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의 경험은 한 사람의 인생에 정말 큰 영향을 미칩니다. 특히 가정폭력을 겪은 아이들은 어른이 되어서도 그 기억과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가정폭력 피해자들의 심리 유형 중 대표적인 4가지를 먼저 기술해 보겠습니다.
첫 번째, 매일 밤 조마조마한 시간들, 그리고 침묵
어린 시절 매일 밤 부모님의 싸움 소리에 심장이 쿵 떨어지는 경험을 했을 수 있습니다. 고성이 오가고 물건이 부서지는 소리가 들리면, 이불을 머리끝까지 뒤집어쓰고 눈을 질끈 감았을지도 모릅니다. 작은 몸을 웅크린 채 그저 "빨리 끝나게 해주세요"라고 빌면서 말입니다.
학교에서는 웃고 친구들과 잘 어울리려 애썼지만, 집에 돌아올 시간이 다가오면 가슴 한구석이 계속 불안하고 무거워집니다.
어른이 된 후에도 작은 소리나 갑작스러운 상황에 깜짝 놀라거나, 사람들이 화내는 모습만 봐도 몸이 굳어버리는 버릇이 생길 가능성이 있습니다. 자신이 뭔가 잘못해서 부모님이 싸운다고 생각하며 죄책감에 시달릴 수도 있습니다.
두 번째, "네가 엄마(아빠)를 지켜야 해" 무거운 책임감
가정폭력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한쪽 부모가 자녀에게 의존하거나, "네가 아빠(엄마)한테 잘 말해봐", "네가 엄마(아빠)를 지켜줘야 한다"는 식의 말을 하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아이는 사랑하는 부모를 지켜야 한다는 생각에 자연스럽게 어른스러운 척 가장의 역할을 하게 됩니다. 어른들의 싸움을 뜯어말리려고 애쓰거나, 폭력 현장을 목격하고도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무력감에 좌절했을 수도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자신의 어린 시절을 통째로 잃어버리고, 성장 후에도 타인의 감정에 지나치게 휘둘리거나 책임감을 느끼며 정작 자신의 삶은 돌보지 못하는 모습으로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세 번째, 사라지고 싶었던 아이, 혹은 공격적인 아이
지속적인 학대나 방임은 아이의 자존감을 바닥까지 떨어뜨립니다. "나는 태어나지 말았어야 했어", "나는 쓸모없는 존재야" 같은 생각을 하며 자신을 미워하게 됩니다. 학교에서도 친구들과 어울리기 힘들어하고, 위축되거나 자꾸만 숨으려 들게 됩니다.
반대로 어떤 아이들은 자신이 당한 폭력을 외부로 표출하며 공격적인 행동을 보이거나, 쉽게 화를 내는 아이로 자라기도 합니다. 이런 아이들은 주변으로부터 "왜 저래?", "문제아 같아"라는 시선을 받으며 더 외로워지고 고립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상처는 어른이 되어서도 사람을 믿지 못하거나, 자신에게 오는 좋은 기회조차 회피하는 방식으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네 번째, 나조차 나를 비난했던 날들
아이는 폭력 상황 속에서 살기 위해 폭력을 내면화하기도 합니다. 폭력을 휘두르는 부모를 보며 '사랑 표현'이 비정상적인 방식으로 학습되거나, 자신에게 주어진 환경이 '정상'이라고 받아들이며 다른 아이들과 다른 자신의 상황에 혼란을 겪게 됩니다.
부모가 싸울 때마다 자신의 방문을 걸어 잠그고 작은 몸을 움츠리면서도, 왜 자신에게만 이런 일이 생기는지, 내가 뭘 잘못했는지 자책하며 스스로를 끊임없이 괴롭혔을 수도 있습니다.
어른이 된 후에도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려워하거나, 불안과 우울감에 쉽게 빠져들 수 있는 바탕이 될 수도 있습니다.
가정폭력 피해자들의 행동유형과 마음가짐을 크게 5가지 유형으로 나누어 보았습니다.
첫 번째로 인정이나 사랑을 갈구하는 유형입니다. 본 소설에서 정소영이 이에 해당하였습니다.
어린 시절 받지 못했던 사랑이나 인정을 성인이 되어서라도 얻으려 애쓰는 상태입니다. 때로는 부모의 불합리한 요구를 들어주거나, 관계 개선을 위해 계속 희생하기도 합니다. 복잡한 애증이 가장 크게 작용하는 유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결국 나는 부모님의 사랑을 받고 싶어', '이제라도 평범한 부모 자식 관계를 만들고 싶다.'는 마음가짐을 갖고 있습니다.
두 번째로 완전히 단절하거나 거리를 두는 유형입니다. 본 소설에서는 조소영과 김소영이 이에 해당하였습니다.
부모님과의 연락을 끊거나, 명절 같은 특별한 날에만 아주 짧게 마주칠 뿐, 정서적인 교류는 일절 하지 않는 상태입니다. 자기 보호 본능이 가장 강하게 나타나는 경우라고 볼 수 있습니다.
'다시는 아픔을 겪고 싶지 않아', '내 삶에서 이 과거를 완전히 지워버릴 거야.'는 마음가짐을 갖고 있습니다.
세 번쨰로 묵묵히 짐을 짊어지는 유형입니다. 본 소설에서는 최소영이 이에 해당하였습니다.
경제적으로 부모님을 돕거나, 나이 든 부모님을 직접 돌보는 등 실질적인 책임을 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하지만 겉으로는 티 내지 않아도 속으로는 깊은 슬픔이나 분노를 숨기고 있을 때가 많습니다.
'그래도 부모님이니까… 내가 책임져야겠지', '내가 잘하면 부모님도 변할 거야.'는 마음가짐을 갖고 있습니다.
네 번째로 갈등과 대립을 이어가는 유형입니다. 본 소설에서는 강소영이 이에 해당하였습니다.
행동: 계속해서 부모님에게 과거의 잘못을 이야기하며 대화를 시도하거나, 반대로 격렬하게 싸우면서도 관계를 완전히 끊지는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상처를 해결하고 싶지만 그 방식이 충돌로 이어지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내가 왜 이런 상처를 받아야 했는지 부모님이 알아야 해',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받고 싶어.'라는 마음가짐을 갖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용서와 치유를 모색하는 유형으로 나뉩니다. 본 소설에서는 박소영이 이에 해당하였습니다.
스스로 심리 치료를 받거나, 부모님과 안전한 환경에서 대화하려고 노력하는 상태입니다. 감정적인 거리는 유지하되, 기능적으로는 최소한의 관계를 유지하며 자신만의 경계를 확실하게 설정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상처를 극복하고 건강한 삶을 살기 위한 자기 성찰이 돋보이는 유형이라고 생각합니다.
'나 자신을 위해 과거의 상처에서 벗어나고 싶어', '부모님과의 관계를 새롭게 정의하고 싶다.'는 마음가짐을 갖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