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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 아름다운 바지

데드라인을 넘었습니다 빵야!

by 오잘줌마

칭찬이 인색한 그녀가 나는 바지 정장이 잘어울린다고 했다.


"이상하네. 강사님은 왜 키가 작은데 바지가 잘 어울리지요?"


나는 키는 작지만 신장 대비 다리가 길다고 말했다. 그렇다. 나는 팔이 짧고 다리는 길다.


20년 동안 강의하면서 바지만 입었다.


핏이 좋아서 9부 바지,

컬러가 좋아서 버건디 바지.

다리가 늘씬해보여서 일자핏 바지,

살 빼서 예쁘게 입을 수 있을거 같아서 미리 사논 바지,

카기컬러가 고급져서 샀던 바지,

넘어져서 무릎 부분이 헤졌지만 나에게 잘 어울려서 찢어진 채로 입었던 베이지색 바지

...



'이제는 항복이다'


고무줄 바지만은 입지않으려고, 그녀가 편한 고무줄바지를 입을 때도 유혹을 이겼었다.


어느 순간 내 옷장에 고무줄바지가 더 많아지기 시작했다. 이제는 더 이상 미련을 갖지말아야했다.


누군가 예쁘게 입을 수 있게 처서가 지나 기부하고 왔다. 아름다운 가게에 들고가느라 팔이 아팠다.



'누군가 예쁘게 입었으면 좋겠다.'


핏한 바지정장을 입고 강의할 때 나는 너무도 행복했다.


'나에게는 아직 세 벌의 바지가 있다.'


바지가 작아졌다고 키큰 그녀가 나에게 줬다.


바지가 작아져서 못입는다고 실패는 아니다. 하지만 자신감은 쪼금 떨어진다.


갱년기탓해야겠다.


옷장이 헐렁해졌다. 진즉에 했어야한다. 설마설마하다가 내 이럴줄몰랐다.


으랏차차 가을이 오고 있다. 적게 먹고 많이 움직이라고 한다.


많이 움직이면 배가 고프다ㅎㅎ


행복운동가 오잘줌마 10년 전보다 훨씬 살쪘다. 메롱이다.


행복도 무지 커졌다. 그럼된거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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