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티넨탈 달러의 이야기
원달러 환율이 1300원대 등락을 반복하면서 사람들이 미국 달러에 대한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달러하면 생각나는 내용은 "미국 돈"정도일 것입니다.
그런데, 여러분 현재의 우리가 알고 있는 녹색인 미국 달러의 이미지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있나요?
오늘은 미국이 "달러"라는 이름을 처음 사용한 "콘티넨탈 달러(Continental dollar)"에 대해서 말해볼까 합니다.
미국에서 달러라는 이름을 최초로 내걸고 사용한 "컨티넨탈 달러"입니다. 번역하면 대륙 달러인데, 편의상 "컨티넨탈 달러"라고 해보겠습니다.
이 화폐가 발행된 이유는 많지만 가장 큰 이유는 당시 식민지 미국이 영국에 독립하기 위한 전쟁자금을 조달할 목적이 컸습니다.
이 화폐가 쓰이기 전에는 식민지 미국은 스페인과 영국의 금화 그리고 은화가 시중에 유통되고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식민지 미국은 유럽에서 많은 사람들이 이주해 오고 대서양 연안과 허드슨 강을 중심으로 무역활동이 활발해졌습니다.
여기서 무역에서 중요한 것이 돈의 흐름이 원활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식민지 경제규모는 커지는 반면 시중에 유통되는 영국 및 스페인 금화와 은화는 부족해졌습니다. 이로 인해 상인들이 거래대금을 지불하지 못하고 경제는 경색되는 상황이 발생합니다. 우리 몸에 피가 돌아야 하는데 피가 부족해서 돌지 못해서 건강이 악화되는 상황이랑 똑같은 거죠.
식민지 당국은 영국정부에게 자체적으로 화폐를 제작해 달라고 청원하지만 영국 당국이 거부합니다. 영국 입장에서는 식민지를 자국 화폐를 통해서 컨트롤할 수 있기 때문에 화폐발행권을 허가할 수 없었습니다.
자유를 찾아 식민지 미국에 온 이민자들은 점점 불행해지죠.
그러다가 영국 당국이 식민지 미국에 홍차에 대해서 세금을 부과합니다. 차에 세금을 부과하여 식민지 자원을 수탈하려는 목적이 가장 컸는데 이는 식민지 미국인들의 반발을 크게 삽니다.
식민지 미국은 영국 당국에 반발하는데, 우리가 아는 유명한 "보스턴 차 사건"이 여기에 속합니다. 식민지 미국인들은 인디언으로 변장해서 영국으로 갈 홍차를 바다에 버리는데 이에 영국은 괘씸하게 생각하여 식민지 해상을 봉쇄합니다.
더 이상 영국의 횡포에 참을 수 없었던 식민지 미국인들은 13개 주의 대표들이 모여서 "대표 없이는 과세도 없다"는 주장을 내세우며 영국에 대항하기 시작합니다.
그리하여 1775년 미국은 독립전쟁을 시작하고 1776년 7월 4일, 미국 식민지는 독립 선언서를 발표합니다.
그리고 영국의 화폐를 대신할 새로운 화폐가 만들어집니다. 바로 "컨티넨탈 달러"입니다.
컨티넨탈 달러는 1775년부터 1779년까지 발행되었습니다. 발행지폐도 다양한데 8분의 1달러부터 80달러까지 있었고 발행총액이 2억 4,155만 2,780달러라는 엄청난 액수였습니다.
식민지 13개 주는 대륙회의를 통해서 컨티넨탈 달러를 승인하고 발행했는데 당시 영국과 전쟁자금을 조달할 목적이 컸습니다.
초기에는 식민지인들이 컨티넨탈 달러에 대해서 신용을 했습니다. 영국정부에 대항한다는 큰 의미가 있었고 식민지 당국을 응원한다는 마인드 있었고 무엇보다 정부가 컨티넨탈 달러를 최종적으로 보증한다는 내용을 믿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컨티넨탈 달러는 의외로 정부의 보증 말고는 믿을 게 없었습니다. 당시 다른 유럽국가들은 통상 자국 통화를 금이나 은으로 바꿔주는 태환화폐였습니다.
