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해철, 먼 훗날 언젠가

신해철 11주기를 추모하며...

10월27일, 오늘은 신해철이 이 세상을 떠난지 11년이 되는 날입니다.

어제 11주기 추모 콘서트에 다녀왔구요.

김종서, 김경호, 홍경민, 신화의 김동완, 로맨틱펀치, 프로그래시브 락 밴드 미싱링크가 함께 해주었고,

부활은 갑자기 김태원님께서 간밤에 간성혼수로 응급실에 입원하시는 바람에 연주를 하실 수 있는 상황이 아니어서 참석만 해주셨습니다.


11년전 오늘 지방 출장이 있었어요.

출장에서 돌아오는 길에 신해철 사망 소식을 들었습니다.

집으로 향하지 않고 아산병원 영안실로 바로 출발했고,

저녁 8시쯤 도착했던 것 같은데 이미 엄청난 사람들이 줄을 서있더군요.

4열로 줄을 섰었는데 한시간을 대기해도 줄이 줄어들지 않아 결국 영안실 입장인원을 두배가량 늘려서(한번에 40명 정도 입장했던 듯) 두시간만에 입장을 했던 것 같습니다.

사람들 앞에서 눈물을 잘 흘리지 않는 스타일인데...입장 후 걸려있는 사진을 보니 눈물이 뚝뚝 떨어지더군요.

저뿐만 아니라 입장한 모든 사람들이 다 통곡을 했습니다.

그날이후 11년이 지난 오늘까지...그를 생각하면 시도때도없이 울컥하고 길을 걷다가도 눈물을 삼키곤 하고 있네요.


우리는 왜 그의 부존재를 이토록 슬퍼할까? 생각을 해봤습니다.

내 가장 빛나던 시절의 희노애락이 신해철의 음악에 녹아져있기 때문이라고 스스로 결론을 내렸는데요.

축제때나 각종 행사에서 그자리에 모인 사람들의 젊은 에너지를 분출할 때도 늘 그의 음악과 함께 했었고,

짝사랑을 할 때나 또는 실연의 아픔을 겪을 때도 언제나 그의 음악을 들으면서 그 감정을 달래곤 했었죠.

개인적으로 대학교 3학년 1학기를 마치고 '더 이상 음악을 할 수 없는 상태'가 되어 (저는 클래식 음악을 전공했었습니다.) 자퇴를 하고 26살이라는 나이에 "이제 뭘 하고 살아야 할까?"라는 정말 심각한 고민의 주제를 놓고 힘들어하던 시절이 있었어요.

결국 노력을 하면 그래도 어느정도는 따라잡을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새로운 공부'를 하기로 하고 편입학을 위한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수능을 보기에는 시간이 너무 많이 지체가 되니까요.


음대에 입학을 하고부터는 독일어나 이탈리아어는 공부를 해도 영어는 공부한 적이 없었고,

고등학교 시절에 하던 스타일의 공부는 안한지 너무 오랜 시간이 지나서 편입학 준비가 사실 쉽지 않았습니다.

9월에 시작해서 1월인가?에 시험을 쳐야만했는데 여름 동안 선경건설(현 sk 건설)에서 업무보조 아르바이트를 해서 번 돈으로 편입학원에 등록을 하고 첫번째 테스트에서 반에서 꼴등을 했었죠.

제가 할 수 있는 방법은 24시간 중 거의 모든 시간을 공부에 할애하는 방법 밖에는 없었습니다.

수업이 없는 시간에는 빈 강의실에서 공부를 했었는데...일부러 사람들과 말을 섞지 않고 혼자 다니는 생활을 몇개월간 했었죠.

자연스럽게 점심밥, 저녁밥도 저 혼자 먹어야 했는데...그 뻘쭘함을 달래기 위해 워크맨을 들으면서 학원 옆에 있는 1000원짜리 짜장면집에서 보통 밥을 먹었습니다.

그때 항상 듣던 테잎이 바로 NEXT의 Lazenca - A Space Rock Opera 입니다.

정말 너~~~~어무 많은 위로를 받았어요. 음악도 너무 좋고 말이죠.


내 미래는 어떻게 될까?

당장 시험에 합격은 할 수 있을까?

떨어지면 백수로 27살이 되는데 그럼 내 인생은 어떻게 되는거지?

