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이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아도_21화

by 무우지렁이

※ 공모전 출품을 목표로 집필 중에 있습니다. 중간중간 편집/보완되며 내용이 수정될 수 있습니다.


유리는 연말이 오기 전, 조립 공장에 감사 인사를 전하러 가야겠다 마음먹었다. 마침 이번 주의 배달 주급도 들어온 참이다.


"어? 왜 이렇게 많아졌지?"


자전거로 배달을 하면서 배달 건수가 올라, 수입도 많아진 것이었다.


"감사합니다."


약국에서 피로회복제를 두 박스 산 유리는 자전거 바구니에 피로회복제를 넣고 공장으로 달렸다.




"어머, 이게 누구야~."

"어떻게 왔데?"


유리가 공장에 도착하자 공장 사람들이 하던 일을 멈추고 유리를 반겨줬다.


"자전거 고맙다고 인사하려고 왔어요."


유리가 대답하며 자전거 바구니에서 주섬주섬 피로회복제를 꺼내 반장님께 드렸다.


"어머, 이런 거 안 줘도 되는데. 고마워. 잘 먹을게."


반장님은 곧바로 박스를 하나 까 공장 사람들에게 피로회복제를 돌렸다.


"크으. 이쁜 유리도 보고, 피로회복제도 얻어먹고. 오늘 좋은 날이네잉."

"어휴. 고마운 일은 반장 언니가 했는데, 그 덕에 우리도 얻어먹네. 고마워."

"잘 먹을게요."


유리는 공장 사람들의 넉살과 작은 것에도 고마워해 주시는 공장 사람들에게 더욱 감사함을 느꼈다. 그때, 분홍 조끼 언니가 유리에게 물었다.


"전에 전세 만기 다가온다고 했던 것 같은데요. 혹시 이사는 하셨어요?"

"아뇨. 다음 주 일요일에 이사해야 해요."


유리는 자신이 말하고도 깜짝 놀랐다. 이사가 벌써 다음 주 일요일이라니. 이사 준비가 전혀 되어 있지 않은데, 날짜는 야속하게도 빠르다.


"이사 준비는 잘 돼 가요?"

"아, 아직 아무것도 못 했긴 한데요. 여기서 배운 테트리스 실력으로 어떻게든 되겠죠, 모."


분홍 조끼 언니의 질문에 유리가 머쓱해하며 대답했다. 그러자 반장 이모님께서 소리치듯이 말했다.


"그럼, 여기서 배웠으니 우리가 가서 도와줘야제."

"마침 날짜도 휴무인 일요일이네요."


분홍 조끼 언니가 거들자 모두 고개를 끄덕이며 유리의 이삿짐을 옮기는 것을 돕기로 했다.


감사 인사를 전하러 간 것이었는데, 엉겁결에 든든한 이사 아군이 생긴 유리였다.




피차 근무 시간이라 긴 시간을 뺄 수 없던 유리와 공장 사람들은 잠시 후 작별인사를 했다.


"다음 주 일요일에 보자고~."

"감사합니다!"


공장 사람들과 헤어지고 유리는 다시 배달 콜을 잡았다. 이번에는 비대면 배달이다. 요구사항에 맞춰 사진과 함께 문자를 남겼다.


'문 앞 배달이 완료되었습니다.'


다음번 배달은 대면 배달이다.


"맛있게 드세요."

"감사합니다."


문이 열리고 부스스한 30대 남자가 배달을 받다 깜짝 놀랐다. 이제는 익숙하다. 여자가 배달을 오는 일은 흔하지 않으니까.


그렇게 하나씩 오늘의 배달 건수도 쌓여갔다.




배달을 다니다 보면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무언가를 흘리는 모습이 자주 보인다.


자전거로 지나가며 보는 모습에서는 일단 무언가를 흘렸다는 것만 알 수 있을 뿐, 그것이 돈인지 쓰레기인지 또 다른 중요한 물건인지는 모른다.


그래서 유리는 오늘도 소리쳤다.


"회색 코트 입으신 신사분, 호주머니에서 뭔가 흘리셨어요~!"


건물 로비에서 나와 바로 차를 타려던 남성이 흠칫하더니 바닥에서 무언가를 주웠다. 그리고 차를 타고 유리와 같은 방향으로 달려왔다.


순간 놀란 유리는 전속력으로 속도를 냈지만 역부족이었다.

차와 유리의 자전거가 나란히 달리게 되자 보조석의 창문이 열렸다.


"고맙습니다."


남성은 유리에게 감사 인사를 남기고 떠났다.


"뭐, 뭐지...."


유리는 잠시 당황했지만, 배달을 가던 중이었기에 쉬지 않고 페달을 밟았다.


'문 앞 배달이 완료되었습니다.'


비대면 배달을 마지막으로 오늘의 배달 목표 시간을 채웠다.


"오늘의 배달, 끝~!"


유리는 자전거 앞에서 두 팔을 하늘로 뻗었다. 상쾌한 기분이다.


평소라면 배달 일만 끝나도 녹초가 되는 유리였다.


하지만 자전거를 타서일까, 배달 전에 공장 사람들을 만나고 와서일까. 오늘은 하나도 힘들지 않은 것 같다.


아직 체력이 남은 유리는 생각했다.


'오늘도 사장님께 한 번 가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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