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게임사 치킨 게임의 결말이 기대된다
이제는 집으로 돌아가는 길. 한참을 떠든 입장에서 이야기를 끝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뭐, 근데 그게 몇 년 안에 일어나겠어요?"
"엔씨 망하는거? 당연히 안 일어나겠지. 이미 너무 비대해진 덩치 때문에 쉽지 않아."
당연한 말. 수많은 주주들부터 그 안의 개발자, 관련 사업 종사자, 아이템 현거래 시장까지 엔씨와 연관된 사람과 일은 너무 많다. 이게 무너지면 이 사람들에게도 적지 않은 타격이 오겠지.
"근데 개인적으로는 최근 중국 게임들의 차트인이 너무 활발해졌다는 것에 희망을 걸고 있어."
이 양반. 엔씨 없애려고 나라까지 팔 기세다.
"모든 산업은 새로움에 도태될 수밖에 없어. 당연한거잖아."
모든 산업은 멈추지 않고 계속 발전, 성장해 왔다. 음식부터 엔터, 게임, 자동차 등 우리 현실에 존재하는 모든 산업은 새로운 방식을 추구하고 변화, 진화, 발전해왔다.
이 양반의 뜻은 중국에서 만들어지는 다양한 형태의 게임들이 한국 게임 산업의 허리를 먹을 것이고, 그리고는 천천히 머리까지 집어 삼킬 것이라는 말이었다.
"머리까지 먹는다. 이미 반은 먹힌 거잖아요."
예를 들어 최근 금감원한테 불의의 일격(?)을 당한 한국의 디즈니.. 크래프톤 상황을 생각해보자.
잠깐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배그 따위가 디즈니의 무수한 역사와 콘텐츠와 흡사하다고 이야기한 상장 관련 인간은 무슨 생각으로 그런 얼척, 오만한 소리를 써서 금감원에 낸 것일까.
최근 한국 맵과 마동석 아저씨를 소재로 한 이상한 10분짜리 영화를 보고 나서 그 회사 내부에는 어떤 괴상한 인간들만 남았길래 이런 짓을 하나 싶었다. 이건 또 다른 주제에서 크게 씹어보자.
크래프톤의 주식 보유 현황은 장병규 의장과 그 관계자들의 30%를 제외하면 텐센트가 13.15%이 2대 주주에 올라있다. 이는 비단 크래프톤의 이야기만은 아니다. 넷마블이나 위메이드, 넥슨 등 대형 회사들도 비슷한 처지에 놓여 있다.
야금야금 먹기 시작해서 보니 어느 새 뇌까지 파고 들어오는 실정인 것이다. 근데 최근에 이런 속도가 화악 줄었다. 왜일까. 개인적으로는 시장의 가치는 예전보다 높아졌는데 이를 이끄는 산업의 수준이 '예전만큼'의 파워가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10~15년 전만 해도 한국 게임 산업은 북미나 유럽, 일본 등보다 훨씬 진보된 서버 기술과 MMORPG 장르를 이끄는 힘을 가진 신생이었다. 거기에 승부욕 불타는 열정적인 게이머들로 가득한 한국 게임 시장은 세계 5대 게임 시장 안에 들어갈 정도로 인정 받고 있다.
PC와 모바일, 온라인 그리고 콘솔까지 거의 모든 플랫폼 분야에서 한국 게이머들은 존중 받고 있고 많은 게임사들의 선택을 받고 있다. 그렇게 싫다고 난리쳐도 남코반다이나 세가, 캡콤 등이 한국 시장에 계속 현지화된 게임을 선보이는 이유가 한국 게임 산업의 수준이라고 보지 않는다.
대단하고 충실한 열정적 한국 게이머들 때문이라고 본다.
그렇다. 중국 투자자들 입장에서 한국의 게임 산업은 우물 안 개구리로 도태된 '먹을 가치가 떨어진' 그저 그런 산업이 됐다. 물론 직원 쫓아내기로 악명이 높은 '펄어비스'나 크래프톤은 아직 삼킬 가치가 있으니 외라고 치자. 그러나 엔씨나 넷마블, 넥슨 등은 IP 정도를 제외하면 어떤 가치가 있을까.
