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잘 Mar 07. 2024

40. 아들의 프로포즈

왜 내가 떨리는거야 

그저께 저녁 아들이 전화를 했다. 부탁이 있단다. 뭐든지 콜이다.


"엄마~저 이번 주에 프로포즈 하는데 아빠랑 두 분이 짧게 축하영상 찍어주실 수 있어요?"


그저께 밤잠을 설쳤다. 새벽 세 시에 눈이 떠졌다. 이생각 저생각하다 떠오른 생각을 녹음했다. 1분이나 2분 정도면 된다고 했는데 결혼식 축사까지 생각이 뻗어갔다. 왠일인지 눈물은 커녕 재밌었다. 그러다 다시 잠이 들었다.


어제는 하루 종일 바빠서 영상을 찍을 시간을 못잡았다. 오늘 중으로 찍어야한다. 요즘 나는 입맛이 없어서 식사를 대충한다. 남편이 걱정을 한다. 출근해서 자꾸 먹고 싶은 거 있냐고 전화를 한다. 


오늘은 오전에 글 정리할 게 있어서 집중하는데 남편이 전화를 했다. 계속 노땡큐 하자니 미안해서 점심을 먹기로 했다. 며칠 전부터 남편이 순두부 얘기를 하더니 순두부 어떠냐고 묻는다. 나는 나름 전주식 콩나물 국밥을 먹은 지 두 시간 밖에 지나지않아서 별 생각이 없었다.  


얼큰 순두부가 베스트 메뉴인 순두부가게에 갔다. 별 생각이 없었는데 밥 두 숟가락 정도 남기고 한공기를 다 먹었다. 커피는 지난 1월 1일에 엄마랑 큰언니랑 맛있게 먹은 수원 일월수목원 안에 있는 카페에 갔다. 떡 본 김에 제사 지낸다고 아들이 부탁한 프로포즈 영상을 찍기로 했다. 실내 인테리어가 멋지고 넓은 창 밖에 곰돌이 푸 바람인형이 보였다. 연출하려고 해도 쉽지않은 근사한 공간이 되었다. 



쇼파 등받이에 간신히 휴대폰을 세워서 아들의 프로포즈를 위한 영상을 찍었다. 우리는 점심 먹으려고 만나서 평상복차림이라 화사하지는 않지만, 생각지않게 예쁜 공간에서 영상을 찍었다. 테이블 위의 후리지아를 본 남편이 내가 좋아하는 후리지아 한다발 사준다고 식물원 내 꽃집에 갔는데 후리지아가 내일 들어온다고 빈손으로 돌아왔다. 그 마음으로도 충분하다. 나는 노오란 후리지아 꽃을 좋아한다. 



"석호야 소희야 결혼 축하해. 소희야 지난 번에 만났을 석호 어디가 좋냐고 물었었잖아? 그때 소희가 "석호는 말을 예쁘게 하고 어른들잘해요" 라고했잖아. 엄마가 석호에게 물었었다. 소희의 가장 좋은 장점이 뭐냐고.  석호가 그러더라. "소희는 의리가 있어요. 저보다 멋진 친구에요" 석호야 소희야~결혼 축하해. 결혼하면 너희 둘이 서로 말을 예쁘게 하고 어른들께 잘하고, 서로에게 의리있고 재미있고 행복하게 살기바래. 얘들아~결혼 축하하고 사랑한다. 여보~손 크게 흔들어요. "얘들아 사랑한다" "


가족톡에 올렸다. 아들이 '너무 감동이에요ㅠㅠ♡' 라고 답톡을 올렸다. 


소희♡석호의 

달콤한 인생을

축하해 사랑해


나는 곧 시어머니가 될 것이다. 아들이 프로포즈한다고 옷장에 하나 둘 사 놓은 명품 쇼핑백이 흐뭇하고 예쁘다. 서로 사랑하는 예쁜 두 아이를 보는 것 만으로도 흐뭇하고 행복하다. 나는 행복한 시엄마가 될거다. 


동영상을 얼른 자랑하고 싶지만 아들이 편집해서 사용한 후에 내 sns에 올려야 한다. 내 인스타는 소희도 보고있는 거 같다. 내 블로그도 본다. 오래 전에 아들에게 물었단다. 


"자기야 어머니 무슨 일있으셔?" 


왜 그러냐고 물었더니 어머니 블로그에 글이 안 올라온다고 했단다. '엄마야!' 


내 블로그는 우리 두아이에게 유산으로 물려줄 거다. 그런데 벌써부터 예비 며느리, 우리아가도 보고 있다. 

이거참 곤란하고도 재밌다. 


아~슬슬 실감난다. 아들 프로포즌데 내가 왜 설레는거야. 주책맞게. 



작가의 이전글 39. 묘비명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