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 C.S.Lewis -

by 최지미 Feb 26. 2021

당신이 '과잉친절러'라는 7가지 증거

No라고 말할 때, 죄책감이 드나요?


“여자아이라 그런지 차분하고 성실하네요. 딸은 역시 아들하고 달라.”


어쩌면 그 말이 모든 시작이었는지도 모른다. 남들의 인정과 칭찬이 주기적으로 공급되지 않으면 바짝 말라버릴까 전전긍긍하는 나이스한 과잉 친절러가 내 안에 잉태되기 시작한 순간 말이다.


착실한 딸들은 세상이 그녀들에게 바라는 대로 행동할 때마다 칭찬이라는 작은 보상을 받았다. 매번 여성은 남성보다 부족하다고 평가됐기에 칭찬이 유독 달게 느껴졌을 것이고, 당연하게도 그 보상을 받기 위해 쫓았을 것이다. 빵 부스러기를 따라 수상한 과자 집으로 향하는 그레텔처럼.


어떻게 보면 착한 여성이 되는 것은 사회에서 살아남고자 하는 여성의 생존 본능이 아닐까? 자신의 주장을 강하게 드러내거나 권리를 요구하면 ‘드센 여성’라는 오명을 쓰는 등 고분고분하지 않은 여성에 대해 세상이 얼마나 차가운지를 우리는 피부로 느꼈지 않은가.


소설 '82년생 김지영'에서 첫 회사에 취직해 팀 원들 취향에 맞춰 아침마다 커피를 타고, 식당에 가면 자리마다 숟가락과 젓가락을 세팅하는 김지영을 보고 팀장이 이런 말을 한다.



“그리고 앞으로 내 커피는 타주지 않아도 돼요. 식당에서 내 숟가락도 챙겨주지 말고. … 여자 막내들은 누가 부탁하지도 않았는데 귀찮고 자잘한 일들을 다 하더라고. 남자들은 안 그래요. 아무리 막내고 신입 사원이라도 시키지 않는한 할 생각도 안 해. 근데 왜 여자들은 알아서 하는 사람이 됐을까.”



상냥한 친절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어째서 그런 일을 도맡아 하는 것은 항상 여성일까? 그 이유는 많은 여성이 피플 플리저(People Pleaser), 한마디로 타인의 인정을 받기 위해 비위를 맞추고 남을 기쁘게 해주는데 불필요할 만큼 노력하는 사람이 되도록 교육 받았기 때문이다. 주말에 딱히 끌리지 않는 모임에 초대받았는데 상대가 기분 나빠할까 봐 선뜻 “No”라고 말하지 못하거나, 자신의 시간을 갉아먹으면서까지 남을 돕거나, ‘좋은 여자 친구’가 되기 위해 쓸모없는 희생을 한 경험이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Polina Tankilevitch 님의 사진, 출처: Pexels


아래 문항을 보고 체크해보자. 3개 이상 체크했다면 당신도 피플 플리저일 확률이 높다.


No라고 말하기 전에 죄책감이 먼저 든다.

종종 나의 욕구보다 남들의 욕구를 우선시한다.  

의견이 다른 사안에 대해서도 갈등을 피하기 위해 동의하는 척을 한다.

거만하게 보일까봐 칭찬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한다.

갈등 상황을 항상 피하려고 한다.

필요 이상으로 자주 사과한다.

남들을 의식해 내 의견을 주장하는 것을 꺼린다.


당신이 피플 플리저임을 인식하는 것부터 시작이다. 자신도 모르게 습관적으로 과잉 친절을 행하고 있지 않았는가? 남들에게 그저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 희생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인지해야 한다. 사실 나도 만성적인 피플 플리저였다. 당시에는 내가 그저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라고 착각 했던 것 같다. 하지만 내가 베푼 친절은 전혀 이타적인 것이 아니었다. 그저 남들에게 잘 보이기 위해, 나를 인정하지 않는 사람의 마음에 들기 위해 과잉 친절을 베풀었을 뿐이다.



남들의 욕구보다 나를 우선시하는 쾌적한 삶

그렇다고 딱히 효과가 있었던 것도 아니다. 누군가의 친절을 감사히 여기는 사람은 드무니까. 더군다나 남들을 위해 시간과 에너지를 희생하다보니 정작 자기 자신의 감정을 돌볼 시간이 없었다. 생각해보자. 우리가 타인을 만족시키기 위해 쏟아 부은 시간을 자신에게 투자했다면 우리 삶이 얼마나 쾌적해졌을지.


