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이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아도_19화

by 무우지렁이

※ 공모전 출품을 목표로 집필 중에 있습니다. 중간중간 편집/보완되며 내용이 수정될 수 있습니다.

* 어제 글을 올리지 않아 죄송합니다. 오늘 2화 올립니다.


"엄청 바쁠 예정인데, 와줘서 고맙구나. 오늘은 일당도 챙겨줘야겠는걸?"


사장님께서 대답하시며 먹은 음식들을 치우셨다.


잠시 후, 손님들이 물밀듯이 들어왔다. 두 분이서 오신 손님들과 세네 명이 오신 손님들로 매장이 금방 차기 시작했다. 당연히 사장님과 유리의 손길도 바빠졌다.


"여기 콜라 큰 거 추가요~."

"예~. 갑니다~."


"양념치킨 반 마리 추가요~."

"사장님~. 8번 테이블에 양념치킨 반 마리 추가요~."


유리는 정신없이 일했다. 그리고 피크 타임이 지나고 주문이 안정되자, 매장 내부를 둘러볼 여유가 생겼다.


크리스마스 이브라 그런지, 가족과 연인 손님이 제일 많았다. 그다음으로 친구들로 추정되는 손님들이 많았다.


그들은 모두 화기애애하게 웃으며 치킨을 뜯고, 콜라를 마시고, 어른들은 맥주잔을 부딪혔다. 서로를 챙겨줬고, 어깨동무를 하는 손님들도 심심찮게 보였다.


문득 유리는 자신은 혼자라는 사실에 서글퍼졌다. 그때 단체손님이 들어왔다.


"안녕하세요~. 여기는 자리가 있나요?"




유리는 깜짝 놀랐다. 자신이 아르바이트했던 조립 및 포장 공장 사람들이었기 때문이었다.


"언니들!! 오랜만이에요!!"


유리는 반가움에 거의 소리를 지르듯 말했다. 그 덕에 치킨을 드시고 계시던 몇몇 손님들이 유리를 쳐다보고는 다시 치킨을 드셨다.


"어머, 너 여기서 일하니?"

"오늘은요."


초록 조끼 이모와 짧은 대화 후, 초록 조끼 이모가 매장 안을 슥 둘러보며 말했다.


"그래, 여기 장사 엄청 잘 되는구나. 지금은 자리가 없어 보이네."


유리도 매장을 한 번 돌아본 후 말을 이었다.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금방 자리 날 거예요."


잠시 후, 유리의 말대로 자리가 났다.


"여기 앉으시면 되세요."


공장 사람들이 우루루 들어와 착석했다.


"여기 양념치킨 2마리랑 후라이드 치킨 2마리, 그리고 콜라 큰 거 2개랑 생맥 3잔 부탁해."

"양념 2마리, 후라이드 2마리, 콜라 대짜 2개, 생맥 3잔이요."




유리가 주문을 받아 사장님께 전달한 후 공장 손님 테이블에 기본 세팅과 음료와 주류를 서빙하러 갔다. 그러자 보라 조끼 이모님이 물으셨다.


"아까 '오늘은' 여기 일한다던데, 평소에는 그럼 무슨 일 해?"

"아아, 요즘은 배달 아르바이트 하고 있어요."


유리가 수줍게 웃으며 대답했다. 옆에서 듣고 있던 분홍 조끼 언니가 놀라며 말했다.


"배달일 힘들지 않아? 이 칼바람에 오토바이 타는 것도 쉽지 않을 텐데 대단하다 너."


분홍 조끼 언니의 말에 유리가 밝게 대답했다.


"제가 면허도 없고 오토바이도 없어서 그냥 도보 배달하고 있어요. 근데 도보로 다녀도 볼 것도 많고 재밌고 좋아요."

"어허, 힘들어서 안 돼. 자전거라도 타지 그래."


반장 이모님께서 유리에게 호통을 치셨다. 유리도 알고 있다. 자전거를 타면 훨씬 빠르고 많이 배달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하지만 한 푼이 급한 유리에게 자전거를 살 여유는 없었다. 유리는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 자전거도 없어요...."


유리가 말끝을 흐리는데 반장 이모님께서 선뜻 자전거를 주신다고 하셨다.


"우리 집에 남는 자전거 하나 있는데, 너 줄게. 다음에 여기 놓고 가면 되려나?"

"헉! 제가 받아도 될까요? 감사합니다!"


유리는 기쁨에 연신 고개를 숙였다.




마침 치킨이 나왔다. 사장님은 유리가 손님들과 대화하는 모습을 보고, 유리를 부르지 않고 직접 서빙을 오셨다.


유리가 깜짝 놀라 남은 치킨을 가지러 가려 하자, 이번에는 분홍조끼 언니가 유리의 팔을 끌어안아 붙잡는다.


"지금은 엄청 바쁜 시간대도 아니잖아. 앉어. 앉어. 우리랑 치킨 같이 먹으면서 그간 못 나눴던 이야기 좀 해."


유리가 사장님의 눈치를 보자, 사장님께서 싱긋 웃으시며 편하게 있으라고 말씀하셨다. 그제야 유리도 자리에 앉았다.


"그럼 그동안에 배달 아르바이트 하고 다닌 거야? 그것도 이 한겨울에 걸어서?"


분홍조끼 언니가 유리 쪽으로 몸을 홱 돌며 재차 물었다.


"먹고살려면 어쩔 수 없었어요. 근데 진짜 도보도 좋아요. 좀 빠른 걸음이긴 해도, 산책하는 기분도 들고요. 사장님들이나 손님들이랑 말이라도 나눌 수 있다는 것도 좋고요."


유리의 말에 다들 유리를 짠하게 쳐다봤다. 옆에 있던 초록 조끼 이모님께서는 유리의 손을 매만지시며 말씀하셨다.


"아이고, 이 어린것이 벌써부터 고생을 이렇게 많이 해서 손이 너무 거칠다. 거칠어."


공장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걱정을 한 몸에 받고 있으니, 유리는 몸 둘 바를 몰랐다. 유리가 어색하게 앉아있으니 이번에는 반장 이모님께서 말씀하신다.


"아니 왜 애를 무안하게 만드노. 다들 치킨 식기 전에 어서 묵자. 유리도 많이 먹고."




치킨이 절반 정도 비워졌을 무렵, 유리가 물었다.


"언니들은 여기 어떻게 오신 거예요? 회식이에요?"

"그렇지. 크리스마스이브에 갈 곳 없는 사람들끼리 외식하러 온 거지. 외. 식."


초록 조끼 이모님께서 호탕하게 웃으시며 말씀하셨다. 유리가 물었다.


"갈 곳 없는 사람들이라뇨? 모두 가정이 있지 않아요?"

"가정이 있는 사람도 있지만, 가정이 없는 사람도 있잖아. 그리고 우리 공장은 매년 이브에는 공장 사람들끼리 회식하고 크리스마스 하고 그다음 날은 휴무여."


반장 이모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리고 말을 이으셨다.


"아차, 분홍조끼 쟈 인자 전셋집에 짐 넣었다."


분홍조끼 언니가 이번에는 손가락으로 브이자를 그리며 말했다.


"언니들이 많이 도와주셨어."


유리가 무슨 뜻인지 몰라 갸우뚱거리자, 보라 조끼 이모님께서 부연설명을 해주셨다.


"한 가족 아잉교. 이삿날에 다 같이 짐 날라줬지."


이런 게 직장 동료들의 정이고, 이웃의 정이겠지. 덕분에 유리의 마음도 따스해졌다. 그리고 걱정됐다.


'나도 이사해야 하는데, 도와주실 분도 없고 막막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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