온실속의 화초로 자란 저에게 그당시에는 감당하기 어려운 낭떨어지 바로 앞에 서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 때 이 앨범의 노래들이 정말 많은 힘을 주었습니다.


여담이지만 이 앨범은 애니메이션인 '영혼기병 라젠카'의 OST입니다.

앨범 제작비로 2000만원인가?를 건네주고 신해철에게 OST를 만들어달라는 요청을 했을 때 신해철이 제작을 하기에 너무 턱없이 부족한 예산을 보고(노래를 들어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작곡비나 레코딩 비용을 제외하고도 오케스트라나 성악가 섭외비용도 들고 하니 말이죠.)

"돈은 됐고 애니메이션이나 정말 기깔나게 만들어달라" 부탁을 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애니메이션은 처참하게 흥행에 실패하고 엄청난 혹평에 시달렸죠.

그런데 또 이 OST앨범은 50만장 이상 판매되어 대박을 터뜨립니다.

지금은 너무나도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라젠카 세이브어스'도 수록곡이고, 해에게서 소년에게, 그리고 오늘 소개해드릴 '먼 훗날 언젠가'가 대중적인 사랑을 받았고 신해철 매니아들 사이에서는 The Power나 The Hero가 신해철의 명곡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비슷하게 정글스토리라는 윤도현과 김창완 주연의 영화가 있었는데 이 영화도 관객수 5000명 가량으로 폭망했지만 신해철이 담당했던 OST는 50만장 이상 팔리면서 대박을 거뒀던 적이 있지요.

아주 사적으로는 이 앨범이 대한민국 음악역사를 통틀어 가장 위대한 앨범 중 하나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아무튼 개인적으로 어두웠던 시절, 제 밥친구가 되어주고

저에게 '희망을 잃지 말라'며 최선을 다하게끔 격려를 해준 것이 바로 신해철의 음악이기 때문에 이렇게 시간이 흘러도 그에 대한 그리운 마음을 지울 수가 없는데요.

대한민국에 저같은 사람이 저만 있는 것은 아니겠죠.

정말 수많은 사람들이 그의 음악을 통해서 힘을 얻고 위로를 받고 또 즐거움을 배가시켰기 때문에 '신해철 음악=내 청춘의 역사'가 되는 것 같습니다.


어제 대학가요제를 새로 시작해서 방송이 되었던 것 같은데...신해철의 두 자녀가 나와서 하는 말을 들었어요.

'아빠 팬들에게 한마디 해달라'는 요청에

"제 기억에 아빠 팬들은 늘 우시는 모습만 기억이 나요..."라는 말을 하던데...

신해철 팬들은 정말 늘 웁니다....ㅠ ㅠ

그에 대한 그리움일 수도 있고 내 청춘에 대한 그리움일 수도 있겠지만 말이죠.


그렇게 그의 음악을 통해서 힘을 얻으며 공부한 끝에...12월에 치른 마지막 모의고사에서는 반에서 1등을 하고 결국 제가 원했던 학교와 전공으로 편입학을 하게 되었습니다.

입학 첫학기에 바로 성적 장학금도 받고 말이죠.

제2의 대학생활을 하면서도 편입학을 준비하던 그 시절과 똑같이 신해철의 음악은 저의 희노애락과 함께 했었고 늘 저에게 힘을 주었으며 치열하게 사는 법, 그리고 현재를 즐기는 법을 알려줬습니다.


그때로부터 약30여년의 시간이 흘렀네요.

너무도 불안하고 힘들었던 그 시절 이 곡을 들으면서 생각했습니다.

"먼 훗날 언젠가...나는 어떤 상태의 사람이 되어 있을까?"

"이 노래를 먼 훗날 언젠가 다시 들을 때 나는 어떤 기분으로 이 노래를 듣고 있게 될까?"


글을 쓰면서도 울컥 하네요...ㅠㅠ

정말 다행히도 잘 살아왔고, 잘 견뎌주었고 또 다른 사람들이 잘 살 수 있도록 도움도 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여기에 신해철이라는 존재의 지분이 적지 않게 있음을...인정할 수 밖에 없네요.

어떤 분들에게는 처음 듣는 곡이고 어떤 분들은 잘 아는 곡이겠지만 가사를 잘 들으면서 한 번 들어보시죠.

NEXT입니다.

먼 훗날 언젠가...


https://youtu.be/PlAO69ILG3w?si=NMcmluz9HMDZeif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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