솔직히 말하면 넥슨의 메이플 스토리나 마비노기, 카트라이더, 그리고 엔씨의 리니지 형제, 블소 정도를 제외하면... 아 넷마블은 없냐고? 얘들은 남은 IP로 게임 만드는 게 일이라. 결국 트리플 쓰렛 매치에서 가장 먼저 낙오할 친구다. 남의 물건 만들어주는 하청이 커봤자 얼마나 크겠냐.
그렇다고 해서 위에서 언급한 IP들이 중국이나 동남아 시장에서 통할 수 있을까. 미안하지만 이미 비슷한 사례의 지표 결과, 성공 여부는 '낮게' 나왔다. 최근 대만 시장 (작은 일본, 작은 중국 같은 동네)을 보면 이런 성향이 뚜렷해지고 있다.
오히려 대만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건 중국 게임들이다. 아니 전세계 모바일 게임 시장을 주도하는게 중국이라고 해야겠지. 그렇다고 해서 중국 게임사들이 콘솔이나 다른 분야에 진출을 포기한 것도 아니다. '오공'을 비롯해 다양한 신작들이 줄줄이 출격 대기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지금의 상황만 봐도 한국 게임 산업의 미래는 암울하다. 근데 이건 누구나 아는 상황이다. 특히 개발자들은 더 현실적으로 느끼는 부분이다. 하지만 어차피 윗선의 양반들은 그런 걸 신경 쓰지 않는다. 당장 오늘 들어올 돈과 주가만 보고 있을 뿐.
마스크 안이 땀으로 찰 정도가 되니 이제 집으로 들어가 차가운 맥주가 먹고 싶어졌다.
"이렇게 뛰어난 놀이 민족(이라 쓰고 전투 민족이라 읽는다)을 두고 겨우 이런거만 하고 있다니 한심하다."
"어쩌겠어요. 결국 '겪어봐야' 알게 되잖아요."
이미 경고는 여러번 들어왔지만 투자자나 게임사가 바라보는 시각은 여전하다. 단순히 한탕 하고 빠질 그런 모양의 시장, 산업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 것이다. 한국 게임 산업이 성장하지 못하는 대표적인 이유이기도 하다. 뭐, 정부 지원이니 뭐니 같은 건 충분히 하고 있으니 안한다는 헛소리는 하지말자.
그리고 규제를 풀으라고 난리던데 뭘 풀으라는건가? 본인들은 불법적인 확률 조작부터 도박을 능가하는 무작위 확률 상자 놀이나 하는 주제에 말이다. 도둑놈들이 담벼락 낮추라는 이야기처럼 들려 어이가 없을 뿐이다.
최근 마인크래프트의 19금 사태로 다시 이런 이야기를 하는 산업 관계자들이 많던데 그건 여가부랑 풀 문제고 확률 놀이니 말도 안되는 과금 정책 등의 문제는 법적인 테두리에서 좀 맞아야 하지 않을까. 그러면 이런게 규제라고 또 발광하겠지.
누가보면 콘솔 게임 개발자들은 미친 사람인줄 알겠네.
게임 산업의 성장을 위해서는 '혁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구글플레이나 앱스토어 말고 콘솔이나 PC 게임, VR, 휴대용 게임기나 모바일 스트리밍 서비스 등 게임 산업 전체적인 플랫폼 내에서 보여줘야 한다. 하지만 한국 게임 산업이 하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게임성이나 장르의 발전? 언리얼5를 활용한 엄청난 수준의 그래픽과 사실적인 연출, 표현? 오큘러스 퀘스트2나 PS VR2 등 새로운 플랫폼을 향한 제대로된 먹거리 개발? 아.. 그거 말고 한거 있다.
집에 들어왔다. 그 양반에게 맥주 한잔 하라고 했으나 방역 수칙을 지키겠다고 사라졌다. 지 할말만 잔뜩 하고 사라지니 섭섭하다고 느꼈다. 선풍기, 에어컨 풀가동 후 웃통을 벗어 의자로 던졌다. 옷걸이에는 그런 옷들이가득 쌓여 있다.
물론 변화가 이루어지고, 새로운 성공작이 나와 전세계를 호령한다면 더할나이 없이 좋겠지. 어느 날 갑자기 벼락이라도 맞은 듯 택진이 아저씨가 새로운 시도를 하거나 매번 똑같은 바보 같은 양산형 게임이 아닌 다른 걸 내놓은 넷마블이나 넥슨이 나오면 매우 좋겠지.
그러나 이런 변화는 없을 것이다. 게이머들과 한국 게임 개발사의 동상이몽이 끝나지 않는 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