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이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아도_20화

by 무우지렁이

※ 공모전 출품을 목표로 집필 중에 있습니다. 중간중간 편집/보완되며 내용이 수정될 수 있습니다.


유리는 크리스마스에도 열심히 도보 배달을 다녔다. 예상과는 달리 이브 때보다 배달 건수가 조금 줄긴 했지만, 가끔 열리는 문 틈으로 이브 때보다 훨씬 행복한 가족의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훈훈하다. 그런데 좀 부럽네....'


따뜻한 가족의 모습들을 볼 때마다 유리는 따스함을 느끼는 동시에 자신의 것이 아닌 따스함에 부러움을 느꼈다.


크리스마스 다음날에도 유리의 도보 배달은 계속되었다. 이번에도 가끔 열리는 문 틈으로 아직 남아있는 크리스마스의 온기를 볼 수 있었다.


'그러고 보니 크리스마스 연휴 내도록 일만 하고 있네....'


스스로에게 연민을 느끼던 유리는 자신의 손에 들려있는 배달 음식을 느꼈다.


"아냐 아냐. 내 정신 좀 봐. 지금 크리스마스 타령이나 할 때야? 한 푼이라도 더 벌어야지! 하긴, 쉰다고 달리 할 일도 없기도 하잖아. 집중하자. 집중!"


유리는 자신의 뺨을 탁탁 치며 생각을 바꾸고 다시금 배달에 집중했다. 하지만 얼마 가지 않아 발걸음이 멈췄다.


'이 건만 마치고, 치킨집 사장님한테 잠시 들렀다 와야겠어.'




"사장니이이이임~."


유리가 치킨집 가게 문을 열며 괜한 응석을 부렸다. 유리의 방문에 깜짝 놀란 사장님께서 말씀하셨다.


"어이쿠, 이쪽으로 와보렴. 산타께서 네게 줄 선물을 놓고 가셨단다."


사장님을 따라간 유리의 눈이 커졌다.


"이렇게 빨리요?!"


그곳에는 바구니가 달린 아이보리와 갈색의 예쁜 자전거가 빨간 리본에 매여 놓여있었다. 조립공장 반장 이모님의 선물이다.


너무나도 예쁜 자전거에 유리는 감동했다. 게다가 거의 쓰지 않으신 것인지, 새것 같았다.


"사실 이건 비밀인데, 새 자전거라더구나."

"헉! 새 자전거를 왜 저를 주셨을까요?"


사장님의 말씀에 깜짝 놀란 유리가 자전거를 이리저리 매만지며 물었다.


"자녀분께 드리려고 샀던 거였긴 한데, 자녀분께서 쓰지 않으셨단다. 그래서 완전 새 자전거인데, 유리 네가 공자에서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되게 좋게 보셨다고 하시더구나. 젊은 사람이 열심히 사는 모습이 보기 좋아서 조금이나마 도움 되라고 선물하신 거라고 하셨어."


사장님의 대답에 유리가 감사인사를 했다.


"조금이 아니라 너무 큰 도움 주신 것 같아요!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허허허. 녀석도 참. 나한테 고마워할게 아니라, 반장님께 고마워해야지."




유리는 선물 받은 자전거로 첫 배달을 가기 위해 바로 콜을 잡았다.


"자, 가볼까!"


신나게 페달을 밟은 유리는 무언가 잘못된 것을 느꼈다. 자전거를 타니, 걸어 다닐 때보다 훨씬 춥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은 것이다. 그렇다고 잡은 콜을 안 갈 수도 없는 노릇이다.


"으, 으아아아."


절로 비명소리가 나온다. 유리는 양 뺨에 칼바람을 맞아가며 자전거로의 첫 배달을 완료했다.


"이, 일단 집으로... 가야겠어."


유리는 덜덜덜 떨며 중얼거렸다. 그리고 이번에는 칼바람을 최소화하기 위해 자전거를 살살 몰았다.


집에 도착한 유리는 바로 입고 있던 목도리와 외투를 벗어던졌다. 그리고 가장 두꺼운 외투로 환복 하고, 목도리도 더 두꺼운 것으로 바꿔 코끝까지 둘렀다. 추가로 방한용 모자와 장갑도 착용했다.


"이 정도면 됐겠지."


유리는 중얼거리며 다시 집을 나섰다.




이번에는 바로 배달 콜을 잡기 전에, 방한 체크를 위해 자전거로 집 근처를 한 바퀴 돌아보기로 했다.


확실히 방한이 되니 훨씬 덜 춥다. 그리고 추위가 덜어지니, 자전거의 속도감에서 해방감까지 느껴진다.


'이요오우~!'


유리는 속으로 환호했다. 다시 집 앞으로 돌아온 유리는 배달 콜을 잡았다. 가게로 가는 길과 배달지로 향하는 길이 훨씬 빠르고 덜 춥다. 게다가 밖에서의 추위를 조금만 버티면, 배달 음식을 받을 때에 따뜻한 가게 안에서 쉴 수도 있다.


자전거가 생김으로 배달의 편리성과 시간 단축이 엄청 된 것이다.


자주 가는 가게 사장님들 마다 예쁜 자전거를 칭찬해 주셨다.


"어머~. 예쁜 자전거네. 배달 일 오래 하려면 잘 샀네. 얼마나 줬어?"

"예전에 같이 일했던 분께 받았어요."

"어유, 아가씨는 복도 많네. 복도 많어."


호떡집 배달을 갔더니 호떡집 사장님께서도 한 말씀 거들어 주신다.


"아가씨가 야밤에 걸어 다니는 게 신경 쓰였었는데, 자전거로 배달하니까 훨씬 걱정이 덜 되는구만!"

"감사합니다! 아시는 분께 얻었어요."

"고마운 분이시구먼."


다른 사람들의 행복을 부러워했던 유리는, 자전거 덕분에 자신도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행복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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