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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겜노인 Nov 19. 2020

선정적이기만 한 어설픈 전략 게임 '삼국지난무'

한빛소프트와 스퀘어에닉스의 합작 '삼국지난무'

한때 '오디션' 게임으로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큰 성과를 기록하던 한빛소프트가 오랜만에 신작을 냈다. 그것도 일본 및 전 세계 게임 시장을 대표하는 거물 '스퀘어에닉스'와 함께 말이다. 넷마블의 대작 '세븐 나이츠 2'와 '지스타' 등에 밀려 주목받지 못하고 있는데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인 것 같다.


요즘 모바일 게임들은 사실 1~2시간 만의 플레이만으로도 대부분의 콘텐츠를 파악하고 경험할 수 있다. 결국 수집형 중심의 과금 모델로 이루어진 게임은 초반 5분 정도에 재미 여부가 결정되고 길어봐야 1~2시간 안에 더 할지 아니면 여기서 멈출지가 결정된다. 그만큼 콘텐츠가 단순하다는 말이다.


삼국지난무는 딱 그 정도의 게임이다. 필자는 개인적으로는 모든 게임은 재미있는 부분이 있다고 본다. 아무리 별로인 게임도 메인 콘텐츠의 재미만큼은 확실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이를 가능하면 꼼꼼하게 즐겨본다. 어쨌든 그 부분을 부각하고 싶고 이를 중심으로 단점에 대해서도 다룬다.

해상도가 왜 이리 낮은지 모르지만 지금 상황이 '풀 옵션'이다.


하지만 삼국지난무는 정말 당황스러운 게임이다. 장점은커녕 단점만 가득한 게임이다. 최근에 나온 중국형 양산 게임들과 비교해도 떨어진다. 아마 5년 전에 이 게임이 나왔다면 잘 만들었다고 볼 수도 있지만 '세븐 나이츠 2' 같은 게임이 쏟아지는 시기에 몇 년 전 유행했던 방식의 콘텐츠를 가져왔다면 좋게 볼 수 있을까.


이 게임은 양사의 나쁜 부분만 잔뜩 따온 느낌이다. 스퀘어에닉스의 파이널 판타지 7 리메이크 같은 게임은 뛰어난 그래픽과 멋진 CG 영상, 독특한 액티브 배틀 등의 요소로 전 세계 많은 사람들의 선택을 받고 있다. 하지만 2D 그래픽과 도트 등의 웹브라우저 기반 느낌의 모바일 게임들도 많이 제작해 출시했다.


우리가 스퀘어에닉스에게 기대하는 건 파이널 판타지 신작이나 에이도스의 '툼레이더' 최근에 나왔지만 아쉽게도 성적표는 나빴던 '어벤져스' 게임 같은 거다. 그러나 삼국지난무는 이런 스퀘어에닉스의 장점 대신 IP를 활용한 웹브라우저 게임 같은 모바일 게임들의 특색만 가져왔다.

전술은 사용해도 이득이 별로 없다. 그저 자동사냥과 무장 성장이 답이다.

여기에 검증되지 않은 한빛소프트의 개발력이 더해졌다. 오디션 이후로 한빛소프트의 게임들은 줄곧 시장에서 외면당해왔다. 시도가 참신한 경우도 있었지만 '도시어부'나 '클럽오디션' 그리고 '퍼즐오디션' 같은 게임들은 현재 게임 시장에선 별다른 재미를 보지 못하고 있다. 실제 결과물도 그리 신통치 못했다.


이 둘의 엉성한 만남의 결과물인 '삼국지난무'는 결과대로 철 지난 옛 게임 같다. 몇 년 전에 출시했다면 모를까 언리얼 엔진 4의 그래픽을 장점으로 내세운 게임부터 한층 발전된 유니티 엔진의 최신 기술이 더해진 게임들이 쏟아지는 상황에 이 게임은 구시대 유물 같은 그래픽과 UI, 게임성을 가져왔다.


먼저 여러 웹진 등에 기재된 인터뷰에서 언급된 전략성은 보이지 않았다. 전투 초반 튜토리얼에서 어떻게 하라고 지시를 하나 곧바로 '자동사냥' 버튼을 누르라고 알려준다. 이게 초반 3분 내 벌어진 일이다. 자동사냥 누르면 전투는 곧바로 몇 초안에 완료된다. 어디가 전략성이 있다는 걸까.

해보면 많이 어색하고 심심하다. 좀 더 웅장하게 표현할 방법이 많았을 텐데..

그래서 실제로 전략 요소를 써보려고 했으나 별 차이도 없고 오히려 적들의 공격에 쉽게 후방을 내주거나 움직이는 사이에 공격받아 아군 무장이 사망했다. 그리고 한 번 자동사냥을 켜놓으면 전투 시작 시 유저의 의견도 묻지 않고 그냥 돌격부터 한다. 스킬 On, Off  기능도 없고 시작하면 막 공격만 쓴다.


속성 차이에 대한 건 이미 많은 게임들이 가진 부분이다. 오히려 이런 자동사냥 게임의 전략을 마련해주려면 '자동사냥' 기능 자체가 더 똑똑해야 하지 않을까? 자신에게 유리한 속성의 유닛을 먼저 공격하거나 병력에 문제가 생길 경우 후퇴해 회복한다던지 말이다. 그냥 밑도 끝도 없이 전진할 거면 전략이 무슨 소용인가?


