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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겜노인 Jul 11. 2021

어차피 한국 게임의 미래는 엔씨다.

엔씨만 따라쟁이, 퇴보하는 '한국 게임 산업'

"어차피 한국 게임의 미래는 엔씨다!"

평소 알던 게임 업체 사람 1명과 마스크 쓰고 산책하던 중 나온 말이다.

뭔 헛소리인가 싶어서 "코로나 드셨어요?"라고 진지하게 물어봤다. 그러더니 하는 말이.

"엔씨만 따라하니깐, 엔씨 망하면 한국 게임 산업도 망하겠지."


아, 그런 의미였구나. 마스크 아래로 살짝 빨래를 넣어 찰랑거리는 커피를 홀짝 거렸다. 전체 1,300명대가 나온 금요일이라 산책로 주변은 한가했다. 마스크를 다시 정비한 후 말을 꺼냈다.

"최근 오딘 때문에 그래요?"

"뭐라는거야. 이런 일이 벌어진게 10년은 훌쩍 넘었는데.."

짜라란? 오딘이 1등이네?

사실, 한국 게임사에서 엔씨가 차지하는 비중은 꽤나 크다. 온라인 게임 산업의 시작에도 큰 기여를 했고, PC방 산업의 발전, 그리고 골치 아픈 엔씨 키즈들을 대량 방출하면서 지금의 한국 게임 산업을 만드는데 절대적인 공로를 세웠다.


물론 부분 유료화 시작을 알린 넥슨이나 모바일 게임 (다함께 차차차...) 시장의 스마트폰 진출을 이끈 넷마블 등 주옥 같은 회사들이 많지만 무엇보다 과금 체계의 혁신(?)을 보였다는 점에서 엔씨는 정말 한국 게임 산업에서 빼놓을 수 없는 회사가 됐다.


뭐, 매번 느끼지만 산업의 시작은 굉장히 중요하다. 어떤 식으로 산업이 성장하는가에 따라 시대의 흐름에 맞춰 산업, 개발자, 유저, 그리고 관련 회사들에 지대한 영향을 주니깐. 특히 그들의 가치관에 말이다.

닌텐도를 별로 안좋아 하지만 그들이 만든 가치관에 대해선 존중한다. 정말 대단한 영향력이다.


최근 엔씨는 카카오게임즈의 오딘에게 뒷통수를 제대로 맞은 형국이다. 100만원까지 치솓았던 주가는 80만원대까지 폭락했고, 리니지 형제의 매출은 눈에 띄게 떨어지고 있다. 대충 들은 이야기로는 오딘의 하루 매출은 70억대, 리니지1M의 매출은 2~30억대라고 한다. (다 믿지는 마라, 실 지표 본 사람 외는 모르는거다.)


풍문이지만 오딘 개발비는 2~300억원 수준으로 출시 이후 일주일도 안되서 본전을 찾았다. 이제는 흑자뿐인 상황이다. 물론 카카오게임즈부터 개발사, 투자사 등 나눠먹기 해야할 일이 가득하지만 '과장된 문제의 프로젝트' 그랑사가에 비하면 훨씬 윤택하고 원활히 정산될 것으로 보인다.


다시 엔씨로 돌아오자. 물론 하루 이틀 리니지 형제의 멱살을 잡은 사례는 많았다. 검은사막M부터 넷마블 '제2의 나라'까지. 하지만 하루천하로 막을 내린 경우가 허다했다. 하지만 위에 언급한 것처럼 장시간 순위 변동이 뒤바뀐 상황은 오딘이 처음이다. (오딘을 띄우는게 아니다. 그런 게임 하고 싶지 않다.)

한국에서 뜬금없이 북유럽 신화의 게임이 잘되고 있다면 유럽 사람 입장에선 어떤 생각이 들까?


하지만 오딘의 내부를 보면 씁쓸한 뿐이다. 거창한 광고 뒤에 리니지 형제를 그대로 따라한 과금 정책을 비롯해 게임 대부분의 요소가 판박이 수준으로 같다. 누가 보면 같은 개발사가 그래픽만 바꿔 만든 것 같다. 꼭 트릭스터M 같은 느낌? 뭐, 그렇다.


