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이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아도_31화

by 무우지렁이

※ 공모전 출품을 목표로 집필 중에 있습니다. 중간중간 편집/보완되며 내용이 수정될 수 있습니다.


"연휴 마지막 날이니, 많이 바쁘겠죠?"


떡국을 다 먹은 유리가 테이블을 치우며 말했다.


"그럴 것 같구나."


사장님께서 같이 테이블을 치우며 말씀하셨다.


잠시 후 초등학생 손님들이 들어왔다.


"사장님~. 양념치킨 한 마리랑 간장 치킨 한 마리랑 콜라 큰 거 주세요~."


테이블에 앉은 학생들은 자기들끼리 누가 더 세뱃돈을 많이 받았는지 자랑하다, 세뱃돈을 가장 많이 받은 사람이 치킨을 사기로 했다.


"좋아! 내가 사줄게!"

"나이쓰으~!"

"앗싸아~ 잘 먹을게."


세뱃돈을 가장 많이 받은 학생이 치킨을 산다고 하자, 그 테이블에서 함성이 터져 나왔다. 잠시 후 치킨이 나왔고, 학생들은 양손에 양념을 묻히며 치킨을 먹었다.


"양념 달콤한 거 봐. 내가 이래서 치킨을 못 끊는다니깐."

"간장치킨은 또 어떻고. 달콤 짭조름한 게 최고야."


학생들은 게걸스럽게 치킨을 뜯으며 계속해서 치킨 맛을 칭찬했다.


"육즙 흐르는 살코기도 장난 아니다, 진짜."

"역시 여기 치킨이 제일 맛있다니까!"


학생들의 대화를 들으며 유리도 속으로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먹을 줄 아는 친구들이네.'


치킨을 열심히 뜯으며 맛을 음미하던 학생들 중 한 명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하아, 학원 가기 싫다."

"나도."

"너는 몇 개나 다녀? 나는 방학에 하루 4개씩."


아이들은 너도나도 불평하기 시작했다.


"야, 꼴랑 4개 가지고 그러냐. 나는 하루 5개씩 다니거든."

"아니, 다른 애들은 보통 2~3개 다닌다는데 4개면 많지!"

"너네 둘 다 장난하냐. 나는 맨날 아침 8시부터 밤 10시까지 다니거든."


아이들의 대화를 듣는 유리는 한 편으로는 아이들이 안타까웠지만, 한편으로는 아이들에게 학원을 여럿 보낼 수 있는 부모님들의 재력이 부러웠다.


'하긴. 초등학생들이 세뱃돈으로 치킨을 사 먹을 정도라면, 보통 집은 아니겠지.'




그때, 다음 손님들이 들어왔다. 이번에는 여자 어른 세 명이 들어왔다.


"여기 치킨 종류별로 한 마리씩에 맥주 세 잔, 콜라 작은 거 하나 주세요."


손님들은 서비스로 나온 색깔 강냉이를 씹으며 말했다.


"이번 명절도 참 징글징글했어요."

"그러게 말이다."


유리가 맥주 세 잔과 콜라를 먼저 내려놓자, 한 여자분께서 잔을 들자 다른 두 사람도 자연스럽게 잔을 들어 '짠'을 했다.


먼저 잔을 들었던 사람이 의자 등받이에 몸을 추욱 기대며 말했다.


"팔 떨어지는 줄 알았네."

"형님 말씀 완전 공감해요. 전 부치고 설거지하다가 손목이랑 손가락 다 나가는 줄 알았잖아요."

"정말요. 시어머니의 아침부터 저녁까지 '이거 해라', '저거 해라' 소리에 내가 로봇인 줄 알았지 뭐예요. 그래도 형님들이 계셔서 다행이에요."


세 사람의 대화에서 한 집안의 며느리들이라는 것을 짐작했을 때, 주방에서 치킨이 나왔다. 유리는 재빨리 치킨을 가져다 드렸다.


"하아... 진짜... 드디어 사람 사는 것 같네요. 이 치킨 냄새 맡으니까 긴장이 탁 풀려요."


막내며느리가 양념치킨을 하나 들어 코에 갖다 대어 냄새를 한 번 맡고 한 입 베어 물며 말했다.


"하긴, 동서는 시댁이 멀어서 더 힘들잖아. 내려와서 바로 일하고 올라가고... 올라가는 차에서 매번 기절하겠네."

"어머, 형님. 어떻게 아셨어요?"


큰며느리의 말에 막내며느리가 치킨을 떨구며 물었다. 그러자 둘째 며느리가 웃으며 말했다.


"어떻게 알긴, 뻔하지. 막내야, 형님들만 믿어. 다음 명절엔 우리가 작당모의해서 도망갈 계획이라도 세워야겠어. 비행기 표 끊어놓고 핸드폰 꺼둘까?"

"어머, 형님 그거 너무 좋은데요? 진지하게 한번 추진해 볼까요?"

"푸하하, 그러자! 일단 오늘은 다 잊고 치킨이나 먹자. 진짜 이게 살길이다, 얘들아."


세 며느리는 농담인지, 진담인지 모를 말을 하며 깔깔 웃어댔다.


"치킨한테 무한 감사하는 중이에요. 다음 명절 버틸 힘을 이 치킨에서 얻어가야겠어요!"

"그래, 오늘 우리 고생한 며느리들을 위해! 짠!"

"짠!"


세 며느리는 또 한 번 맥주잔을 부딪치고는 맛있게 치킨을 뜯었다.


그 모습을 본 유리는 가족이 있는 삶도 마냥 편하지만은 않다는 사실을 어렴풋이 깨달았다. 하지만, 가족 간의 정에서 오는 행복감이 더 크다는 사실도 눈으로 목격했다.


순간 또 한 번 가족이 있다는 사실이 부러웠다. 그때, 주방의 사장님이 보였다.


'그래, 나에게도 가족 같은 사람들이 많이 있어.'


치킨집 사장님, 공장 사람들, 고양이 카페 사장님과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며 안면을 튼 사장님들까지. 진짜 가족을 보며 자신에게 가족같이 대해주는 사람들에게 고마움을 느끼는 유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