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모전 출품을 목표로 집필 중에 있습니다. 중간중간 편집/보완되며 내용이 수정될 수 있습니다.
설연휴도 지나고 대위변제 서류 제출도 끝났다. 자신감이 생긴 유리는 다시 사무직에 도전하기로 마음먹었다. 얼른 컴퓨터를 켜 채용사이트에서 사무직을 검색했다.
홍보/마케팅, 재무/관리, 경리, 총무, 인사, 기획, 행정, 사무보조 등등등....
다양한 직군의 사무직 일자리들이 쏟아져 나왔다.
경험에 의해 이번에는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직군별로 바꿀까 잠깐 고민도 했지만, 직군에 대해 잘 모르기도 하고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릴 것 같다.
잠시 고민하던 유리는 그나마 아르바이트 경험을 녹일 수 있을 것 같은 홍보/마케팅과 행정, 사무보조 직군의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만 바꾸기로 결정했다.
우선 홍보/마케팅 직군의 이력서에 인형탈과 설날 판촉 아르바이트 경험을 썼다. 자기소개서의 '직무 관련 경력 및 경험' 부분에는 인형탈을 하며 즐거웠다는 내용과 설날 판촉 아르바이트를 하며 열정적으로 물건을 팔았다는 점을 어필했다.
그리고 행정과 사무보조 직군의 이력서에는 공장에서 단순조립을 했던 일과 배달 아르바이트 경험을 썼다. 자기소개서의 '직무 관련 경력 및 경험' 부분에는 단순조립과 배달 아르바이트 경험을 쓰며, 단순한 일들을 잘할 수 있다고 어필했다.
유리는 그렇게 나름 직군별로 만든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직군에 맞춰 무작위로 뿌려댔다.
또 며칠이 지났다. 이번에도 연락이 오질 않는다. 유리는 침대에 웅그려 핸드폰을 보며 생각했다.
'뭐가 문젤까. 이번에는 나름 잘한 것 같은데.'
며칠째 침대에 누워 핸드폰만 보며 시간을 보내던 유리는 '무기력 증세 특징'이라는 게시물에서 '하루종일 누워만 있는 것'도 무기력 증세 중 하나라는 글을 봤다.
'이거 나잖아?!'
놀란 유리는 게시물을 끝까지 봤다. 하지만 역시나 무기력 증세에 대한 이야기와 마지막에는 광고뿐이다. 해결책은 없다. 댓글창을 열어봤다. 공감하는 댓글도 많고, 욕하는 댓글도 보인다. 그중에 해결책이라고 바로 일어나 침대를 정리하라는 댓글을 발견했다.
유리는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으로 일단 일어나 침대를 정리했다. 침대를 정리하고 보니 집 밖에 나가지 않는다는 이유로 며칠째 씻지도 않았다는 것도 깨달았다. 유리는 잠깐 산책이라도 다녀올 요량으로 오랜만에 샤워도 했다.
개운하게 씻고 머리를 말리는데 전화가 왔다.
"안녕하세요. 주식회사 이룸입니다. 김유리 씨 핸드폰 맞으시죠?"
"네."
"면접을 좀 볼까 싶은데요. 내일 오후 1시 30분 괜찮으실까요?"
"네."
"그럼 면접 시간과 장소를 문자로 보내드리겠습니다. 내일 뵙겠습니다."
"네."
엉겁결에 전화를 받은 유리는 네네네만 하다 전화를 끊었다. 전화를 끊고 약 3초 후에 유리는 소리를 질렀다.
"됐다!"
확인해 보니 마케팅 직군이다. 유리는 신난 기분으로 산책 준비를 했다. 그때 전화가 또 한 통 걸려왔다.
"안녕하세요. 아웃소싱 휴먼리소스입니다. 김유리 씨 핸드폰 맞으시죠?"
"네."
