비명을 지른 사람들은 그 자리에 앉아서 눈치만 본다. 꼼꼼하면 뭐할까. 그냥 속 빈 강정.. 아니 오픈 월드 게임만 남아 있는데 말이다.

결국은 눈에만 보이는 텅빈 도시만 남았다.


2. 부실한 타격감과 어색한 액션의 근접 전투

아까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총격 액션은 이 게임의 백미다. 정말 시원하고 통쾌한 맛도 강해서 이 부분만큼은 정말 단점이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와 반대로 근접 전투는 매우 별로다. 일단 어색하고 빠르지만 타격감도 부족하고 여러 무기가 있지만 결국 필요 외는 잘 안 쓰게 되는 요소가 돼 버렸다.

아무리 좋게 보려해도 근접 전투는 대실망이다.


이 게임에서 근접 무기는 살상과 비살상 위주로 나눠 공격, 강한 공격, 방어, 받아치기 등으로 할 수 있게 되어 있는데 초반 튜토리얼을 제외하면 정말 쓰이지 않는다. 근접 공격 자체가 총기 위주의 적들에게 좋지 못하고 실제로 사용해도 정말 느린 망치 계열을 제외하면 모두 비슷비슷해 보인다.


오히려 총기를 들고 하는 근접 액션은 단순하면서도 빠르고 직관적이기 때문에 오히려 근처에 오는 적을 제압할 때 더욱 유리하다. 강한 공격은 상대방에게 쓰러짐이나 기절 등을 유발시킬 수 있지만 스태미나가 너무 빨리 소진돼 오히려 역공당할 상황이 많이 온다.

근접 전투가 초반에 잠깐 신날 뿐, 나중에는 계륵이 되어 버린다.


결국 시스템으로 있지만 그냥 공격 버튼 연타만 하는 식으로 귀결돼 버린다. 여기에 부실한 타격감과 엉성한 근접 액션 모션 등도 근접 전투가 주는 재미를 반감시켜버린다. 비살상이라는 요소만 아니라면 중, 후반으로 갈수록 쓸 일이 없어지는 그런 요소다.


3. 끔찍한 자체 개발 엔진 'RED엔진'으로 진행된 무리한 개발

개인적으로 이 게임이 이런 망조를 띄게 된 원흉 중 하나로 보고 있는 것이 바로 개발 엔진이다. 우리가 흔히 아는 언리얼 엔진이나 유니티, 크라이 엔진 등이 아닌 RED로 불리는 이 자체 개발 엔진은 위쳐 시리즈를 만든 일등 공신이자 해당 시리즈가 버그로 몸살을 앓게 만든 장본인이기도 하다.


그래서 사이버펑크 2077이 위쳐 3 개발 때 사용된 RED엔진 3을 개량한 4 버전이라고 했을 때 필자는 오늘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을까 우려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자체 엔진이 가진 수준이 지금의 게임을 개발하기엔 턱 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는 위쳐 3만 플레이해봐도 안다.

연출은 인상적이지만, 게임 플레이는 단조롭다.


위쳐 3은 탄탄한 스토리와 드라마틱한 캐릭터들의 조합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게임 자체는 오픈 월드 방식일 뿐 수준이 매우 좋다고 보긴 어렵다. 특히 어색한 물리엔진은 물방망이 타격감을 만드는데 일조했으며, 그 흔한 점프나 장벽 넘기 등의 과정도 매우 조약 하게 표현된다.


개인적으로는 이 자체 엔진이 개량되었다고 해도 슈터 기반의 1인칭 액션 오픈 월드 게임과 잘 맞지 않았을 것으로 본다. 상용 엔진들은 오랜 서비스 기간 동안 다양한 지원책이 마련돼 있으며, 물리엔진부터 여러 기능 등을 자체적으로 지원해 개발을 용이하게 해 준다.

디테일한 구간과 그렇지 못한 구간의 차이가 너무 심하다.


하지만 자체 엔진은 필요 기능 대부분을 직접 만들어야 하고 상용 엔진에서 쉽게 구현할 수 있는 기능 등을 오랜 시간, 많은 인력을 투입해 개발해야 한다. 게임 개발 기간에 쫓겨 기능을 못 넣었다고 보는 것보다 게임 개발과 엔진 개발을 동시에 진행하는 환경 탓에 출시 연기부터 기능 누락 등의 문제가 생긴 것으로 보인다.


결국 여러 다른 문제들을 다 제쳐둔다고 해도 자체 개발 엔진을 사용해 완전히 다른 장르의 게임을 개발하는 과정이 여러 차례 발목을 잡았고 출시 연기부터 공개됐던 여러 기능의 축소나 제외라는 사태를 만들어낸 것이 아닌가 싶다. 

결국 남은 건 스토리와 가능성 뿐.




어쨌든 사이버펑크 2077은 한동안 각종 커뮤니티는 물론 언론들의 주목을 독식할 것으로 보인다. 오랜 기다림의 실망이 추가 패치와 향후 나올 DLC, 그리고 온라인 모드 등으로 개선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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