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이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아도_18화

by 무우지렁이

※ 공모전 출품을 목표로 집필 중에 있습니다. 중간중간 편집/보완되며 내용이 수정될 수 있습니다.

* 어제 글을 올리지 않아 죄송합니다. 오늘 2화 올립니다.


"사장님 오랜만이에요!"


치킨집 문을 벌컥 열며 유리가 말했다. 유리의 깜짝 방문에 사장님께서 눈을 동그랗게 뜨셨다가 이내 반달모양으로 접으며 말씀하셨다.


"어서 오렴. 마침 저녁 먹으려던 참인데, 너무 많이 해서 곤란했거든. 같이 들자꾸나."


12월의 칼바람을 맞고 배달을 다녔던 유리는 양손으로 팔뚝을 비비며 자리에 앉았다.


"으으, 많이 추웠는데 희소식이네요."


잠시 후 사장님께서 김이 모락모락 나는 어묵탕이 담긴 커다란 냄비를 갖고 오셨다.


사장님께서 어묵탕을 갖고 오시는 모습을 넋 놓고 보고 있던 유리는 '아차' 하고는 주방으로 달려가 앞접시와 국자 그리고 사장님께서 만들어두신 간장 종지를 가져왔다.


그사이 사장님께서 수저를 놓으셨고, 두 사람의 식사 준비가 완성됐다.


사장님께서 어묵을 유리의 앞접시에 먼저 덜어주셨다.


"잘 먹겠습니다!"

"오냐. 많이 먹으렴."




유리는 먼저 어묵 국물을 후후 불어 마셨다. 처음 한 모금은 언 몸을 뜨끈하게 녹이며 목구멍과 위장의 위치를 알려주었다. 두 번째와 세 번째 모금은 앞서 길이 난 곳을 따라 따듯하게 온몸으로 퍼졌다.


"크으."


유리는 콧등을 찡그리며 기분 좋은 소리를 냈다.


"그렇게 좋더냐."

"네! 너무 좋네요! 언 몸이 다 녹는 것 같아요!"


사장님께서 허허 웃으시며 질문하셨고 유리가 환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이번에는 통통하게 불어난 어묵을 하나 집어 후후, 후후 불어 간장 종지에 찍어 베어 물었다.


짭쪼롬하면서도 달큰한 국물 맛이 배인 어묵 하나에 분식집 사장님이 떠올랐다. 당신과 같은 추억을 간직한 사람들을 위해 가게를 여신 정 많은 사장님이시다. 사장님 덕분에 많은 사람들이 그 시절을 추억할 수 있을 것이다.


보드라운 살결의 어묵 두 개에 호떡가게 사장님이 떠올랐다. 심야 배달을 다니는 유리를 걱정해 주시는 오지랖 넓으신 고마운 사장님 같으신 분들 덕분에 조금이나마 더 안전하게 배달을 다닐 수 있다고 생각했다.


통통하게 불어 뽀얗고 말랑말랑한 물떡을 먹으며, 마지막 배달지에서의 귀여운 꼬마 손님이 생각났다. 꼬마 손님의 감사인사 덕에 유리의 마음도 말랑말랑해졌었다.


유리는 탱글탱글한 곤약을 베어 물었다. 눈앞의 치킨집 사장님이 보였다. 아무 사이도 아닌 유리를 챙겨주시는, 유리의 가장 큰 은인이시다.


모두 이 추운 겨울과 겨울을 닮은 유리의 계절에 한 줄기 햇살 같은 사람들이다. 덕분에 유리도 이 힘든 계절을 버틸 수 있는 거라 생각했다.


유리는 딱 먹기 좋을 만큼 따뜻하게 식은 국물을 더 퍼 후루룩 마신 후 날짜를 보고는 말했다.


"오늘은 많이 바쁘겠죠?"


어쩐지 배달 콜이 많더라니, 오늘이 크리스마스 이브라는 사실을 방금 알게 된 유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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