"지원해 주셨던 대기업 사무보조 계약직 면접을 좀 볼까 싶은데요. 좀 급해서 그러는데 약 2시간 후에 저희 사무실에서 면접 가능할까요?"
"아, 넵!"
산책 준비가 면접 준비로 바뀌었다. 금방 면접 준비를 마친 유리는 버스를 타고 생각했다.
'예전 같았으면 면접이 두 개 잡혔다면, 면접을 하나만 봤을 텐데. 이번에는 둘 다 본다고 했어. 나 좀 성장한 듯?'
유리가 스스로 자랑스러워하는 사이, 버스는 유리를 금세 면접장으로 태워줬다.
면접장에 들어가자 유리 말고도 면접을 볼 사람이 두 명 더 있다. 세 사람은 한꺼번에 면접을 봤다.
면접관은 세 사람에게 공통질문으로 1분 자기소개를 시킨 후 유리에게 개별 질문을 했다.
"지원서가 조금 특이한데요. 공장 일과 배달일, 그리고 사무보조 일에 어떤 연관성이 있는 거죠?"
유리는 씩씩하게 대답했다.
"공장 일과 배달 일은 단순 업무입니다. 하지만 단순 업무라도 계속하다 보면 전문성이 생깁니다. 사무보조 일은 사무직 일이면서도 단순 업무를 해야 할 때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전의 사무 경력에 단순 업무도 잘한다는 점을 어필하고 싶었습니다."
그 후 몇 가지 사무 업무 관련 질문들이 이어졌고 오랜만의 사무직 면접이 끝났다. 진이 빠진 유리는 집으로 가 침대 위에 면접 복장 그대로 엎어졌다.
"휴~. 생각보다 쉽지 않네."
다음날도 유리는 면접을 위해 집을 나섰다. 이번에는 마케팅 면접이다.
이번 면접은 사무보조보다 난도가 있는 면접이라는 것을 안다. 하지만 어제 아무 생각 없이 갔던 사무보조 면접에서 한바탕 진이 빠진 유리는 결국 오늘의 마케팅 면접 준비도 하지 못했다. 그렇게 긴장만 잔뜩 한 채 면접장으로 향했다.
이번 면접은 다대일 면접이다. 네 명의 면접관에 면접자는 나 홀로 면접을 보려니 더욱 몸이 얼어붙는다.
이번에도 첫 질문은 1분 자기소개다. 유리는 실수로 어제와 같은 1분 자기소개를 해버렸다.
'아차.'
유리가 속으로 후회하는걸 눈감아주려는지 이력서를 기반으로 한 질문들이 이어졌다.
"지원서에 있는 인형탈 경험과 판촉 경험을 마케팅 업무에 어떻게 접목하실 수 있는지 말씀해 주세요."
"인형탈과 판촉 등 현장에서 홍보와 판촉을 해봤기 때문에 관련 업무인 마케팅 업무도 잘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마케팅 업무를 어떻게 잘하실 것 같나요?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말씀해 주세요."
유리의 두루뭉술한 대답에 갑갑해진 면접관들이 구체적인 사례를 요구하자 유리는 말문이 막혔다.
"잠시 생각해 보겠습니다."
하지만 마케팅 경험이 없으니 당연히 생각나는 것도 없다. 결국 유리의 대답은 '잘 모르겠습니다.'가 되었다.
그 뒤로 면접관들은 다양한 질문들을 그저 쏟아내었다. 필수질문들을 빨리 던지고 유리를 빨리 면접장 밖으로 밀어내고 싶은 것 같았다. 유리도 두려운 시간들이 어서 끝나고 면접장에서 도망치고 싶었다.
결국 두 번째의 면접은 제대로 대답도 하지 못하고 쫓겨나듯 면접장을 나왔다.
이번에는 지난번만큼 진이 빠진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대답도 제대로 다 하지 못했다는 사실에 속이 상한 유리는 얼른 집으로 가 침대에 엎드려 펑펑 울다 잠이 들었다.
'취직, 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