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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 한 그릇

by 오궁

요 며칠 배가 아팠다.

특별히 아플 이유가 없었음에도 속이 더부룩하고 딱 성가실 정도로만 아팠다.

저녁으로 아내는 죽을 끓여준다.

버섯으로 육수를 내고 채소를 다지고

몸에 좋은 현미를 불려서 그렇게 죽을 만들었다.

데자뷰.

돌아가신 아버지가 암투병을 할 때도 아내는 그렇게 죽을 끓여냈다. 기도하는 마음으로.

아버지의 병은 위암이었다.

그로부터 1년도 채 되지 않아

아내는 이번엔 남편의 죽을 끓이고 있었다.

두려운 마음은 감출수록 화로 표출된다.

요 며칠 아내가 예민했던 건 그것 때문이었으리라.

그리고 며칠 전 밤 아내는 죽 끓이기가 너무 싫다고 했다.

나는 위가 아파 데자뷰

아내는 죽을 끓이면서 데자뷰.

우리 부부의 공포스럽고 짜증스러웠던 2주간의 데자뷰는 오늘 막을 내렸다.

내시경 검사 결과 이상무!

공포의 기억은 공포를 증폭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