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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재수 끝에 음악대학에 입학하다

경영 컨설턴트로 은퇴한 음대생 이야기 2. 고3, 갑작스러 진학목표 수정


경영 컨설턴트로 은퇴한 음대생의 인생경력 30년 두 번째 글을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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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고3 때까지는 평범한 인문계 학생이었습니다.

물론 중학교 2학년때 교회에서 접한 아카펠라(당시는 중창이라 불렀죠)가 너무 좋아서 고등학교 입학하자마자 학교의 중창단에 입단해서 정말 즐겁게 노래를 취미로 즐기기는 했지만 이것을 전공으로 할 생각은 추호도 없었는데요.

지금이야 어린 시절부터 대중음악을 접하는 세대가 많지만 제가 어릴 때(1980년대 초중반)에는 흔치 않게 저는 초등학교 2학년때부터 빌보드를 달달 외우다시피 한 Pop Mania였던 터라 클래식 음악에는 관심이 1도 없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이후 중학교, 고등학교를 거치면서 헤비메탈과 프로그래시브 아트락으로 그 관심이 넘어가면서 오히려 고등학교를 빨리 졸업하고 대학교에 입학해서 헤비메탈 밴드를 하겠다는 꿈에 부풀어 있었던 학생이었죠. (저희 형은 실제 대학교에 입학해서 용광로라는 포항공대 락밴드를 처음 만들기도 했었습니다.)

클래식 음악은 그냥 음악책에서 배우는 고리타분하고 지루한 음악으로 느껴졌었기에 그것을 전공으로 평생 살아가겠다는 생각은 전혀 할 수도 없었죠.


영화 Amadeus를 접하다


그렇게 평범한 고등학교 생활을 지내던 고등학교 3학년 5~6월쯤 우연히 TV에서 '아마데우스'라는 영화를 보게 되었는데 그게 제 생각을 한순간에 벼락처럼 바꾸는 계기가 될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TV에서 처음 영화를 접하고 나서 그 감동이 계속 잊혀지질 않는 거예요. 처음 경험하는 느낌이었는데 지금이야 지난 영화를 또 찾아보는 게 어렵지 않은 일이지만 그때만 해도 TV나 극장을 놓치면 영화를 다시 보는 일은 (고등학생 입장에서는) 거의 불가능했었던 시절이었습니다.

그러던 와중에 당시 함께 중창단을 하던 선배 중 성악을 전공하던 형님의 집에 영화 아마데우스의 비디오 테잎이 있다는 것을 알고는 복사를 부탁했습니다. (지금은 말도 안 되지만 그 당시엔 흔했던 풍경이었습니다.)

그리고는 고등학교 졸업할 때까지 30번 정도는 본 것 같네요. 학교에서 돌아오면 라면 하나 끓여서 영화 보고 주말에 또 보고...


영화 아마데우스 중 제가 가장 사랑하는 장면입니다.


처음에는 제가 영화를 좋아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수십 번을 돌려보다 보니 영화도 영화지만 '모짜르트의 음악을 좋아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이전에는 고리타분하고 지루하게만 느껴졌던 클래식이었는데 유독 모짜르트의 음악은 마치 초등학교 시절 마이클잭슨의 음악을 듣던 그 느낌과 거의 흡사하게 느껴지더라구요.

당연히 모짜르트는 오페라도 많이 작곡을 했기 때문에 영화 속에서도 마술피리, 피가로의 결혼, 돈지오반니 등 모짜르트가 작곡한 여러 오페라의 연주 장면들도 등장했었는데 어느 순간 '나도 저런 노래들을 불러보고 싶다'는 욕구가 생겼던 것 같습니다.


음악대학 진학을 결심하다


그래서 결국 고3 생활이 거의 다 지나갈 무렵인 10월~11월쯤 '음악대학에 가겠다'는 벼락같은 결심을 하고 12월에 형식적으로 학력고사를 치른 후 바로 레슨을 시작하여 음대 진학을 위한 재수를 준비하게 되었죠.

사실 음대는 중학교 때부터 준비하는 학생들도 많기 때문에 음대진학을 준비하기에 1년이라는 시간은 많은 리스크가 있었지만 그 시기쯤 고등학교 1년 선배가 육군사관학교 시험을 치른 후(지금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그때는 학력고사보다 약 한 달 전쯤 육사 시험을 먼저 치렀습니다.) 한 달여 뒤의 학력고사에서는 음대에 지원하여 서울대 성악과에 합격했던 일이 있어서 그 형님으로부터 많은 용기를 얻어 그런 결정을 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후 그 형님은 현재 서울대 성악과 교수인 세계적인 성악가 사무엘 윤이라는 존재가 됩니다.)

 

그렇게 1년의 시간을 음악대학 진학을 위해 매진하게 되면서 이전과 달라진 여러 가지 경험들을 하게 되었는데요.

그것이 제 삶이 아주 큰 교훈을 주었고 그것이 여러분들에게도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 같아 잠시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1. 예술을 전공하는 학생들은 본질 그 자체에 열광한다


사실 대부분의 중고등학생들은 학창 시절을 보내는 이유가 좋은 대학교에 입학해서 주변의 인정을 받기 위함인 경우가 많잖아요.

그런데 예술을 전공하는 학생들은 (모두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는 예술활동 그 자체에 열광하고 나도 그런 사람이 되고자 하는 뜨거운 열망으로 학창 시절을 보냅니다.