피플 플리저가 된다고 주변의 사랑이 보증되는 것도 아니다. 누군가 당신을 좋아했으면 하는 마음에 노력하는 것은 대부분 헛수고다. 오히려 당신의 선량하고 친절한 특성을 이용하려고 드는 사람이 생길지도 모른다. 사람의 마음을 얻는 것이 그저 잘해주기만 하면 얻어지는 것이었다면 세상은 이렇게 복잡할 리가 없지 않은가.


차라리 그 시간에 자신에게 투자해 더 나은 사람이 되는 것이 훨 낫다. 가고 싶지 않은 모임에 갈 시간에 읽고 싶었던 책을 읽고, 잘 알지도 못하는 수영 강사의 선물을 사줄 오천 원으로 자기 자신에게 맛있는 커피 한 잔 을 대접하자. 당신은 모두를 행복하게 만들 수도 없으며, 누구에게나 좋은 사람이 될 필요도 없다는 것을 기억하면 된다.


오랜 기간 피플 플리저로 살다 보면 머리로는 알지만 입으로는 여전히 상대의 부탁을 거절하기 어려울 때가 어쩔 수 없이 발생한다. 또 거절할 때 불편한 감정을 넘어 죄책감을 느끼기도 한다. 그럴 때는 일단 “한번 생각해볼 게요”, “확인하고 말씀드릴게요”라고 말하고 상황에서 빠져 나와 천천히 시간을 두고 생각해보자.



반드시 합당한 이유가 없어도 내키지 않는 다면 상대의 부탁을 거절할 권리가 있다.

 “No”라고 거부 의사를 표현하는 데 오는 죄책감을 떨쳐버리자. 설사 합당한 이유가 없다고 해도 당신에게는 타인의 부탁을 거절할 권리가 있다. 내키지 않는다면 거절하자. 당신의 시간과 에너지는 유한하며, 이러한 자원을 스스로의 선택에 따라 할애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자.


더불어 스스로 결정하고 당당히 의견을 표출하는 것을 거리끼지 않는 자세가 필요하다. 먹고 싶은 게 없냐는 상대의 질문에 “아무거나 괜찮다”라고 대답한 적이 있지 않은가? 하지만 세상에 아무거나 먹어도 괜찮은 사람은 없다. 여성이 강하게 의견을 피력하면 미움받는 경우가 많아 무의식적으로 상대에게 선택권을 양보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점심 메뉴를 양보하는 것부터 계속해서 인생의 많은 것들을 남을 위해 희생해오고 있었다면, 다음번에는 의식적으로라도 자신의 의견을 내세우고 결정하는 연습을 해보자. 미안한 마음에, 밉보이고 싶지 않은 마음에 자신을 희생하고 시간을 낭비하기에 우리 인생은 너무도 짧다.


거절은 상대방을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당신의 우선순위를 명확히 확립하는 일이다. 비행기에서도 긴급 상황에서 본인이 먼저 산소마스크를 쓰고 옆 사람을 도울 수 있는 것 처럼, 내 삶의 우선순위를 먼저 처리한 뒤에야 진정으로 남을 도울 수 있다.


피플 플리저의 기저에 깔린 심리는 ‘인정 욕구’다. 그 인정은 이제부터 외부에서가 아니라 자신의 내부에서 구하길 바란다. 자신의 욕구를 우선시하고, 상대방과 의견이 달라도 자기 의견을 소신껏 주장하는 나 자신을 인 정해주자. 또다시 우리 내면의 과잉 친절러가 불쑥 고개를 들이밀려고 한다면 이 말을 되새겨보자. 우리가 진정 잘보여야 할 사람은 오로지 나 자신뿐이라고.





여성들이 더욱 주체적이고 단단한 삶을 살 수 있도록 하는 생활밀착형 페미니즘 에세이.

더 많은 내용은 책 <더 이상 웃어주지 않기로 했다>에서 확인해주세요.



<더 이상 웃어주지 않기로 했다>  책 바로가기
교보문고 https://url.kr/oic7z3 
예스 24 https://url.kr/li1day 
알라딘 https://url.kr/7hcdi1 
인터파크 https://url.kr/zws2ht 




매거진의 이전글 차라리 불편하고 예민한 사람이 되기로 했다

매거진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

브런치 로그인