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시 브루어리 Gypsy Brewery’를 아시나요?
맥주업계에 종사하거나 맥주에 아주 관심이 많은 이들이 아니라면 ‘집시 브루어리 Gypsy Brewery’ 라는 말이 생소하기만 할 것이다.
몇 년 전부터 수제맥주와 수입맥주가 인기를 끌면서, 단순히 맥주를 즐기는 것을 넘어서 직업으로 하고자 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맥주집을 차리는 이들은 물론이고 심지어는 맥주 양조장을 차리는 이들도 급격히 늘어났다.
하지만 맥주 양조장을 차리는 것은 투자비용이 한 두 푼이 들어 가는 것이 아니다.
양조 설비만 해도 적게는 몇 억에서 수 십억을 넘고, 양조장 부지에 대한 투자, 유통 등을 고려하면 그저 몇 억으로 할 수 있는 사업이 아니다.
수요가 늘면서 공급이 늘어나는데, 수요보다 공급량이 더 많아지는 과잉공급 상태가 되면 공장 가동율이 떨어지고 양조장의 운영이 급격히 어려워진다.
한편 맥주 양조에 대한 기술이나 마케팅 능력, 유통망 확보에 대한 능력은 있으나, 양조장을 설립할 자본이 업는 업체에서 기존의 양조장에 위탁생산을 맡기고 기술 연구나 마케팅, 유통에 관한 부분을 담당하는 실물 투자가 없는 양조장을 ‘집시 브루어리’라 한다.
자신의 양조장이 있는 것이 아니라 상황에 따라 어떤 양조장과도 협업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집시처럼 떠돌아다닌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결국 실제 양조장과 집시 양조장이 윈윈할 수 있고 소비자들도 다양한 맥주를 즐길 수 있는 모두가 윈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대표 집시 브루어리로 잘 알려진 덴마크의 ‘미켈러 Mikkeller’는 2006년 미켈 보리 비야르쇠(Mikkel Borg Bjergsø)와 저널리스트 크리스티앙 켈러(Kristian Klarup Keller)가 힘을 합쳐 설립한 이후, 해마다 100 여 종의 다양한 맥주를 생산하고 있다.
하지만 그들은 자신의 맥주 생산 설비가 없다.
심지어는 그들은 맥주의 레시피를 연구하는 것이 아니고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실제 생산을 하게 될 양조장의 브루어와 아이디어를 주고받으며 실험적이고, 이색적인 한정판 맥주들을 만들어 낸다.
새로운 맥주가 나올 때 마다 언론의 관심을 받게 되고, 한정판으로 생산되는 맥주는 매니아들의 소비욕을 자극하여 고가에 판매된다.
생산, 유통, 판매 모든 과정을 위탁받은 양조장에서 담당한다.
손 안 대고 코 푸는 격이다.
수 십 억에서 수 백 억의 투자를 동반하는 맥주 양조 사업을 팡팡 튀는 아이디어와 마케팅 능력만으로 이끌어 나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