뛰어난 성악가가 무대에서 정말 뛰어난 연주를 보여주는 모습을 보고 나면 마치 저의 고등학교 시절 영웅본색을 보고 극장을 나오는 사람들처럼 '웅장한 가슴'을 안고 연주회장 밖으로 나오면서 "어떻게 하면 나도 저렇게 노래를 잘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나의 온 생각과 마음을 장악해 버렸죠.

그런 생각만 하면 걷다가도 다리에 힘이 들어가고 주먹이 불끈 쥐어지는 그때의 그 느낌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일반적인 중고등학생들은 "나도 법대에 입학해서 정말 뛰어난 판사가 되어야겠다", "의대에 진학해서 많은 사람들의 생명을 살리는 의사가 되어야지"하는 열망에 똘똘 뭉쳐서 공부를 하는 게 아니라 어떤 전공을 하건 간에 "좋은 대학에 입학해야지"하는 생각으로 학창 시절을 보내게 되는 경우가 많잖아요.

그런데 예술을 전공하는 학생들은 이후에 이 직업이 돈을 많이 벌건 사회적으로 인정을 받게 되건 이런 것은 별로 관심이 없고 오로지 '노래를 잘해서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고 싶다는 본질에 대한 불타는 가슴'으로 학창 시절을 보내는 경험을 어릴 때부터 하게 된다는 것이 정말 소중한 것 같습니다.

다른 전공을 선택하는 학생들도 학창 시절을 본인들이 원하는 모습을 가슴에 품고 뜨거운 마음으로 학창 시절을 보낼 수 있다면 정말 좋을 것 같은데...라는 생각도 들고 말이죠.




2. 본질에 대한 열망이 강력하면 다른 배움도 뒤따른다


음악대학 진학을 꿈꾸는 대부분 학생들의 열망은 '정말 노래 잘하는 사람이 되어서 내 노래를 들으며 감동하는 사람들을 내 눈앞에서 보게 되는 것'이잖아요. 저도 그랬구요.

그런데 그렇게 노래를 잘하는 사람이 되려면 일단은 좋은 배움을 얻을 수 있는 학교에 입학을 해야 합니다. 물론 독학이라는 방법도 있을 수는 있지만 대학에서 체계적이고 정기적인 레슨을 받은 학생들보다는 그 가능성이 현격히 떨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죠.

그리고 그 좋은 배움을 얻을 수 있는 학교에 입학을 하려면 당연히 노래를 잘하는 것이 첫 번째이지만 저처럼 1년이라는 짧은 시간에 합격을 하려면 학력고사 점수도 무시할 수는 없습니다. 합격기준에 실기점수비중과 학력고사 점수 비중이 있으니 실기시험에서 압도할만한 실력이 있지 않고서는 학력고사 점수를 높이는 것도 내가 원하는 학교에 입학하는데 중요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음대 진학을 결정하기 전에는 저도 좋은 학교에 입학하기 위한 열망으로 공부를 해야 했었다면 음대로 방향을 전환한 후에는 '내 마음속에 있는 그 강한 열망을 실현하기 위한 방편'으로 공부를 해야 하는 것으로 자연스럽게 바뀌게 되었습니다.

내가 궁극적으로 원하는 것은 정말 노래를 잘하는 사람이 되어서 수많은 사람들에게 내 노래로 감동을 주는 것인데 그런 상황을 만들려면 좋은 배움을 얻을 수 있는 학교에 '입학'하는 관문을 넘어야 하니 '일단은' 공부도 해야 한다는 것이죠.

이전과는 공부를 해야 하는 이유가 본질적으로 달라졌고 공부를 하는 그 절박함에 있어서도 마음가짐이 달라졌습니다. (물론 여기서는 사람에 따라 파가 나뉩니다. '나는 실기로 승부를 보겠다'파 VS '가능성을 높이려면 공부도 열심히 하겠다'파)

그래서 대학교 시절, 서울예고 내에서 콩쿨이 있어서 관람을 가면 당연히 서울예고 학생들이 관객으로 많이들 오는데 귀로는 콩쿨 연주를 듣고 눈으로는 공부를 하는 학생들이 정말 많은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저도 마찬가지로 공부를 하는 이유가 분명해지니 오히려 고3 때보다 음대진학을 준비하던 재수시절이 오히려 공부도 더 잘하는 신기한 경험을 했습니다.

특히 수학 같은 것은 고3 때 55점 만점에 35점 정도를 받았었는데(많이들 그랬듯 수학이 약해서 인문계를 선택했음) 음대 입학 시 학력고사 때는 아예 포기하고 공부도 안 했던 확률통계 주관식 2점짜리 하나 틀린 53점을 받았으니 저도 정말 놀랍더라구요. (어차피 만점을 노리는 학생이 아니었기 때문에 시간 절약을 위해 확통은 아예 제꼈죠.)




이런 경험들은 제가 사회로 나와서 일을 할 때에도 '본질이 무엇인가'를 생각하며 일하는 습관을 형성해 주었고 그것은 일에 더 몰입을 하도록 그리고 결국 좋은 성과를 만들어 낼 수 있도록 하는데 큰 영향을 미치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시기를 거쳐서 결국 1년 만에 음악대학 입학에 성공하였고 이제는 정말 그토록 꿈꾸던... 음악에 푹 빠져 살 수 있는 대학교 생활을 시작할 수 있게 되었는데요.

하지만 세상이 늘 생각처럼 되지 않는 것처럼 정말 생각지도 못했던 상황이 그 뒤에 펼쳐지고 저는 92년에 음악대학에 입학, 3학년 2학기였던 97년 초여름에 학교를 자퇴하게 됩니다.

음악대학 입학 이후의 경험과 그 경험을 통해 배운 것들은 다음 글에서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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