반면, 식민지 미국의 화폐인 컨티넨탈 달러는 금이나 은으로 바뀌지 않는 "불태환화폐"였습니다.
컨티넨탈 달러를 발행한 미국 식민지 당국은 컨티넨탈 달러를 상인들로부터 물자를 구매하거나 식민지 군인들에게 월급을 주면서 유통을 원활하게 했습니다.
그러나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문제가 생겼습니다.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식민지 당국은 더 많이 컨티넨탈 달러를 발행합니다. 하지만 너무 많이 돈을 찍어내면서 사람들이 의심하기 시작합니다.
가치에 대해서 의심을 가지기 시작했고 과연 식민지 당국이 이 화폐를 가져가면 그에 상응하는 재화로 바꿔줄지 의심하기 시작합니다.
설상가상 영국이 위조 콘티넨탈 달러를 발행하여 화폐시장을 혼란스럽게 합니다.
이로 인해 돈의 가치는 급격하게 하락합니다.
1778년 말에는 컨티넨탈 달러 가치가 액면가의 5분의 1에서 7분의 1 수준으로 하락했고 1780년에는 40분의 1 수준으로 하락했습니다. 이걸 바꿔 말하면 물가가 몇 년 사이에 500%에서 4,000% 상승했다는 의미입니다.
다행히 독립전쟁은 프랑스와 스페인, 네덜란드 등 당시 영국의 적성 국가들의 지원과 조지 워싱턴이 이끄는 군대가 잘 싸우면서 마침내 독립을 합니다.
그러나 미국의 컨티넨탈 달러는 1781년 가치를 완전히 상실하고 1790년 미국 의회는 컨티넨탈 달러를 미국 국채로 바꿔주는데 액면가의 1% 밖에 인정을 안 해줍니다. 만약 제가 재산을 전부 1,000만 컨티넨탈 달러로 가지고 있었다면 10만 달러의 미국국채 밖에 못 받는 것입니다. 사실상 재산을 강탈당한 거랑 똑같습니다.
컨티넨탈 달러 때문에 미국인들은 한 동안 지폐라면 끔찍이 싫어하는 기간을 이어옵니다. 그래서 이후 미국 정부나 중앙은행은 금화나 은화를 발행하는 쪽을 선택합니다.
요즘은 잘 안 쓰는 표현이지만 컨티넨탈 달러로 인해서 생긴 표현도 있습니다. "Not worth a continental". 해석은 "아무런 가치도 없는"이라는 뜻입니다.
컨티넨탈 달러는 오늘날 우리가 쓰는 화폐랑 똑같다고 보시면 됩니다. 컨티넨탈 달러도 정부의 신용에 기반하고 있고 우리가 쓰는 원화도 정부의 신용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만약 우리가 정부가 발행한 원화를 신용하지 않으면 더 이상 원화는 화폐로써 기능이 사라집니다.
화폐를 많이 발행해서 당장 화폐에 대한 신용이 사라지지는 않을 것입니다. 다만, 그로 인해서 우리는 고물가를 체험하는 시기를 많이 겪게 될 것입니다.
"화폐는 환상"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환상은 우리에게 기분을 좋게 해주는 마법 같은 겁니다. 그 환상 덕분에 어쩌면 현대 사회가 풍요로운 것일 수 있습니다.
환상을 다수가 신용할 때 우리는 풍요로운 사회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환상을 특정 일부가 자신들의 욕망을 위해서 무분별하게 이용할 때 다수의 사람들이 이 환상을 믿지 않을 수 있습니다.
환상이 깨질 때, 역사는 말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풍요에서 빈곤으로, 평화에서 혼란으로, 신용에서 물물교환으로, 문명에서 야만으로 전환된다는 것을 말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