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내가 떨리는거야
얼큰 순두부가 베스트 메뉴인 순두부가게에 갔다. 별 생각이 없었는데 밥 두 숟가락 정도 남기고 한공기를 다 먹었다. 커피는 지난 1월 1일에 엄마랑 큰언니랑 맛있게 먹은 수원 일월수목원 안에 있는 카페에 갔다. 떡 본 김에 제사 지낸다고 아들이 부탁한 프로포즈 영상을 찍기로 했다. 실내 인테리어가 멋지고 넓은 창 밖에 곰돌이 푸 바람인형이 보였다. 연출하려고 해도 쉽지않은 근사한 공간이 되었다.
쇼파 등받이에 간신히 휴대폰을 세워서 아들의 프로포즈를 위한 영상을 찍었다. 우리는 점심 먹으려고 만나서 평상복차림이라 화사하지는 않지만, 생각지않게 예쁜 공간에서 영상을 찍었다. 테이블 위의 후리지아를 본 남편이 내가 좋아하는 후리지아 한다발 사준다고 식물원 내 꽃집에 갔는데 후리지아가 내일 들어온다고 빈손으로 돌아왔다. 그 마음으로도 충분하다. 나는 노오란 후리지아 꽃을 좋아한다.
"석호야 소희야 결혼 축하해. 소희야 지난 번에 만났을 때 석호 어디가 좋냐고 물었었잖아? 그때 소희가 "석호는 말을 예쁘게 하고 어른들께 잘해요" 라고했잖아. 엄마가 석호에게 물었었다. 소희의 가장 좋은 장점이 뭐냐고. 석호가 그러더라. "소희는 의리가 있어요. 저보다 멋진 친구에요" 석호야 소희야~결혼 축하해. 결혼하면 너희 둘이 서로 말을 예쁘게 하고 어른들께 잘하고, 서로에게 의리있고 재미있고 행복하게 살기바래. 얘들아~결혼 축하하고 사랑한다. 여보~손 크게 흔들어요. "얘들아 사랑한다" "
가족톡에 올렸다. 아들이 '너무 감동이에요ㅠㅠ♡' 라고 답톡을 올렸다.
나는 곧 시어머니가 될 것이다. 아들이 프로포즈한다고 옷장에 하나 둘 사 놓은 명품 쇼핑백이 흐뭇하고 예쁘다. 서로 사랑하는 예쁜 두 아이를 보는 것 만으로도 흐뭇하고 행복하다. 나는 행복한 시엄마가 될거다.
동영상을 얼른 자랑하고 싶지만 아들이 편집해서 사용한 후에 내 sns에 올려야 한다. 내 인스타는 소희도 보고있는 거 같다. 내 블로그도 본다. 오래 전에 아들에게 물었단다.
"자기야 어머니 무슨 일있으셔?"
왜 그러냐고 물었더니 어머니 블로그에 글이 안 올라온다고 했단다. '엄마야!'
내 블로그는 우리 두아이에게 유산으로 물려줄 거다. 그런데 벌써부터 예비 며느리, 우리아가도 보고 있다.
이거참 곤란하고도 재밌다.
아~슬슬 실감난다. 아들 프로포즌데 내가 왜 설레는거야. 주책맞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