연합에 가입한 후 경험할 수 있다는 천하전, 난무전 같은 콘텐츠는 상위 연합의 콘텐츠라 초반 레벨이 낮은 유저들은 참여도 쉽지 않다. 어차피 상위 연합은 '헤비 과금러' 중심의 몇 개 연합으로만 구성되기 때문에 수많은 연합들은 그냥 들러리에 그친다. 다양하게 등급을 나눠 고루 경험하는 방식 대신 이런 방식을 선택했다.

제한된 시간에서만 즐길 수 있는 천하전.


UI나 UX 등 유저 친화적인 측면도 매우 부족하다. 일단 UI 디자인은 너무 별로다. 마우스를 버튼에 가져가면 이게 '명칭'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버튼들은 쉽고 간결해야 하며 확실하게 전달하고자 하는 의견이 반영되어야 한다. 근데 이 게임은 뒤로 가기 버튼 정도를 제외하면 이해하기 어려운 버튼이 많다.


당장 오른쪽 상위에 있는 버튼들이 전부 무엇을 뜻하는지 알 수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있을까. 순서대로 교환소와 상점, 우편, 임무다. 교환소와 우편까진 맞췄겠지만 상점과 임무는 쉽게 이해되는가? 전투 중에 연출 효과를 끄는 버튼은 뜬금없이 시나리오 진행 화면에 있다. 이건 옵션에 있어야 하는 것 같다.

채팅창의 큰 글자부터 난감한 UI들의 배치.. 가독성이라도 좋든가.
커다란 X 버튼 말고 화면만 눌러도 꺼지게 해 달라고.

그리고 웹브라우저 방식에 익숙한 스퀘어에닉스 및 일본 담당자들 의견이 많이 반영되어서 그런가 상하 스크롤을 자주 시킨다. 가로 방식의 화면을 쓰면서 스크롤을 자주 하는 건 상당히 불편하다. 그런 방식의 정보 전달은 유저에게 답답함을 물론 콘텐츠를 제대로 즐기지 못하는 상황까지 이르게 한다.


더욱 큰 문제는 이 게임이 가진 선정성이다. 수집형 RPG가 20~40대 남성 타깃층 중심의 게임인 걸 알겠지만 대놓고 노출한 여성 캐릭터들이 화면 이곳저곳을 채우고 있는 상황은 긍정적으로 보기 어려운 대목이다. 물론 18세 이상 청소년 이용불가 게임이라면 성인들이 즐기는 콘텐츠니 납득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게임은 엄연히 15세 등급 게임이다. 모바일은 자체 등급을 내기 때문에 한빛소프트의 결정이 큰 영향을 끼친 것이다. 유저들이 좀 더 많이 들어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이런 선택을 했겠지만 과연 아래의 스크린샷을 보면서도 이게 15세 등급이 맞는지 되묻고 싶다.

목적 없는 선정 요소는 게임의 수준만 낮출 뿐이다.

만약 바이럴이라면 게임을 좀 더 잘 만들었어야 한다. 노출 강한 일러스트나 스크린샷 보고 들어온 유저들이 실망할 구석이 이 게임에는 너무 많다. 영지 가꾸는 것은 느리고 사람 하나 살지 않는 것처럼 아무런 움직임이 없다. 개발 중일 때 망치나 선착장의 대결 표시 정도 빼면 아무것도 움직이지 않는다.


메인 화면도 그렇고 전투 정도를 제외하면 모든 화면은 매우 '정적'이다. 개발자들 규칙 중에 게임 화면에는 어떤 상황에서도 최소한의 요소가 동적으로 보이는 것이 필요하다고 한다. 그렇지 않으면 유저들은 쉽게 몰입감을 깨버리고 현실 세계로 돌아가버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UI나 UX가 중요한 것이다.


결론적으로 정리하면 이 게임은 그저 선정스러운 캐릭터들 빼고는 철 지난 게임성과 콘텐츠를 선보인 매우 옛날스러운 게임이라는 것이다. 캐릭터 중심의 단순한 전략과 매우 불편한 성장 방식, 답답한 영지 요소 등 실시간 전략 장르를 표방한 게임이라고 하기엔 어설프다.

안타깝다. 안타까워.

최근 뛰어난 그래픽과 완성도 높은 재미를 표방한 게임은 매우 많다. 물론 레트로 열풍처럼 옛 게임을 찾아 즐기거나 이를 대상으로 새롭게 포장해 선보이는 방식도 많다. 예를 들어 18일 사전 예약에 들어간 세가의 '아스트로 시티' 게임기 같은 것 말이다.


하지만 옛 것은 얼마든지 세련되게 포장해줄 수 있다. 일부로 억지로 어설프고 예스럽게 만들 이유는 없다는 것이다. 게임의 장르나 방식은 구식이어도 게임 자체는 최근 트렌드를 반영해 수준 높게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결국 한빛소프트는 최근 게임 시장에 대한 준비가 되지 않았다. 안타까울 뿐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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