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로라에 미친 남자 권오철
“미쳐야 미친다’는 제목을 단 책이 있다. 솔직히 책을 읽지는 못했다. 하지만 미치지(狂) 않으면 이룸에 미칠(及) 수 없다(不狂不及)는 강렬한 말은 늘 가슴 깊이 남아서 화두가 되었다. 나는 서른 중반이 훌쩍 넘도록 무엇에 미치고 싶었는지를 모르고 살았다. 늘 나에게 물었다. 나는 뭔가에 미쳐서 살고 있는 사람인가?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미쳐도 단단히 미친 사람들은 그래서 늘 동경의 대상이었다. 저런 사람들은 어째서 저 일에 미쳐서 행복하게 살고 있는가. 나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래서 미친 사람을 만났을 때의 기쁨은 좋아하는 연예인을 만나는 팬의 마음과 다르지 않았다. 방송에 미친 사람들, 연극에 미친 사람, 노래에 미친 사람을 비롯해서 오로라 아래서 미친 사람을 여럿 만났는데 그중에 가장 인상적인 사람은 오로라에 미친 남자 권오철 작가였다. 오로라를 보러 온 여행이라 그가 더 커 보였다는 것을 감안해도 그는 미쳐도 단단히 미쳐서 제대로 미친 사람이었다. 그는 잘 알지 못했겠지만 내가 그에게 열광했던 것은 그가 찍은 끝내주는 오로라 사진이나 오로라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 아니라 그가 미친 사람이었기 때문이었다. 내가 못하는 일을 용기 있게 해내는 사람이 마냥 부럽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한 그런 마음 말이다.
그는 오로라 사진만 찍는 천체사진가이다. 천체 사진가는 많아도 오로라라는 한 놈만 패는(!) 사람은 그를 포함해서 전 세계에서 몇 안 된다고 한다. 지금은 사진과 강연 등으로 먹고사는데 큰 지장이 없지만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다. 대부분의 영웅서사가 그러하듯 그는 튼튼한 대기업에서 잠수함을 만들던 잘 나가는 엔지니어였다. 좋은 대학을 나와서 대기업을 다니는 그를 남들은 그럴듯하게 생각했지만 살인적인 야근과 관성처럼 반복되는 주말 출근에 그는 하나도 행복하지 않았단다. 그게 십 수년 전 일인데 우리 사회에선 아직 큰 반성 없이 똑같은 일이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 이제는 놀랍지도 않다. 우연한 기회로 오로라를 보고 온 뒤로 그의 삶은 180도로 달라졌다. 좋아하는 일을 하기 위해 회사를 과감하게 그만두었다. ‘뭐 해서 먹고살래?’류의 질문을 받았지만 돈 그 한 가지를 위해서 이 넓은 우주에서 보면 얼마 되지도 않은 삶을 소모하기가 싫었다. 그의 책 「신의 오로라」에 보면 이런 구절이 나온다.
“광대무변한 우주 속에서는 지구 또한 하나의 점일 뿐이다. 그런 지구에 태어난 한 인간의 삶이란 그저 스쳐가는 존재에 불과하지만, 아무 의미 없는 삶에 스스로 의미를 부여할 수 있게 되었다.”
오로라를 기다리는 첫날 티피 안에서 그의 강의가 있었다. 오로라가 떠 있는 밤하늘 아래에서 그는 자신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소개하면서 같은 말을 했다. 여기 인간 세상에서는 지금 우리 주변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너무도 크게 보이지만 사실 저 넓은 우주에서 보면 인간은 그저 우주 먼지에 불과하다. 그리고 인간의 삶은 찰나와 같은데 기왕에 우주먼지로 사는 것이라면 “행복한 우주먼지”로 사는 것이 더 낫지 않겠는가. 수입이 1/3로 줄어 들어서 한동안은 과거보다 궁핍하게 살았어도 오로라 사진가로서의 삶을 선택한 것을 후회하지 않았던 것은 그때부터 그는 “행복한 우주먼지”였기 때문이었다.
몇 억 광년을 날아온 별빛이 빛나는 컴컴한 밤하늘을 올려다보는 이유는 어쩌면 우주가 나에게 말을 걸어주기를 바라기 때문을 아닐까. 나는 미치고 미쳐서 행복한 우주먼지로 살고 있는 권오철 작가를 통해 우주를 다시 만났다. 그리고 그 우주는 나에게 이런 말을 해주었다.
‘사는 게 힘들어도 너무 괴로워하지 마. 이 넓은 우주를 봐. ‘창백한 푸른 점’ 위에서 벌어지는 일들, 그게 뭐라고. 행복하게 사는 것에서 의미를 찾아. 자신을 너무 소모하지 말고.’
회사라는 몸에 맞지 않은 옷을 입고, 여전히 돈 걱정을 하며, 깊게 발을 담근 물의 따뜻함을 아직은 버리기 힘든 나는 우주가 해주는 말에 가슴이 뜨거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