물론 이런 게임을 하는 사람들이 있고, 그게 잘못된 것은 아니다. 다 그런 것 아니겠는가. 수요가 있은지 공급이 있다. 그러나 이런 치킨 게임 같은 수요와 전개가 '좋은 일'이라고 볼 수는 없다.


최근 탭탭(TapTap)을 찍먹하고 있는데, 이유는 간단하다. 10년 전만 해도 한국 게임 따라하기 바빴던 중국이나 동남아 게임 산업이 폭발적으로 성장,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모습이 한국 게임 산업에서 터져주길 바랬다.

Tap.io는 북미는 물론 유럽, 동남아 등에서 서비스 되고 있다. 여기선 전세계 신작을 한 번에 쉽게 만날 수 있다.


영상부터 게임성, 퀄리티까지 어느 하나 부족함이 없다. 알아먹기 힘든 중국어라는 점만 빼면 사실상 전세계 모바일 게임 시장 내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장르도 다양하다. 최근에 해본 플래시파티를 비롯해 소시지맨, 비트레스, 기동전희 등의 게임은 그야말로 놀랄 노자 수준의 뛰어남을 보여줬다.


이런 이야기하면 투자 환경이나 성공을 위해선 어쩔 수 없이 성공 방식을 따라야 한다고 말하는 개발자들이 있다. 그리고 실제 지표나 매출 보면 위에 같은 소리를 못한다고 지껄이는 양반들이 있다. 내부 지표를 안본 것도 아니고, 실제 풍문 이상으로 정확한 수치도 많이 봤다.

소시지맨 게임 화면, 이 앙증맞은 배틀로얄을 보는 순간.. 솔직히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투자자들을 설득하고 그들을 압도할 만한 창의적이면서도 혁신적인, 그러면서도 재미 있는 게임을 제안해본 적이 있을까. 난 없다고 본다. 돈 이야기부터 나오는데 재미가 나올리가 없다. 딱 좋은 예가 '그랑사가'다. 세븐나이츠 아버지(?)가 그랑사가로 보여준 혁신이 무엇인가. 있는가?


그럼 어떻게 해야할까. 엔씨나 넷마블, 넥슨 등의 대형 게임사가 이런 변화, 진화를 주도해야 한다. 그런데 상위 회사들이 한다는 짓이 한국 게임 시장에서만 겨우 통할 MMORPG나 과금 유도형 게임만 주구장창 양산하고 있다. 그 선봉장에 엔씨가 있다.


엔씨 택진이형이 야구 구단 만들고 운영한다고 좋게 봐줘야 하나? 그거 본인이 좋아서 한거 아닌가. 그걸 왜 칭찬해야하는지 모르겠다. 그럼 스리슬쩍 내놓은 엔터 관련 앱이나 캐릭터 사업에 대해 칭찬해야 하나. 게임으로 한계 보이니깐 다른 길을 모색하는 건 모든 사업의 기본이다.

브레이브걸스는 최근 엔씨의 '유니버스'에 등록됐다. 뭐.. 쁘걸은 좋지만 서비스는 기대 이하라..


그럼 엔씨를 칭찬해야 할 이유가 있나. 없다. 국내 게임 산업에 제일 안좋은 사례 (리니지 형제)를 남겼고, 악착 같은 과금 모델과 최근 고객 개무시 사례들만 즐비하게 남았다.


넥슨과 넷마블 모두 트럭시위 등으로 한 방 먹었다. 그래서 고쳤을까. 제일 맏형인 엔씨가 유저들을 '개돼지' 취급하는데 그게 될리 없다. 어차피 시간이 지나면 다 해결되고 "그래서 니들이 안할거야?"라고 배째 스타일로 나오는데 고쳐질리가 없다.

라임 좋고~


그럼 어떻게 해야하나. 산책로를 한참 지나 집으로 걷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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